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한 유산 - 8명의 가족이 다 때려치우고 미국 횡단 여행을 떠난 이유
제준.제해득 지음 / 안타레스(책인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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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살 아버지부터 누나 매형, 2살 조카까지 가지각색 8명이 캠핑카로 떠나는 40일 간의 미국 횡단여행에서 보고 느낀 것을 담아낸 여행기 <위태한 유산>입니다.

찰스 디킨스의 소설 <위대한 유산>이 떠오르는 제목이죠?

아빠인 제해득 작가와 아들인 제준 작가가 각자 쓴 글들을 모아 엮인 책이랍니다.

아빠와 아들이 같이 책을 쓰다니, 참 멋있습니다.

고난과 역경을 딛고 성공한 중소기업 ceo인 아버지와,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대학을 가지 않고 주체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10대 아들은 왜, 어떤 이유로 여행을 떠났고 무슨 감상을 느꼈을까요?

같이 오른 여행길이지만, 각자 다른 시선에서 바라 본 여행과 감상 덕에 책이 더 풍부하게 느껴졌답니다.

중간 중간 사진들이 실려있어요.

훗날 가족이 다같이 이렇게 환하게 웃으며 찍은 사진을 들여다 보면 참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의 첫머리에 이런 문구가 나옵니다.

"가족과 함께한 마지막 여행이 언제였을까"

성인이 된 이후로 거의 매년 해외 여행을 다녔어요. 매번 다음엔 어느 나라를 어행 갈 지 설레는 마음으로 계획을 짰죠. 누구랑 여행을 갈 지, 어떤 여행이 될 지 생각하는 시간이 참 즐거웠어요.

그런데 엄마아빠저동생 네 가족이 함께한 여행은 한 번도 없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주도해서 다 같이 대만을 갔었는데, 가족과 함께 여행가면 마냥 즐겁고 행복하겠지~ 라는 기대는 땡!

힘들여 짠 계획은 엄마아빠 체력으로 인해 불발되는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한국인한테 제일 유명하고 맛있다고 해서 찾아간 식당들이 맛없다는 평가를 받으면 제가 한 음식이 평가받는 느낌이더라고요.

다시는 가족들이랑 해외여행 안가! 했었었는데.... 시간 지나니 다시 가고 싶네요 ㅎㅎ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더니 이 특별해 보이는 가족들도 마찬가지더라고요.

좋은 면만 보고 살던 가족들이 긴 여행으로 지치며 서로 실망하고, 오해하고 싸우기도 합니다.

이 여행 구성원 중 대장(?)을 맡고 있는 제해득 작가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정작 친절해야 할 의무도 책임도 없는 남들이 하는 일은 사소한 일에도 몇 번이고 감사하다고 하면서, 가족은 남이 아니기 때문에 더 많이 기대하고 크게 실망하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해보니 저도 가족인데 이것도 못해주나, 왜 내 심정은 이해를 못해주지?하고 혼자 기대하고 실망했던 적이 많았어요. 가족도 남이다! 사랑하는 가족을 한 발짝 멀리서 바라보면 두 발짝 다가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캠핑카에서 지내는 건 책에 소개되었던 냄새이야기, 운전 이야기 말고도 이런 저런 부딪힘을 만드는 정말 힘든 일이겠지만, 차를 타고 가며 이렇게 예쁜 풍경을 보고 갈 수 있고 마음에 드는 곳을 만나면 멈춰 설 수 있는 점이 참 매력적입니다.

여행이 길어지다 보니 여행이 일상이 되고, 일정이 없는 날이 특별해졌다는 작가님의 말처럼 저도 짧은 여행 일정 때문에 바삐 움직이지 않고 길게 여행을 떠나 어딘가에 캠핑타를 대고 풍경을 감상 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싶네요.

전 유럽 여행을 다녀온 후 한 동안 여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계속 유렵을 꿈꿨었는데, 40일의 특별한 여행 후 다시 소소한 일상으로 돌아오는 제준 작가님의 생각도 참 멋졌답니다. 꿈을 찾아 나서는 작가님을 응원합니다.

찰스 디킨스의 유명한 소설 <위대한 유산>은 정말 위대한 유산은 돈이 아니라 따뜻한 마음임을 알려줍니다.

이 책에서 알려주는 [세금 한 푼 없이 유산 증여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여행이라는 기회를 통해 금전적인 가치보다 더 빛나는 사랑과 배려를 가슴으로 배운 이 가족은 잎으로 어떤 위태한 일이 있어도 위대하게 헤쳐나갈 것 같습니다.

