황정민, 류승범, 유해진 세 배우가 나온는 것만으로도 꼭 보고 싶었던 영화 부당거래를 보았다. 유해진은 영화 "이끼"를 보고 완전히 반해버린 배우였고 황정민, 류승범이야 뭐 두말할 필요없는 배우라 생각한다. 일단 영화의 서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빈틈없이 꽉 들이차있는 느낌이고 세 배우의 호연까지 더해져 영화를 본 후 권력과 언론의 유착하에서 세상이 돌아간다는 진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씁쓸함과는 별개로 영화 자체가 주는 재미는 상당했다.
예전 같으면 "뭐야 결국 더 큰 권력을 가진 놈은 살아남고 정말 더러운 세상이야"라고 말하며 냉소만 키웠을 텐데 이번에 보면서는 다른 관전 포인트를 찾게 되었다.
일단 부유한 장인 만나서 그렇지 않아도 부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주검사(류승범)가 스폰서한테 향응과 선물을 받는 걸 보면서 "아니 저 시계 따위에 자기 영혼을 판단 말야"라는 생각과 함께 그 주검사에겐 본인의 지위를 이용한 그런 물욕채우기가 당연하겠지만 나는 정말 저렇게 저급하게 살지 않는 조건(?)이 아니라 다행이라는 자기위안까지 얻게 되었다. 아니 영화에서 나온 대사대로 핸드폰으로 시간을 보는 시대에 그런 시계가 그렇게 갖고 싶냐고~~~
검거율 1위 광수대의 ACE 최반장(황정민)은 반원들과 한 가족같이 지내며 일로도 사적으로도 존경을 받고 있는데 경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승진에서 계속 미끄러진다. 일을 잘하는 만큼 자리에 대한 욕심이 있는 거야 인지상정이지만 내가 보기엔 그는 승진하지 않아도 충분히 명예로와보였다. 그런데 승진을 두고 거래를 하는 순간 그는 그야말로 파우스트처럼 영혼을 팔게 된다. 일단 사건을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는 상부의 지시에 일단 범인을 만들고 그 일이 꼬이자 점점 생활형(?) 악귀로 변해간다. 영화를 보는 내내 가장 안타깝고 씁쓸한 느낌을 갖게 하는 캐릭터다. "평생 진급 못하면 어때? 지금도 사건해결 잘하고 반원들과 인간적으로 교류하고 충분히 행복하지 않아?"라고 외쳐주고 싶은 기분이었다.
세상을 살면서 구조적인 문제점 분명 많이 느낀다. 그러나 우리가 일상에서 삶에서 주류적인 가치척도에서 일탈하지 않으면서 그들과 같은 열매가 없다고 절규하는 건 아닌지. 좀더 다른 가치로 생생하게 살 수 있는 건 아닌지.... 뭐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였다.
또한 영화의 서사 구조 및 재미 면에서 충분히 훌륭한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