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베티 큰곰자리 47
이선주 지음, 신진호 그림 / 책읽는곰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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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를 지나고 21세기가 된지도 오래다.

21세기의 주역이라는 말을 듣고 자랐고, 21세기라는 혁명적이고 글로벌적인 세계화 시대에서 인재들로 거듭날거라는 희망적인 말들을 듣고 자랐다. 그때에도 어린 나에게 외국인은 금발과 푸른 눈을 가진 서양인이 우선 떠올랐던 것 같다. 소설 속 서연이가 헤르미온느를 상상했듯 말이다.


세계화 시대가 되면서 외국으로 나간 국내의 인재들도 많지만 그만큼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일을 하는 외국인 노동자, 그리고 다문화 가정이 늘어났다. 작은 소도시에서도 이제는 외국인을 자주 쉽게 접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국내와 국외 모두에서 우리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책을 펼쳤을 때 아동을 위한 도서답게 글씨 크기가 컸다. 그럼에도 읽어내리면서 사실 “이게 정말 아동도서일까” 라는 생각이 들 만큼 현실을 많이 실어두었다는 생각이 든다. 읽는 동안 어릴 때의 내가 느꼈던 감정들과 똑닮은 부분들에는 동질감이 들기도 했고, 어른으로써 부끄럽고 미안함이 드는 부분들도 꽤 많이 있었다. 사실 마음으로 앗 뜨거하는 심정이 들기도 했다.

아무래도 많은 이야기들을 익히 알고 있기에 그런 부분이 나에겐 더 부각되는 지도 모른다.

읽는 내내 "반성해야 할 어른들" 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 만큼 성인들도 꼭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자신이 우선인, 나쁘게 말하면 이기적인 유형의 무책임한 서연이네 아빠와 오지랖이 넓은 그럼에도 좋은 엄마라고는 할수 없는 서연이네 엄마, 그리고 엄마의 예기치 못한 행동으로 학교에서 친구들과 사이가 원만하지 못한 서연이. 그들의 가정에 어느날 베티라는 필리핀 혼혈소녀가 엄마 엔젤라와 함께 나타난다. 엄마와 오랜 친구 사이였다는 필리핀 여성 앤젤라 아줌마는 베티의 아빠를 찾기 위해 한국에 들어왔다.


베티에게는 나의 나라라고도, 그렇다고 철저히 남의 나라라고도 할수 없는 복잡한 나라 한국이다. 시위를 통해 아빠를 만나게 되지만 아빠는 베티를 부정하고 베티는 충격에 휩싸인다.

과연 아이들이 봐도 될 것인가와 꼭 알아야 할 하나의 문제라는 부분에서 사실 마음이 갈팡질팡했다. 현실이 이보다 더 지독한 것을 알지만 소설 속에서 마주하는 베티 친부의 모습에 화가 끌어 올랐기 때문이다. 사실 책을 읽기 전에도 나는 코피노 문제에 관심이 있어 그런 문제를 다루는 글이나 방송을 본 적이 있다. 내가 본 사례에서는 자신의 주소라며 필리핀 아내(연인)에게 손수 쓴 종이를 건냈는데 입에 담지 못할 욕을 써놓았고, 그걸 모르는 여성이 한국의 도움을 주는 분에게 이 주소를 찾아달라고 요청을 했던 것이다. 관계자분은 차마 진실을 이야기 할 수는 없어 이 주소는 지금 확인이 안되는 재난 구역이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 알아보겠다 라고 전달을 했다고 한다. 현지 도움을 주는 관계자분들은 너무나 부끄러울 정도로 많은 비이상적인 사례들이 있다고 전했다.

그것을 알리 없는 필리핀의 아내와 아이들은 아빠 보고 싶어요 이 영상을 보면 꼭 찾아오세요 라는 말을 전했는데 최근에는 소설 속처럼 소송을 걸고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추세다.

국내에서도 요즘은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는 듯하다.

이런 문제들이 불거질때마다 사실 많은 혐오와 불쾌감과 수치심을 느끼게된다.

해외근로자로 파견되어 가서는 현지의 여인을 만나 가정을 꾸리며 살다 파견이 끝나면 잠시 다녀오겠다는 말만 남기고는 국내로 돌아와 연락을 끊는다. 필리핀에 남은 그들은 하루 아침에 갑자기 아빠를, 남편을 만나지 못한다. 그래서 찾으려고하지만 현실은 그저 자신의 즐거움과 외로움만 찾은 남성의 무책임한 결과인 것이다. 상식적으로도 일어나기엔 말이 되지 않는 일이지만 상당히 많은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가족을 떠나온 아빠들은 사실 국내에서 이미 가정을 이루고 살던 이들도 상당하다고 알고 있다. 한국의 아내가, 자식들이 이 사실을 알까봐 전전긍긍하는 이들의 사례도 있다.