창고를 채우는 유산보다 마음의 곳간을 가득 채울 수 있는 유산을 물려주기 위해 가족과의 행복한 추억을 쌓으러 떠나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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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해파리입니다 철학하는 아이 17
베아트리스 퐁타넬 지음, 알렉상드라 위아르 그림, 김라헬 옮김, 이지유 해설 / 이마주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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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 멧돼지, 고라니, 비둘기, 배스, 뉴트리아....

연관성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이 동물들의 공통점이 무엇인 지 아시나요?

바로 인간이 지정한 유해 동물들이라는 것이랍니다.

2019년 기준 멧돼지로 인한 피해액은 약 55억이나 된다고 해요.

저희 어머님이 심어놓은 고구마나 각종 나무들도 고라니, 멧돼지로 인해 피해를 많이 입었다 하시더라고요.

워낙 위 동물들로 인한 피해들이 심해지다 보니 불법 밀렵도 성행하는데, 얘네를 잡자고 놓은 덫에 다른 동물들도 같이 희생되기도 한다네요.

몇 달 전에 EBS 극한 직업 - 유해 동물 포획단에 대한 다큐를 본 적 있어요.

배스, 뉴트리아 등의 유해 동물이 속절없이 잡혀가는 모습이 그때는 통쾌하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좀 더 깊이 생각해보니

황소개구리, 배스, 뉴트리아 등 원래 자기 지역에서 살아갈 동물들을 인간의 이익에 따라 잡아와서 한국에 풀어놓고는 쓸모가 없어지자 유해동물로 지정되어버렸고

멧돼지, 고라니 등은 자기들끼리 산 속에서 잘 살고 있었는데 인간이 야생동물의 공간을 침범해 서식지를 파괴해놓고 농사에 방해된다며 죽임을 당하고 있더라고요.

인간이 아니었다면 그들은 유해동물이 아닌 그저 생태계의 일부로서 잘 살아갔을텐데 말입니다.

<나는 해파리입니다>의 주인공 해파리도 마찬가지입니다.

해파리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책을 읽기 전 생각해보니 제겐 바다의 골칫거리, 징그러움, 독으로 인한 인명피해 등 부정적인 이미지더라고요.

다들 저랑 비슷하실 거라고 생각해요.

그럼 해파리의 입장에서 바라 본 인간은 어떤 모습일까요?

책을 보는 내내 이렇게 사실적이고 아름다운 그림이 펼쳐진답니다.

색색 산호 속에 숨어있는 다양한 생명체를 자세히 살펴보세요!

그림을 살피다 보면 여기에 어울리지 않는 물체도 하나 보인답니다.

무엇일까요?

나는 이제 막 태어난 해파리입니다.

투명한 치마를 수줍게 펼치며 나풀나풀 헤엄쳐요.

그러다 파도에 밀려 해안가로 떠밀려간 해파리는,

그만 소녀의 팔목을 톡 쏘고 말아요.

오해마세요. 저도 일부러 그런 건 아니예요. 바닷물에 몸을 맡기고 떠다니다 여기에 오게 된 것 뿐이예요.

소녀의 손목에 남은 팔찌같은 상처를 본 소녀의 아빠는 해파리를 건져 뜨거운 해변에 던져버리고 말아요.

해파리를 둘러 싼 사람들은 해파리를 구경하다가 지겨운지 하나 둘 자리를 뜹니다.

뜨거운 햇볕에 바싹 말라가는 해파리.

해파리를 둘러 싼 지저분한 쓰레기들이 해파리를 더욱 안쓰럽게 만드네요.

도와주세요!

내게 눈이 있다면 눈물을 흘릴거예요.

그때, 누군가가 다가와 죽어가는 해파리를 바다로 돌려보내 줍니다.

과연 누굴까요?


해파리의 독은 사람을 쏘기 위해 만들어 진 게 아니라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먹이를 먹기 위해 만든 독입니다.

사람이 만들어낸 바다 쓰레기로 인해 쥐치, 바다거북 등 해파리의 천적이 사라지고 원래 해파리가 있던 곳에 사람들이 들이닥치거나 사람으로 인한 지구온난화로 해류가 바뀌어 파도에 밀려왔을 뿐인데 어느 순간부터 해파리는 인간의 입장에서 유해동물로 지정되어 버렸어요.

