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시아의 꽃 세트 - 전2권
김레인 지음 / 와이엠북스(YMBooks) / 2014년 11월
평점 :
품절


나는 내 몸을 조금 더 난간에 밀착했다.

앞으로 두 발짝만 더 내밀면 나는 영원히 이 완벽한 날씨와 안녕이다.
굿바이라고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굿이 붙을 정도로 가치 있는 인생이 아니었다고 생각하니까.
그러니까 그냥 바이라고 하는게 더 맞는 것 같다.


바이.

 

 

자살을 위해 난간에서 몸을 던진 그녀는 의례 겪어야 할 것이라 예상했던 통증이

느껴지지 않아 의아함으로 눈을 떴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보며 비명을 지르는....왜인지 메이드복을 입은 사람....

 

아가씨가 깨어나셨어요!...

 

깨어나 거울을 들여다보니 자신의 얼굴은 온데간데 없고

붉은 머리카락에 붉은 눈을 한 아름다운 여인이 거울 속에 들어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모두 치렁치렁 불편해보이기까지 한 화려한 드레스를 걸치고 있다.

 

프렌시아라는 이 곳은 마계란다.
그렇다는 것은 다들 마족이란 이야기가 된다..게다가....자신은 마녀란다...
그것도..몇 안되는 순수혈통의 마녀란다..
어떨떨한 마음을 추스리기도 전에 만난 부모님은 그런 자신에게 왕께서 반려를 찾는다 하시니

당장 내일 궁으로 가라 명한다..
상황판단도 안된 상황에 왕궁에 들어가라니...
게다가 반려를 찾기 위해 전국의 마녀들이 모인다고 한다...

궁으로 가는 방법은 마법 게이트를 이용한 탤레포트.
궁금증에 그녀는 밤에 게이트를 향해 혼자 길을 나서고
한참 지하를 내려가다 심한 추위를 느끼게되고 그런 상황에 텔레포트가 되어

알수없는 새로운 방에 도착하게 된다.
너무나 심한 추위에 판단력이 흐려진 그녀는 일단 침대에 몸을 눕히고 잠을 청한다.

 

아침으로 예상되어 눈을 떠보니 왠 낯선 사내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와 대화하던 도중 소환당해 다시 원래의 집으로 되돌아오게된다.


 

마법사에 의해 소환되어 돌아온 그녀는 입궁을 하게 되고

곧바로 그 곳에 모인 다른 마녀들과 반려자 시험에 참가하게 된다.

하늘 위 날아다니는 악마들이 많은 마녀들 중 한명씩만 안고 하늘로 올라간다,.

 

제 목표는 안전귀가요

 

라며 꽤 당돌한 대답을 했음에도 그녀를 선택한 악마는 장난스런 웃음을 지으며

그녀를 안고 하늘로 날아오른다.

이때부터 레아(인간일때의 이름은 사빈)의 마계왕 반려자 마녀 테스트가 시작된다.

 


이 책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은 마녀판 혹은 로맨스판타지판 해리포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녀와 다른 마녀들이 왕궁안에서 수업이란 명칭하에 테스트를 거친다.
꽤나 흥미로운 세계관과 테스트들 그리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다수 쏟아져나온다.
500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이지만 1권을 읽는데 걸린 시간은 만 하루가 다 지나지 않았다.
아마 판타지를 꽤나 좋아해서 자주 접하는 나이기에 좀더 쉽게 책장이 넘어간게 아닐까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여러모로 꽤나 흥미롭고 작가가 꽤나 재미있는 세계를 만들어냈다는게 나의 생각이다.

그리고 일단 나의 취향과 잘 맞는 책이다.

 

로맨스 소설인만큼 주인공 레아의 연애전선도 펼쳐진다.
그 주인공은 바로 입궁 전날 레아가 잠들었던 침대의 주인.
나는 이 연애전선을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거대한 맹수가 다가와 나에게...... 꾹꾹이를 했다....

 

(꾹꾹이란 고양이가 어릴적 어미젖이 잘 나오라고 발로 어미배를 꾹꾹 누르는 것.
흔히 집고양이들이 성묘가 되어서도 주인에게 애정공세를 하거나 기분이 좋을때 사람의 몸

혹은 옷 등에 꾹꾹 발로 누르는 것을 말한다. 일명 고양이 맛사지) 
진짜 꾹꾹이를 했다는 것이 아니라 그의 행동을 보며 떠오른 것이 꾹꾹이였다.