[ 이 세상에 진짜 어른이 되지 못한 가짜 어른이 얼마나 많은 것일까? ]

[ 나는 진짜 어른이 될 것이다 ]


가짜 어른들 사이에서 이미 그들 보다 한발 앞서 어른이 되어가는 서연이.

이미 어른이 되어서 어른이 될 수 없는 것이 아님을 알기에 이제부터라도 진짜 어른이 되는 길을 우리도 함께 걸어야 하지 않을까.

읽는 내내, 부끄럽고, 미안하고 그래서 더 나아가야 한다는 믿음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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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살짝 기운다
나태주 지음, 로아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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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어본 적은 있다. 그게 나태주 시인의 책은 아니었다.

어느 순간부터 주변에서 들리기 시작한 나태주라는 세글자의 이름,

유명한 시인인가보다 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사실 시를 그렇게 좋아하는 타입은 아니다.

시에는 유독 사랑과 찬사의 표현이 많고 그게 나에게는 어려웠다.

좋아하는 시를 보면 대다수가 사랑보단 인생을 다룬 시들이었는데

나태주시인의 시집 [마음이 살짝 기운다]를 보니

이 시에는 사랑도 인생도 모두 담겨 있다.

그래서 참 좋다.

사야하나 라는 생각이 든, 나에겐 흔치 않은 시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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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한 가지 풍경만 보면서 살았던 것도

나쁘지 않았다.

몰론

날마다 만나던 사람만 만나며 산 것도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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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심심하지 않느냐고 하지만 나는 시인의 시처럼 나쁘지 않은 시간들이라 생각한다.

늘 보고 살아도 늘 평온할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순수한 평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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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줍는 것이다

길거리나 사람들 사이에

버려진 채 빛나는

마음의 보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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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주워서 가만히 손에 건내 쥐어주는 마음의 시가

참 고와서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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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3
스즈키 루리카 지음, 이소담 옮김 / 놀(다산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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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은 유달리 먹을 것에 집착해서 떨어진 물건도 주워 먹는 어떠한 사정을 품고 있는 듯한 엄마를 곁에서 지켜보는 딸의 이야기다.

 

딸의 이름은 하나미. 일본어를 공부한 나에게는 꽃구경, 꽃놀이로 더 해석이 익숙한 이름이었다. 하지만 한자가 조금 다른 것을 보니 뜻이 다른 이유를 알 것 같다.

 

()과 실()을 겸비한 인생을 살라는 의미라지만 사실 '죽은 후에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겠는가' 라는 말에서 따왔다고 한다. 무슨 뜻이냐고 물은 딸 하나미에게 어쨌든 살아 있으라는 소리라고 말하는 엄마에겐 대체 무슨 사연이 있었던 것인지 궁금하다.

딱 보아도 범상치 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는 여인이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묘하게 모나지 않고 순둥한 느낌을 풍기는 엄마다. 상처를 안고서 모나지 않기란 어려운 법임을 지금은 알기에 소설 속 엄마의 대단함을 세삼 느끼게된다.

마트 여주인이 마트에 온 딸에게 이것 저것 챙겨주는 것을 보고 마트집 아이로 살고싶다던 하나미, 그리고 엄마가 소개받은 남성은 하나미가 그렇게 원하던 마트의 사장이었다. 드디어 마트집 딸이 되는 상상을 하던 하나미지만 역시 인생은 그리 순탄치 않다. 엄마의 소개팅이 실패한데에는 자신이 이유라고 생각하는 하나미는 자신이 없어질 생각까지 하지만 자식이 있으면 곤란하다는 소리를 하는 남자라면 애초에 상대도 안할거라는 겐토의 말에 풀죽은 수긍을 하고 만다.

 

주변의 인물들이 그리 말할 정도의 엄마라면 얼마나 대단한 엄마일까. 아니 어쩌면 엄마로서 당연한 것을 쉬이 잊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인지도 모른다.

이 책은 간결하면서 위트있고 그럼에도 동화같이 잔잔하다. 인물 하나 하나가 각자의 성격들을 잘 품고 있다.

그래서 사실 작가의 이야기를 알게되면서 놀라움이 컸다. 이제 겨우 14, 어린 작가가 이토록 사람들의 세세함을 가슴에 잘 품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사람에 대해 안다는 것은 사람에게 관심이 없으면 어려운 일이다. 이 어린 작가가 평소에 다양한 사람들을 관심을 갖고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어려운 일이다.

 

12세 문학상에서 대상을 3년 연속 수상했다는 저력으로 보아도 14세에 이런 수준이라니, 일본에서 타고난 천재 소녀작가라고 불릴만 하다.