이들은 자신의 본능에 맞게 살았을 뿐인데, 왜 인간의 이익에 따라 죽임을 당해야 하는 걸까요?

경이로운 일러스트 속 풍경을 감탄하며 살피면 여기저기 쓰레기가 등장하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쓰레기를 먹이로 착각해 죽는 바다 생물들과 바다 오염으로 인해 서서히 죽어가는 생물들이 얼마나 많을까요...

우리나라에서 이제 바다에서 명태를 볼 수 없습니다.

가장 많이 나는 생선 중 하나였지만 지구 온난화로 인해 바다가 따뜻해지면서 명태가 모두 떠나버렸어요.

다시 명태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지구 온난화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힘들거예요.

지구 온난화와 쓰레기로 인한 피해는 결국 인간에게 돌아옵니다.

해파리가 쏜 손목의 상처가 소녀에게 남은 것 처럼, 인간과 모든 생물은 연결되어 있답니다.

쓰레기를 만들고, 지구를 덥게 만들고, 바다 생물이 사는 곳을 침범하고 파괴한 일은 결국 우리에게 피해를 줄거예요.

생태계를 위해, 인간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요?

책을 덮고 나면 이 질문에 답을 꼭 생각해보시길 바라요.

+) [나는 해파리입니다]는 이마주 출판사의 <철학하는 아이> 시리즈 신간입니다.

철학하는 아이 시리즈는 믿고 봐도 된다고 당당하게 권할 수 있는 책이예요.

철학하면 어렵게만 느껴지기 마련이죠?

철학하는 아이 시리즈는 다양한 주제들을 멋진 단편에 담고 명사들의 해설까지 함께 구성해놓아 아이들이 쉽게 척학을 접할 수 있게 되어있답니다.

‘철학하는 아이’는 어린이들이 성장하면서 부딪히는 수많은 물음에 대한 답을 함께 찾아가는 그림동화입니다. 깊이 있는 시선과 폭넓은 안목으로 작품을 해설한 명사의 한마디가 철학하는 아이를 만듭니다.

출판사 소개

                                                                     

아이의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고 싶으시다면 철학하는 아이시리즈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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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웅진 우리그림책 61
한지원 지음 / 웅진주니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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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해 해외 여행을 국내 여행으로 바꾸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침체되었던 제주 여행이 다시 활기를 띄고 있다고 해요.

여름하면 바다, 우리 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를 뽑자면 역시 제주도 아닐까요?

까만 돌담과 낮은 지붕의 주택들이 늘어선 길, 에메랄드 빛 바다와 파도가 하얀 모래사장, 파도가 산산히 부서지는 현무암 절벽... 육지에서는 볼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이 사람들을 자꾸 제주도로 떠나게 하는 것 같아요.

그런 제주도의 멋진 풍경을 담은 그림책이 나왔답니다.

책 속 제주도 여행객의 발자취를 따라 아름다운 제주도를 구석구석 돌아볼까요?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 주인공. 손에 든 비치발리볼과 캐리어에서 "나 제주도 여행왔어요!"를 팍팍 티내고 있네요.

어디를 가려는 걸까요?

버스에서 내린 주인공이 아이들에게 바다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지 물었나봐요.

아이들의 삐쭉 삐쭉 올라간 잔머리가 너무 귀엽네요ㅎㅎ

아이들도 바다에 가나봐요. 바다에서 가지고 놀 장비들을 한 짐 지고 가네요!

위에서 내려다 본 제주도의 풍경이 너무 예쁘지 않나요?

실제로 보면 쨍한 색감과 옹기종기 낮은 주택들이 모여있는 마을이 정말 사랑스럽답니다!

검은 돌담과 언덕 위의 풍력발전기까지 제주도의 풍경을 정말 잘 표현하신 것 같아요.

바다로 가는 길에 만난 주민들의 대화에 제주도 사투리가 살아있어요.

저희 할머니가 제주도 분이라 제주말을 쓰셨는데, 여기서 보니 참 반갑네요^^.

아이와 함께 대화를 읽으며 이건 무슨 말일지 이야기 나눠보면 좋겠죠?

마을 가운데 있는 커다란 나무, 파란 대문, 집집마다 다른 옥상 무늬, 지붕 위의 개 등등 정말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어요.

문방구를 지나, 가을이 되면 내 키만큼 자랄 억새밭을 지나, 학교에서 친구까지 데려가는 아이들 ㅎㅎ.