어딘가 모르게 맹한 구석이 있는 여주 레아와 그런 레아를 아껴주려 노력하는 거대한 맹수같은 사내의

어딘가 모르게 귀여운 애정공세 모습.
그리고 많은 마녀들과 그런 마녀들을 가르치고 있는 마법사들의 이야기.

 

이 소설을 읽으실 독자들 중 판타지풍의 이름이 약하거나 많은 캐릭터가 나오는 소설이 힘든 분들은
미리 메모지를 챙겨두면 조금 편하게 이 소설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한다.
총 2권인 이 책에서 1권에 꽤 많은 등장인물들이 나오기 때문에 다소 헷갈릴수 있기 때문이다.
캐릭터들을 제대로 느끼며 읽기 위해선 메모라는 약간의 불편함을 조금은 감수해주시기 바란다.

 

개인적으로 가장 위험한 맹수같은 사내가 여자옆에서 은근슬쩍 귀염을 떠는 모습도

(난 개인적으로 이런 부분을 꾹꾹이 시전이라고 부르고 싶다) 참 마음에 들지만
여주 레아에게 늘 안내방송(?)을 해주는 고마운 알바생(?) 에리카도 마음에 든다.
남자임에도 여성스러운 이름에 분홍색 머리카락을 지닌 그는 엘리트적인 모습이지만 다소 귀엽기도 하고
왜인지 그의 행동들이 상상이 되는 것 같아서 마음에 든다.

이 책을 읽으시는 분들은 각각의 애정캐릭터가 생기지 않을까.

 

진지하고 어른들의 아름다운 로맨스를 상상하시는 분들에게는 가벼워서 다소 취향에 안 맞을지도 모르겠지만
해리포터와 같은 느낌으로 읽는다면 충분히 즐겁게 읽으실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꽤나 귀엽고 재미있으며 어느 부분에선 콧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재밌게 술술 읽어내린 1권을 덮고 이제 2권을 집어 들어야겠다.

과연 2권에서는 또 얼마나 캐릭터들이 많은 매력을 터트려줄까.
 

(원래는 2권까지 다 읽고 리뷰를 쓰려했으나, 나름 마음에 든 작품으로 재미있는 이 소설을

빨리 소개해드리고 싶어서 1권 리뷰를 먼저 올립니다. 2권 리뷰도 다 읽는 대로 올리겠습니다)

 

 

본 리뷰는 와이엠북스가 로사사에 진행한 <프렌시아의 꽃>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자유롭게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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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 웃었다 5
류재빈 지음 / 파피루스(디앤씨미디어)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또다시 시작된 세 사람의 사막한 사막여행길..

그들이 도착한 나라는 수국. 라야의 어머니의 일기장에 있던 그 수국.

어린시절 어머니가 닿았던 그 길을 라야가 새로이 닿았다.

가장 늦은 나이에 군석이 열린 늙은 왕이 평온히 다스리는 평화로운 나라 수국.

온천이 뿜어져나와 많은 외지인이 몰려오기도 하는 이 수국에서 세 사람은 잠시 휴식을 취하며 여행의 정비를 하기로 한다.

온천에서 벌어진 아기에의 기해를 향한 일방적인 폭행과 그에 화가 난 라야.

그리고 라야와 아기에의 침묵의 싸움. 그 싸움에서 눈치만 보는 안타까운 어린 기해.

잔뜩 짜증이 나 있던 그들에게 갑작스레 나타난 무사들은 마을을 뒤지고 다니며 귀하신 분을 찾고 있는데..

귀찮은 일에 엮이기 싫은 라야는 서둘러 일행들과 짐을 꾸려 마을을 나가려하지만 사고를 만들기도 잘하고 사고를 잘 끌어당기는 아기에 탓인지 원치 않는 그 귀하신 분을 만나게 된다.

마을을 빠져나가게 도와달라는 그의 부탁에 일행이 있어 거절을 한 라야.

그러자 소리를 지르며 이 사람이 날 납치했다!’ 라는 거짓으로 무사를 끌어모은 그와..

결국 어쩔수없이 그를 데리고 마을을 도망치게 되는 라야.

어째 처음만난 사람에게도 느낌이왔다라는 이유만으로 강제에 가까운 도움을 빌려줘야하는 라야의 신세가 웃기면서도 서글펐다.

