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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 ㅣ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3
스즈키 루리카 지음, 이소담 옮김 / 놀(다산북스) / 201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은 유달리 먹을 것에 집착해서 떨어진 물건도 주워 먹는 어떠한 사정을 품고 있는 듯한 엄마를 곁에서 지켜보는 딸의 이야기다.
딸의 이름은 하나미. 일본어를 공부한 나에게는 꽃구경, 꽃놀이로 더 해석이 익숙한 이름이었다. 하지만 한자가 조금 다른 것을 보니 뜻이 다른 이유를 알 것 같다.
명(名)과 실(實)을 겸비한 인생을 살라는 의미라지만 사실 '죽은 후에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겠는가' 라는 말에서 따왔다고 한다. 무슨 뜻이냐고 물은 딸 하나미에게 어쨌든 살아 있으라는 소리라고 말하는 엄마에겐 대체 무슨 사연이 있었던 것인지 궁금하다.
딱 보아도 범상치 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는 여인이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묘하게 모나지 않고 순둥한 느낌을 풍기는 엄마다. 상처를 안고서 모나지 않기란 어려운 법임을 지금은 알기에 소설 속 엄마의 대단함을 세삼 느끼게된다.
마트 여주인이 마트에 온 딸에게 이것 저것 챙겨주는 것을 보고 마트집 아이로 살고싶다던 하나미, 그리고 엄마가 소개받은 남성은 하나미가 그렇게 원하던 마트의 사장이었다. 드디어 마트집 딸이 되는 상상을 하던 하나미지만 역시 인생은 그리 순탄치 않다. 엄마의 소개팅이 실패한데에는 자신이 이유라고 생각하는 하나미는 자신이 없어질 생각까지 하지만 “자식이 있으면 곤란하다는 소리를 하는 남자라면 애초에 상대도 안할거라”는 겐토의 말에 풀죽은 수긍을 하고 만다.
주변의 인물들이 그리 말할 정도의 엄마라면 얼마나 대단한 엄마일까. 아니 어쩌면 엄마로서 당연한 것을 쉬이 잊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인지도 모른다.
이 책은 간결하면서 위트있고 그럼에도 동화같이 잔잔하다. 인물 하나 하나가 각자의 성격들을 잘 품고 있다.
그래서 사실 작가의 이야기를 알게되면서 놀라움이 컸다. 이제 겨우 14살, 어린 작가가 이토록 사람들의 세세함을 가슴에 잘 품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사람에 대해 안다는 것은 사람에게 관심이 없으면 어려운 일이다. 이 어린 작가가 평소에 다양한 사람들을 관심을 갖고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어려운 일이다.
12세 문학상에서 대상을 3년 연속 수상했다는 저력으로 보아도 14세에 이런 수준이라니, 일본에서 타고난 천재 소녀작가라고 불릴만 하다.
수재라고 이야기 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저 백수에 지나지 않는 윗집 아들 겐토, 엄마가 대단하다고 칭송하는 육교아래에 사는 노숙자, 아이들에게도 칼같이 인생의 쓴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선생님, 그들의 대사를 들을때마다 고스란히 지금 사회를 차곡 차곡 넣어두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아이들이 느끼는 세상은 우리가 느끼는 것과는 온도차이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절망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묘하게 평온하게 흐르는 물처럼 생각하거나 우리가 따스하게 생각하는 것을 숨막히는 공기압으로 느끼는 차이들 말이다.
그러고보니 어느새 우리나라가 일본과 이리 닮아졌을까... 어릴적에 일본의 소설을 보며 이해를 못했던 부분이 많았는데 어느새 그들의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가 된지 한참이 되어버렸다. 어린 작가가 그린 이 책속의 이야기들은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자들을 새롭게보게 해주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그저 지저분한 노숙자에 불과한 인물을 소설 속 엄마는 존경하는 사람으로 꼽았다. 하나미가 태어나기 전부터 쭈욱 20년이 넘도록 육교 아래에서 산다는 사람. 한겨울에도 한여름에도 죽었겠구나 싶으면 살아서 움직이고 있는 그 생명력과 다른사람과의 관계도 맺지 않은 상태에서 그 고독속에서도 매일 매일 살아내고 있는 사람으로 표현했다. 그러고보면 분명 그들의 삶의 의지는 뛰어나리만치 대단한 것이긴 하다. 선입견이 없으면 이렇게 생각할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그리고 꽤 주변의 인물들에게 둘러싸여 살아감에도 고독하다고 외롭다고 쓸쓸해하는 나 자신과 비교하게되며 묘한 감정을 느꼈었다.
수재였지만 백수 니트족인 겐토도 점점 하나미와 친해지며 처음의 음침함을 벗어나고 있다.
인물들 하나 하나가 생각보다 좋았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