바다로 가는 길에 구경할 것도 참 많은 아름다운 제주도랍니다.

드디어 바다가 나왔어요!

산산히 부서지는 파도와 탁트인 전경이 시~원 하죠?

바다에 왔다면 망설이지 말고 풍-덩!

제주도 바다에 왔다면 근심걱정 덜어주고 그저 파도에 몸을 맡기고 신나게 놀면 돼요!

즐겁게 노는 사람들이 표정이 정말 밝네요 ㅎㅎ.

패러글라이딩하는 사람, 수박먹는 가족, 색색의 비치발리볼과 수영하는 사람들이 어우려져 너무 즐거워 보여요.

이번 여름 휴가는 집에서 콕! 에어컨 키고 피서 중인데 이 그림을 보니 저도 시원하고 투명한 제주 바다에 퐁당 빠져서 저 그림 속 사람들 중 하나가 되고 싶네요.

신나게 논 주인공은 다시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간답니다.

이런 아름다운 제주도의 풍경을 눈에 담고 몸으로 느꼈으니 저처럼 제주앓이 끝에 다시 제주도로 향할 것 같아요 ^^.

이 책의 저자 한지원작가님은 제주도토박이시랍니다.

제주도민 작가님의 제주도 사랑이 책에서 느껴졌어요.

저렇게 종이를 하나하나 잘라 붙여서 표현하려면 참 힘들텐데, 귀찮은 작업을 마다하지 않은 작가님 덕에 생기넘치고 입체적인 제주도의 풍경이 완성되었답니다.

거기다 바다에 가는 길에 나오는 마을의 풍경, 문방구, 억새밭, 학교 등이 얼마나 세심하게 그려졌는 지 그림을 자세히 살피며 무엇이 있는 지 찾는 재미도 있어요.

코로나 때문에 휴가를 휴가처럼 보내지 못하고 쳐져있지만 <바다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속의 평온한 제주도 사람들의 일상과 아름답고 멋진 제주도의 풍경 덕에 잠시나마 제주도에서 휴가를 보낸 것 같았어요.

바다로 가는 길에 동행하는 아이들의 귀여운 대사에서도 제주도를 사랑하는 작가님의 마음이 느껴져 기분 좋게 읽었답니다.

제주도 여행 전에 읽으면 설렘을, 제주도 여행 후에 읽으면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며 행복을 주는 그림책이예요.

<바다에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속 아름다운 제주도 풍경으로 뜨거운 여름, 힐링되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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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기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할까?
려원기 지음 / 빈티지하우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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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 웃고 울고 무표정한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매일 매일 100번은 넘게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쟤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비단 저만 하는 생각이 아닌가봅니다.

아이의 심리정도는 척척 파악해서 알맞은 처방을 내려줄 것 같은 정신과 의사 아빠도 육아는 그야말로 멘붕!

어딘가에서 뚝 떨어진 것 같은 사랑스런 외계생명체(?)를 보는 당혹감은 다 비슷한가 봐요.

아무리 당혹스러워도 육아는 해야 하는 법!

말 못하는 아이와 같이 울고싶은 초보 부모를 위한 우리 아이 마음 안내서 <우리 아기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할까?>를 통해 아이의 마음을 한 번 들여다 볼까요?

                                                                                    

                           

차례만 봐도 초보 부모가 궁금해 할 내용들이 가득하죠?

만화 형식이라 육아에 쫓겨 시간이 없더라도 편하게 읽을 수 있답니다.

각종 패러디가 가득해 웃으면서 읽을 수 있었어요^^.

전 임심했을 때는 스스로가 그다지 모성애가 깊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에 아이가 태어나면 모성애가 하늘에서 뚝!하고 떨어지려나? 그땐 아이가 이뻐 죽으려나? 궁금했었어요.

하지만 애가 태어나고도 한동안은 뭔가 어색하고... 낯설고... 두렵기도 한 감정이 이어지더라고요.

새벽에 아이를 붙잡고 같이 울기도 했고, 세상에서 내가 제일 힘든 것 같고 나는 부모 자질이 없는구나 좌절하기도 했어요.

책의 저자는 이러한 감정이 누구나 겪는 통과의례이며 이는 내게 부족한 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너무나 소중히 여긴다는 뜻이라며 초보 부모의 등을 토닥여 줍니다.