사막을 헤쳐나가던 세사람과 어쩔수없이 일행이 된 귀하신 분’.

그리고 그 귀하신 분과 아기에가 겪는 마찰들.

그렇게 즐거운 이야기들로 5권에 쉴 새 없이 빠져들었다.

5권의 끝은 독자인 나에겐 충격이였다 특히나 라야를 애정하는 캐릭으로 삼고 있던 나에게는...나같은 독자들이 여럿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발......6권이 빨리 나와서 이 마음을 어서 해결해주기를!..........

작가님은 어떨지 모르지만...나에게 왕웃의 주인공은.....라야!..란 말입니다...............

혼돈속에 책장을 덮고....머릿속에 떠오르는 라야는? 라야는?....’ 단어만 반복했던 밤이었다....

 

6권...6권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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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연꽃 세트 - 전2권 블랙 라벨 클럽 11
전은정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시살문. 죽은 이의 머리에 손을 얹고 죽은이의 생전 기억을 읽어낸다는
신이내린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을 일컸는 말이나,
또 한편으로는 시신에 손을 댄다는 의미에서 불길하고 천대받은
천한 신분의 사람이기도 하다.
그런 시살문 중에서도 가히 더 특별한 능력을 타고나며
여자의 몸으로 태어난다는 가시연꽃.
가연은 그런 가시연꽃으로 태어난 가련한 연꽃이었다.

성건은 최근 일어난 잔혹한 여성살인사건을 밝혀내기 위해
비밀리에 시살문의 거처로 오게 된다.
나라에서는 엄연히 금지되어 있고 사람들의 시선으로는 거짓말쟁이
시체를 파먹는 불길한 사람으로 오인되어 있는 시살문을
비밀리에 포도청으로 대려와 최근 일어나는 여성살인사건에 대해 알아내고자 함이었다. 

그러나 시살문이라는 존재는 비밀에 부쳐야 할 만큼 큰 위험이 따른다.
자신의 예상과 다르게도 아름답고 단아한 여인의 몸인 가연을
그런 위험한 일에 데려갈수 없다며 다른이를 내놓아달라 하지만  
시살문의 수장 최형도는 그녀뿐이며 그녀의 능력은 뛰어나니 걱정없다며
그녀이외에는 아무도 내어줄수 없다고 말한다.
결국 어쩔수 없이 가연을 데리고 내려오는 성건은 차츰 그녀의 능력을 하나 둘 눈으로 확인하게 된다.

어릴적 얼굴도 보지 못했던 정혼자가 죽고, 계모 밑에서 학대와 핍박을 받으며 자란 성건은
나이가 찼음에도 여인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을 정도로 여인에게 관심이 없지만
가연. 그녀에게는 왜인지 시선이 간다.
자신도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성건은 가연에게 빠져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마음 또한 가연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시살문이라는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면 감히 그를 원할수도 없는
처지가 안타깝고 원망스러웠다.
근처에 있지만 만날 수 없이 그리워만 해야하는 자신의 부모와 오라비들.
그런 서러움 또한 시살문으로 태어난 운명 탓이었다.

여성을 잔혹하게 강간하고 살해한 범인. 하지만 누구인지 알수 없는
호랑이탈을 쓴 범인 "괴물"을 찾아내기 위해
가시연꽃인 가연과 성건 그리고 그들과 함께 있는 이들이
끝이 없을 것 같은 추격을 시작한다.
그 추격사이에 피어나는 성건과 가연의 애잔한 사랑과 각자의 슬픈 과거사.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소설은 내가 좋아하는 모든 분야를 한대 묶어놓은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든다.
추리소설, 판타지 소설, 시대극 소설, 로맨스소설 이 모든 장르를 좋아하는 나에게
이 책은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해주는 고마운 소설이었다.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인 "괴물"을 찾아내기 위해 추격을 벌이는 그들과
그런 그들이 우습다는 듯 점점 대담해지는 괴물의 범죄.
시대극이라는 배경속에서 판타지라는 설정이 적절히
추리속에 녹아있으며 그 사이에 로맨스또한 지루하지 않게 펼쳐진다.