 

수재라고 이야기 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저 백수에 지나지 않는 윗집 아들 겐토, 엄마가 대단하다고 칭송하는 육교아래에 사는 노숙자, 아이들에게도 칼같이 인생의 쓴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선생님, 그들의 대사를 들을때마다 고스란히 지금 사회를 차곡 차곡 넣어두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아이들이 느끼는 세상은 우리가 느끼는 것과는 온도차이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절망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묘하게 평온하게 흐르는 물처럼 생각하거나 우리가 따스하게 생각하는 것을 숨막히는 공기압으로 느끼는 차이들 말이다.

 

그러고보니 어느새 우리나라가 일본과 이리 닮아졌을까... 어릴적에 일본의 소설을 보며 이해를 못했던 부분이 많았는데 어느새 그들의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가 된지 한참이 되어버렸다. 어린 작가가 그린 이 책속의 이야기들은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자들을 새롭게보게 해주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그저 지저분한 노숙자에 불과한 인물을 소설 속 엄마는 존경하는 사람으로 꼽았다. 하나미가 태어나기 전부터 쭈욱 20년이 넘도록 육교 아래에서 산다는 사람. 한겨울에도 한여름에도 죽었겠구나 싶으면 살아서 움직이고 있는 그 생명력과 다른사람과의 관계도 맺지 않은 상태에서 그 고독속에서도 매일 매일 살아내고 있는 사람으로 표현했다. 그러고보면 분명 그들의 삶의 의지는 뛰어나리만치 대단한 것이긴 하다. 선입견이 없으면 이렇게 생각할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그리고 꽤 주변의 인물들에게 둘러싸여 살아감에도 고독하다고 외롭다고 쓸쓸해하는 나 자신과 비교하게되며 묘한 감정을 느꼈었다.

 

수재였지만 백수 니트족인 겐토도 점점 하나미와 친해지며 처음의 음침함을 벗어나고 있다.

인물들 하나 하나가 생각보다 좋았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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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제 탓인가요? - 당신이 화가 나는 진짜 이유
로베르트 베츠 지음, 서유리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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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세상이 아름답기만 하지 않듯이 인생에서 슬픔이나 분노, 짜증을 느끼는 일들이 종종 있기 마련이다. 아니 하루를 살펴보아도 꽤 많이 발생하고는 한다.

대부분은 누구 때문에, 무엇 때문에로 시작되어 모든게 다 짜증이 나고 내편, 나를 이해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텅빈 외로움과 분노가 가득찬 상태에 지치고 만다.

 

[당신이 화가 나는 진짜 이유], [분노는 나를 비추는 거울이다]

책표지에 담긴 두 문장에서 이미 이 책은 우리를 본문으로 인도하고 있는 듯하다.

누군가에게 화를 내고 시간이 지난 후, 곰곰이 생각해보면 얼마나 스스로가 아프고 상처받은 상태였는지 깨닫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화낼 일이었나 싶다가도 지난간 일들을 떠올리며 나에게 그렇게 대했지. 라는 위안으로 미움을 멈추지 않는다.

상처를 치유하지 않는 이상 곪은 상처는 때에 맞춰 다시 터지고 마는데 우리의 화도 이처럼 때에 맞춰 다시 터지곤한다. 그리고 때로는 최악의 경우에 터져나와 소중한 이들을, 혹은 소중한 순간을 망치고 상처입히고 마는 경우도 있다.

이 책에서는 우리를 화나게 하는 이들 일명 또라이 천사들을 통해 우리가 그 분노의 순간을 우리의 치유의 순간으로 기회를 얻고 있음을 상기시켜준다.

내 속에 잠들어 한번씩 화로 튀어나오는 상처덩어리의 어린 나를 마주하는 것이다.

어릴적 어른은 뭐든 어른답고 현명하며, 용감한 줄 알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어른이 된 나는 여전히 불안하고 무서우며 두려움을 갖고 있다. 나만이 아닌 모든 어른들이 인생에서는 처음인 오늘을 살아가기 때문일 것이다. 여전히 불안하고 무섭고 두려우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어르숙함, 그럼에도 어른스러움이란 테두리에서 남과 나를 판단하고 결정하며 분노하고 싸운다. 책을 읽으며 남을 판단하는 기준은 오롯이 나의 기준, 나의 상처의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을 느낀다. 여전히 미운 사람은 미운 사람이겠지만 적어도 상대를 생각하며 나 자신을 괴롭게 만드는 패턴에서는 브레이크를 잠시 밟을수 있는 계기를 준 책이 아닌가 생각한다.