만화처럼 아기 보기가 적성에 맞든 안맞든 우리는 아기를 볼 의무가 있기에 의무를 행하기 위해 잃어버리는 (학업, 시간, 돈 등) 기회비용들이 내적 외적 갈등을 유발합니다.

그로 인해 출산 이후의 고통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라면 꼭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책에서 계속 강조하는 메세지 중 하나는 아이가 부모의 감정을 따라하고 배운다는 것입니다. 우울하고 슬픈 부모 밑에서는 아이도 제대로 성장할 수 없습니다. 나를 위해, 아이를 위해 감내하지 마시고 꼭 상담 받거나 주변에 알리시길 바라요!

이제 막 4개월을 지난 우리 아이는 며칠 전 처음으로 뒤집었답니다.

몸을 베베 꼬면서 시도하다가 실패하고, 실패하고를 몇 달을 지치지도 않는 지 반복하다 결국 뒤집더라고요.

한 번 뒤집고 나니 그날부터 쉴 틈도 없이 뒤집는 우리 공주.

그런 아이를 보며 귀여워하기만(+피곤) 했는데, 이 부분을 읽고 '아, 그래 우리도 기고 걷고 말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을 지, 그 시행착오를 버텨서 이렇게 자랄 수 있었는데 지금은 쉬운 일만 골라서 하고 있구나' 싶어 반성하게 되었답니다.

여타 육아서에 비해 이 책의 돋보이는 점은 정신과의사가 만들었기 때문에 마냥 <이렇게 하면 아기한테 좋답니다>가 아니라 <이런 실험이 있었고, 이런 결과가 있었습니다!>로 검증된 이론을 바탕으로 한 육아꿀팁이 수록되어있다는 거예요.

과학적, 정신의학적으로 검증된 내용이라 신뢰하고 볼 수있답니다.

매 차례가 끝날 때마다 관련 이론을 소개해주고 있어요.

작가님의 실제 육아 경험을 바탕으로 쉽게 이론을 풀어 설명해주시기 때문에 전혀 어렵지 않아요.

책 절대 안읽는 우리 남편도 한 번 읽어보라고 주니 유용하다고 잘 읽더라고요.

많은 부모들이 제일 많이 듣는 말이

"아기 많이 안아주지 마라, 손탄다!"일거예요.

저도 아이를 낳기 전엔 그래, 많이 안아주지 말자 싶었는데 웬걸,

아이가 세상 떠나가라 우니까 안 안아줄 수가 없더라고요.

그러면서 내가 안아줬기 때문에 우리 아이가 좀 예민한가... 싶어 마음이 무거웠는데

여기 제 마음의 짐을 덜어준 답이 적혀있었어요.

정교한 사고에 필요한 뇌가 아직 덜 성숙한 상태이기 떄문에, 아이가 계산적으로 '안 안아주면 울어야지!' '안 먹히니까 안울어야지!'하지는 않는다고 해요.

그리고 여기서 정말 마음에 스며든 문구가 있었어요.

우리 모두는 안아주는 따스한 손길에 위안을 느끼게끔 설계된 존재이다.

안아줬을 때 나오는 호르몬으로 아이는쉽게 진정되고, 점차로 아기와 부모는 서로에게 빠져드는 것이다. (요약)

아이는 계산하고 행동하지 않는데, 나만 나 편하자고 아이를 방치하고 발달과정에 맞지 않는 훈육을 해서는 안되겠구나, 느꼈답니다.

이 부분 말고도 떼쓰기, 단식투쟁, 아이의 공격성 해결을 정신분석학 이론을 바탕으로 도와주는 각종 유용한 꿀팁들이 수록되어 있으니 꼭 책으로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아이는 자라고, 부모는 잘하고 있는 건지 의심이 들 때, 혼자 고민하지 말고 책의 도움을 받아 보세요!

도대체 쟤는 무슨 생각으로 저러는 걸까, 공감하기 힘들었던 우리 아이의 심리를 책을 덮으면 이제 이해할 수 있을거랍니다 ^^.

아이와 부모 모두 (정신)건강한 육아를 위해 친절한 육아 안내서<우리 아기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할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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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간 페넬로페 콩닥콩닥 12
세마 시르벤트 라구나 지음, 라울 니에토 구리디 그림, 김미선 옮김 / 책과콩나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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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 속 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의 이야기가 기억나시나요?