성건의 몸종이었지만 현재는 성건과 함께 포도청에서 일하는 포교가 된 주언은 
몸종이었던 만큼 눈치가 빨라 성건과 가연의 상황을 눈치채지만 
눈치없이 성건앞에서 가연과 허물없이 지내는 다른이들을 보며 성건의
날카로운 눈빛을 어찌 모를수가 있느나며 혼자 속으로 그들을 타박한다.
소설내에서 감초역활을 하는 주언은 덩치큰 사내답지 않게 귀여운 구석을 쏙쏙히 보여주는 인물이었다.  
그러니 이 소설에는 약간의 코믹요소도 가미되어 있는 셈이다


괴물이라는 큰 범죄 이외에도 에피소드처럼 작은 사건들이 계속 일어나면서 지루할 틈이 없는 책이었다.
에피소드들이 생소한 이야기가 아닌, 주위에 뉴스에서 접하는 사건들이 많아서인지
다시금 당시 경악하고 슬퍼했던 사건들을 되집어 보고 잊지 않게 해주는거 같아 고맙기도 했다.
특히 계모가 아이를 일부러 죽이려 해놓고 아이가 실종됐다며 거짓 눈물을 흘리던 모습...
예전에 울산 계모사건을 다시금 떠올려주었다. 
아이를 죽여 증거를 없애려 태우기 까지 한 계모는 한 방송에서 울며 아이를 찾아달라 했었다.....
작은 에피소드 범죄들까지 하나하나 몰입해서 볼 수 있는 소설로 나의 스타일에는
꽤나 맞춤이라고 할 정도로 마음에 드는 책이었다.

성건과 가연이 사랑하는 주위 사람들 속에서 어떻게 맺어지는지 
과연 범인 "괴물"은 누구이며 어떻게 물리칠 것인지
2권이라는 길듯 짧을 듯한 이 책속에서 다른 독자들도 한바탕 즐겨보길 바라는 마음이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이 드라마화가 된다면 해품달처럼 꽤나 좋은 작품이 될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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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에 걸린 장자
서야 지음 / 청어람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아홉칸의 위용을 자랑하는 계휜당의 종손 임위.

처음 본 갓 태어난 아이가 궁금해 고개를 내밀고 바라본 어린 위는

무슨 저렇게 못난 아이가 있을 수 있나 싶었다.

나중에 젖살이 오르고 제법 토실해지면 예뻐지기도 한다는 말에

위는 늘 은목이 언제쯤이면 예뻐질까 궁금해하며 그녀를 살폈다.

 

동네에서 제일가는 골목대장 은목이 또래들과 즐거이 뛰어 놀며 짓는

캬루룩 캬륵 캬륵 특이한 웃음소리.

그 웃음소리에 저절로 시선이 가는 위.

아마도 위의 사랑은 이미 그때 심어져 있었나보다.

 

 

현대 삶 속에서도 전통을 지킨다는 이념으로 살아가는 종가의 가문에서

위는 일찍 여읜 아버지를 대신해 종손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어린 시절부터 올곧고 반듯하게 종손의 역할을 하며 자란다.

자신보다 나이 많은 어른들을 상대하면서도 위는 한 점 주눅 듬이 없이

자신의 소신껏 가문을 돌본다.

그러면서도 젊디 젊은 위의 가슴에 피어나는 은목을 향한 사랑.

 

현대의 사랑처럼 금세 찾아와 불꽃처럼 타올라버리는 사랑이 아닌,

은은한 양반의 절개처럼 올곧고 예의바른 그의 사랑은 바람처럼 자유로운 은목을 향해

점차 깊이를 더해가며 뻗어간다.

젊디 젊은 청년이라지만 노인처럼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어려운 말만 골라하는 위를

은목은 왜인지 자꾸 마음이 쓰인다. 숨길 듯 숨겨지지 못하는 그의 외로움과 서글픔이

은목에게 짠하게 다가와 왜인지 가만둘 수 없다.

 

소태처럼 짠 자신의 김치전도 잘만 먹어주고,

불어터져 버린 국물이 있는 게 신기한 라면도 잘만 먹어주는 그이 곁에

있고 싶으면서도 무서워 달아나고 싶다.

종가의 맏며느리 종부. 그 위치가 얼마나 어렵고 무거운 길인지 아는 은목...

그리고 역시 그 종부라는 힘겨운 길을 밟아 달라 말할 수 없는 위.

 

 

사실 처음에는 읽으면서 위의 말투도 말투지만 익숙하지 않은 위쪽 지방의 사투리에 힘겨웠다. ...다른 사람들이 경상도 사투리가 나오는 책을 읽으면 이런 느낌이겠구나.

