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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승을 시작하겠습니다
정미진 지음 / 미디어창비 / 2020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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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승을 시작하겠습니다. 제목에 이끌려 읽게되었다. 아무래도 해외여행이 불가능한 요즘이니 추억과 상상으로 내 머릿속 그림을 그리며 기대하며 떨리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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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탄성을 집어 삼킨다. 이야기들이 매우 흥미롭고 초현실적이며 환상적이다. 여느 여행소재 소설과 확연히 다르게 현실과 과거 그리고 꿈을 오가며 드러나길 주저했던 깊은 내면의 모습들이 올라온다. 그리고 치유가되며 엉키었던 마음들이 풀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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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들은 나름대로의 과거의 역사적, 개인적인 아픔과 기억을 가슴에 간직한 채 떠난다. 제자리를 찾지 못한 기분, 뜻대로 되지 않는 삶속에서 나를 잃어버리고, 다른 누군가의 꿈을 이뤄주고 싶어서 떠난다.
여행지에서 꿈같은, 아니 이미 꿈이 매개체가 되어 이루지 못했던 이상을 실현하여 만족하거나,잊었던 꿈으로 새로운 꿈을 만든다. 풀지 못했던 관계의 아픔을 해소하고 과거의 나를 만나며 설움과 울분을 토해냄으로 화해하며 치유한다.
이런것이 여행의 선물이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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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과연 그동안 여행이 어떤 의미였을까.
현실에의 도피, 색다른 자랑거리, 가치있는 삶의 실현, 이상적인 삶, 인생의 깨달음, 다름과 다양성의 인정, 색다른 경험, 화려하고 여유있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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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여행하게 된다면 다른 방향과 각도로 하고싶다. 작가가 제안하는 정해진 길이 아닌 낯선 길로의 경로이탈로 말이다
그러면 미쳐 못보고 안보려했던 숨어있던 나를, 진정어린 나를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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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있었던 곳에 대한 그리움, 곁에 있는 이들에 대한 그리움, 지난한 일상에 대한 그리움. 결국엔 그리움이라는 그 감정 하나를 얻으러 끊임없이 낯선 곳으로 떠나는 것이다. 여행지에서 외로움을 그리움과 맞바꾼 후에야,비로소 나는 나를 외롭게 만들었던 상황과 인물과 그리고 스스로를 용서할 수 있게 된다.(작가의말-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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