 

내 또라이 천사에게 적어도 상큼하게 웃음을 날려줄 수 있는 내가 될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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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곡
윤재성 지음 / 새움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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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공무원 지망으로 공부하고 있지만 형의 날이선 걱정소리를 들어야 하던 형진은 어느날 자신의 집앞에서 무언가를 뿌리는 항공점퍼 입은 사내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이 그의 삶에서 많은 것을 앗아가고 많은 것을 바꿔놓는 순간이 되고 만다. 사내와의 실랑이 중 형진은 얼굴이 불타는 고통을 겪고 정신을 잃는다. 그리고 깨어났을 때는 이미 자신들이 살던 작은 집은 불타사라지고 그 안에서 잠들었을 어린 여동생 또한 영영 세상에서 사라지고 만다. 자신이 두 눈으로 목격하고 심지어 그 방화범에게 끔찍한 테러를 당해 얼굴까지 잃었지만 경찰들은 단순 화재사고로만 결론 내리고 형진은 그렇게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세상 속에서 홀로 노숙자로 살아간다.

그 방화범의 소행으로 보이면 앞뒤 구분하지 않고 불난 곳으로 동분서주하던 그였지만 어느새 잠잠해진 방화범으로 인해 형진은 더더욱 세상속에서 외로이 하루 하루를 벼텨나간다.

그러던 어느날 형진을 찾아온 여성은 자신을 기자라고 소개하며 형진과 그 방화사건에 대해 관심을 가지며 함께 이런 저런 조사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위험이 다가오는데...

한국의 추리소설이라고 하면 아직까지는 일본 소설보다는 독자가 탄탄하지 않다는게 나의 생각이지만 점점 많은 작가들의 노력으로 인해 한국의 추리소설도 점차 성장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화곡의 경우는 꽤 탄탄하면서도 시선이 이어지는 가독력이 있는 책이다. 정의감이 컸지만 그 정의감이 짓밟히고 야금야금 삶에게 먹혀가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형진을 통해 그럼에도 자신의 정의를 지켜야 하는 것이 타인이 아닌, 나를 위한 나를 지키는 일임을 다시금 통감한다. 부조리함을 헐뜯으면서 결국은 누구나 너도나도 하니까 부조리에 수긍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부딪혀봐야 계란에 바위치기, 깨지기만 할뿐이라는 경험을 통해 쉽게 포기해버리는 정의를 형진은 온몸으로 부딪혀 맞선다. 그 끝이 결코 행복한 해피엔딩이라고만은 할수 없기에 서글픔이 더 해지는 결말이었지만 말이다.

일본의 소설에도 [정]이란 것이 존재한다. 하지만 한국의 [정]문화와는 조금 다르다.

일본은 작게 흐느끼며 마음이 울리는 식의 스토리를 좋아한다면 한국은 대성통곡을 하며 가슴이 쩌릿하게 아플만큼 뜨거운 식의 스토리를 좋아한다는게 나의 생각이다. 뜨끈한 국밥같은 [정] 말이다.

마지막 부분에서 정혜가 울때는 왜 그리 나도 마음이 아파 눈물이 나던지..

그 사람의 모습도 모습이지만 그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그 아픔의 무게를 통감하는 부분은 참 우리네 정서란 생각이든다. 정혜라는 캐릭터 덕분에 좀더 활기차게 재밌게 스토리를 읽어내릴수 있어서 좋았다.

작은 폭력은 폭력일 뿐이야. 시정잡배나 불량 경찰들이 휘두르는.

그러나 큰 폭력은 명분이자 정의일세. 성폭행범 하나를 피땀흘려잡고 고생끝에 형을 때려봐야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수십명을 태워 죽이니 민중의 영웅이 됐네. 그들을 위애 분골쇄신할 때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지.

명분이자 정의라는 명복으로 행사되는 큰 폭력이 얼마나 잔혹한 결말을 가져오는지를 이미 우리 역사를 통해 많이 배워왔다. 폭력이 누군가의 명분이자 정의로 포장되는 것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현 사회를 살짝 비꼬아 갈아넣은 듯한 느낌도 들어서 읽는내내 많은 생각들이 들어서 좋았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을 때, 진주 방화 살해사건이 일어났다. 뉴스에 막말을 일삼은 정치인들의 이야기가 줄줄이 나왔다. 참담하면서 현실이 소설과 크게 다르지 않음에 한숨이 나온다.

형진을 통해 정의감이 영화처럼 많은 드라마틱한 해피엔딩을 주지 않는다는 현실감과 그럼에도 나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살아갈 사회를 위해 정의감을 상실하지 말아야 할 의무감을 느끼게 된다.

씁쓸하다. 그럼에도 지켜야 할 것들을 우리의 손으로 왜 지켜야 하는 것인지를 수긍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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