오디세우스는 그 유명한 오디세이아의 주인공이자 트로이전쟁의 지략가로 이름을 떨친 영웅입니다.

그 오디세우스의 아내 페넬로페는 전쟁에 나간 오디세우스를 20년 간 기다립니다. 오디세우스가 없는 사이 구혼자들이 몰려오자 오디세우스의 아버지에게 바칠 옷(수의)을 완성하면 결혼하겠다고 핑계를 대고, 낮에는 옷을 만들고 밤에는 풀어버리는 식으로 3년이나 버티는 지혜로운 현모양처로 묘사되어 있지요.

남편이 비록 엄청난 고생을 하긴 하지만 20년 간 영웅으로서 추앙받고 자신의 꾀를 뽐내며 활약하는 동안 (심지어 중간에 다른 여자와 아이까지!) 페넬로페는 작은 방에서 옷을 지었다 풀었다 반복하며 오디세우스를 기다릴 뿐입니다. 그 기다림 끝에 얻은 건 정숙한 여인이라는 칭호입니다.

과거의 대부분의 이야기들이 현재 시각으로 보면 눈에 차지 않지만, 페넬로페의 기구한 운명을 남편 만났으니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하기에는 참 찝찝합니다.

그런 페넬로페가 현대를 살아가는 여성이라면 어땠을까라는 상상 끝에 만들어진 멋진 그림책이 나왔습니다.

거친 연필 선으로 그려진 삽화가 족쇄를 벗어던지는 페넬로페의 마음을 더 잘 표현해주는 듯 합니다.

사람들은 언제나 기다리라고 합니다.

기다리는 동안 페넬로페는 창밖의 세상이생각보다 크다는 걸 알 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페넬로페가 여자이기에 뜨개질을 가르쳐 줍니다.

하지만 새로운 페넬로페는 남편에 대한 정조를 지키기 위해 옷을 짓는 대신 그물을 만들었습니다.

여자는 말하기보다 들어주어야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페넬로페는 바다 깊은 곳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폭풍 후의 고요함도 빛나는 별도 페넬로페를 새로운 곳으로 이끄는 듯 합니다.

새로운 페넬로페는 남의 이야기가 아닌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따릅니다.

배운게 없는 작은 소녀인 페넬로페 혼자 감당하기에 바다는 위험하다는 사람들의 말을 뒤로 한 채,

그들이 가르쳐 주지 못한 많은 것을 스스로 알아낸 페넬로페는 혼자 힘으로 노를 저어 바다로 나아갑니다.

오래 이어져 내려오는 이야기들을 어른이 된 지금 곱씹어 보면 기가 찬 부분이 많습니다.

그때는 그때의 사회적 관념이 있는 거지만, 답답한 부분은 그 고리짝 관습이 아직도 이어져 내려와 세상을 향해 나아가려는 여자들의 족쇄가 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옛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풀어 낸 이야기가 더 반갑게 느껴집니다.

"여자는 얌전해야해. 정숙하게 남편을 따라야지. 가정과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여성으로서 최고의 보람이야."

이런 생각 아래 쓰여진 글을 읽고, 이야기를 들으며 자라는 동안 우리는 저도 모르게 세뇌됩니다.

나를 위해 무언갈 하려면 죄책감부터 느껴야 하는 페넬로페들.

하지만 이 책의 페넬로페는 그런 족쇄를 벗어던지고 바다로 나아갑니다.

정해진 길도 없고,

표지판도 없으며,

언제 풍랑이 닥칠 지 모르는 바다로요.

그 위험한 바다에서 매 시간 매 초 겪는 수많은 경험은 다시 더 단단한 페넬로페를 만들어 줄테지요.

바다 위 페넬로페는 한없이 작은 점입니다.

우리는 그 작은 점에 집중하고 잘 보이지도 않는 페넬로페의 뒷모습을 응원하며 책을 덮게 됩니다.

페넬로페는 바다에서 역경과 고난을 만날지도 모릅니다.

어느 날은 거친 풍랑과 큰 암초에 결국 배가 전복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미 한 번 스스로 노를 저어 바다로 나간 페넬로페는 그 고난조차 극복하고 또다시 새로운 세상을 찾아 나설겁니다.

나를 구속하는 목소리들은 내 삶을 대신 살아주지 않습니다.

내면의 소리보다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더 집중하는 페넬로페들에게 <바다로 간 페넬로페> 속 새로운 페넬로페의 메세지가 가슴에 와 닿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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