하고 실감하게 되어 왜인지 미안함도 앞섰다.

하지만 점차 사투리에도, 위의 말투에도 익숙해지며 책에 집중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몰입도가 높은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요 부분까지만 읽고 화장실가야지...하다가도 어느새 그 페이지를 넘어

다음 페이지를 읽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면서 의외로 이런 잔잔하면서

진지한 책이 나에게도 꽤나 맞는구나 싶었다.

남녀 주인공 모두가 사랑스러운 소설이 아닌가 싶다.

소탈하면서도 귀엽고 재미있는 은목과 얌전하면서도 사랑하는 이 앞에서는

질투도 할줄 아는 위. 아직 제 것이 되지 못한 은목,

마음에만 품은 은목임에도 질투를 하는 위의 모습은 꽤나 귀여운 구석이 있었다.

 

거기에다 종손 위를 존경하며 모시는 어린 창수가 은목을 마땅찮아하며

아줌씨라고 부르며 은근슬쩍 디스(?)하며 투닥투닥 하는 모습이 여간 귀여운 것이 아니었다.

내가 은목이였다면 뒷목잡고 쓰러졌겠지만 읽는 입장인지라

위처럼 입꼬리를 슬쩍 올리며 웃었다.

현대물이면서도 시대물같기도 한 이 소설은 꽤 특이한 소설이란 느낌이 들었다.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잘 지어진 무대의 소설이란 느낌이 들었다.

특히 위는 개인적으로 최근 읽은 소설의 남주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인물이었다.

 

심부름 갔던 집에서 갓 태어난 아기에게 청실홍실을 엮어 나온 사내아이의 사랑.

양반의 절개처럼 지고지순하게 한 사람만을 마음에 품어온 그 사내의 이야기가

산수화처럼 고요하고 은은하게 빛난다.

 

 진지하고 달달한 얌전한 책이 취향이 아니신분들에게는 좀 어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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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 요시키 형사 시리즈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엮음 / 시공사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추운 겨울.

얼음공기와 눈송이를 가르며 달리던 기차안에서

키작은 피에로가 사람들에게 인사하며 춤을 추며 이동한다.
무관심하게 그를 지켜보다 잠이들기 위해 눈을 감은 순간 불연듯 들려온 총탄소리.
그리고 그 총탄소리를 따라 간 좁은 기차의 화장실 안에는 아까의 그 피에로가

자살을 한 듯 변기위에 쓰러져있다.
...


 

한편의 기이한 이야기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매우 기이하고 음침한 분위기를 풍긴다.

 

상황은 바뀌어 키가 150정도 밖에 되지 않는 한 노인이

지하철에서 웃는것도 우는것도 아닌 요상한 표정으로 하모니카를 분다.
한사람 한사람에게 인사를 하며 하모니카를 불며 칸을 이동하던 노인은

이윽고 지하철을 나와 한 골목에서 잡화점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노인이 다시 나오는 뒤로 여주인은 소비세 12엔을 내지 않았다며

그 뒤를 뒤따르며 소비세를 내라고 소리친다.
주인과 노인은 엉켜서 넘어지고 주위에 있던 많은 사람들속에서 여주인은

가슴에 칼이 꽃힌채 몸을 떨며 죽어갔다.

현장에서 잡힌 노인.
치매를 앓고 있는 것인지 아무리 형사들이 질문을 해대도

그는 똑같은 자세로 허리를 굽히며 고개만 끄덕일 뿐이다.

소비세 12엔을 내기 싫어 여주인을 살해했다는 조금은 황당한 사건 경위...


그런데 그 사건에 의문을 가지게 되는 형사 요시키는 상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독단적으로 노인과 여주인을 조사해나간다.
그리고 밝혀지는 노인과 여주인의 연관성.
그리고 피에로의 이야기가 적힌 기괴한 소설이 사실 예전에 일어났던 한 열차사고의

실제사건을 바탕으로 지어진 소설임을 알게된다.

여주인을 죽인 나메카와라는 부랑자 노인의 정체를 찾아가던 요시키는

사실 나메카와가 일본인이 아니며 한국인 여태영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제목을 보고 처음에 이 소설이 과연 추리소설일까? 라는 의문을 가졌었다.
처음부터 시작되는 기괴한 괴담같은 이야기가 강렬해 꽤나 인상깊은 책이라고 생각되었다.
경찰이란 민중의 든든한 수호자라는 신임을 얻기 위해, 그리고 사건에 대한 신속한 해결을 위해

가끔은 강압적인 결단으로 마무리짓는 형사들..
살인자라는 것은 변함이 없으니 살해동기야 어찌되었든 해결하면 그만이라며

사건을 종결시키려는 상부에 맞서
같은 살인이라도 살해동기에 따라 판결이 달라지는 만큼 동기가 중요하다는

요시키 형사의 열혈한 추적은 그렇게 시작된다.
다소 형사, 경찰계에서는 이단적인 방항아일지 몰라도 그의 굳건한 정의는 꽤나 멋지게 다가왔다.


일본식 이름의 지역명이나 기차명은 어려웠지만 꽤나 묘사력이 뛰어나서인지

지루하지 않고 깊게 빠져 읽었던 것 같다.

 

다른 리뷰를 먼저 알아본 후 구매한 책인데
사실 이 책을 구매하게 된 가장 큰 동기는
일본에 의해 강제로 사할린에 끌려가 강제노동을 당한 한국인을 소재로 했다는 점이었다.
전쟁에 관한 역사를 학창시절 교사로부터 들었던 기억이 꽤나 강렬했던 이유로

이런 소재의 이야기는 언제나 나를 강하게 끌어당긴다.

예전 어느 유명프로그램에서 사할린에 거주하는 한국 노인들을 찾아가

그들의 고통과 향수를 달래주던 방송이 있었다.
이미 백발이 성성하고 깊게 패인 주름속에서도 노인들은 한국에서 방문한 사람들 이라는

그 하나의 이유만으로도 눈물을 흘리며 반가워했다.
한국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몸이 되어 제2의 고향처럼 그 춥고 열악한 곳에서

터전을 잡고 평생을 살아온 노인들.

 

이 소설은 일본소설임에도 그 이야기를 담담하면서도 죄스러운 마음으로 담아내고 있었다.

아직도 사할린에는 4만명이 넘는 한국인이 살아가고 있다.

소설을 읽는 동안 작가가 사할린의 한국인들,
강제징용되어 강제노역에 시달린 후, 일본의 패전으로 인해 그곳에 덩그러니 버려진

그들에 대한 강렬한 속죄의 마음이 느껴져서 왜인지 슬프면서도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일본인 작가가 소설로 쓰면서까지 이 역사에 관심과 속죄를 갖고 있구나 하는 마음에...

역사왜곡, 일본강제성노예할머니들의 문제로 말이 많은 일본이지만

그래도 사회 곳곳에 아직 존재하고 있는  이른바 양심파 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그리고 일본의 작가라는 한 인물이 사회의 비난을 무릎쓰고 써준 이 소설이 고맙게 느껴진다.
아마 이 소설이 출간되고 극우파들로 인해 작가는 꽤나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덮으려해도 과거는 이미 일어난 역사이기에 지울수 없고,
시대상 전쟁이라는 울타리가 있었다고 해도 인간이 인간에게 저지른 참혹한 진실은
전쟁 이후에는 필히 부끄러운 속죄되었어야할 문제라는 기본 바탕을 심어둔 이 소설이

나는 참 마음에 든다.

 

추리소설임에도 마지막에는 눈물이 나게 만들었던 소설.
여태영 노인은 그 많은 세월동안 얼마나 차가운 고통속에서 떠돌았을까......
사할린에는 아직도 이태영과 같은 4만명의 한국인 노인들이 남아 있다.......

 


[사할린에는 지금도 일본인이 강제로 보내 노동을 시킨 조선인이

4만명 이상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짓을 한 일본인은 모르는 척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전쟁 탓이라고 해도 변명이 되지 않습니다.
이런 도리에 어긋난 일들을 해결하지 않으면 일본은

진정한 일등 국가가 못 될 거라 생각합니다.
이런식으로 말하면 화를 내는 일본인도 있지만 저는 정말로

일본인을 위해서 그렇게 생각합니다.

...

그 외에도 정신대라고 하면서 마찬가지로 경관이 조선인 부녀자를 그러모아

여관의 식모 등으로 속여 전선에 위안부로 보내는 일도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 무렵 조선은 그런 시대였습니다.

저도 전선에서 이런 위안부를 안은 적이 있습니다. 터무니없는 짓을 한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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