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나무의 여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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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성 웅성 여러 사람들이 모여 '어서오세요' 와 같이 서로 인사를 건내는 약간의 소란스러움과

또각 또각 신발이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는 어느 작은 발표회장을 상상해 볼 수 있나요?

이 소설은 왜 이들이 이 발표회에 모이게 되었는지, 그 여정의 시작점에서 부터 시작됩니다.

기도를 듣고 기도를 들려주기도 하는 신비한 녹나무가 있는 신사.

그곳에서 종무소에 근무하는 레이토는 어느날 신사에서 시를 판매하려는 한 여고생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시집을 무전습득을 하려던 구메다 고사쿠도 만나게 됩니다.

마을에 일어난 자택 강도 상해 사건으로 분위기는 뒤숭숭해지지만 이곳만은 조금 다른 분위기를 띕니다.

우연히 인지장애모임에서 만나게 된 기억을 매일 잃는 소년 모토야는 레이토를 만나러 간 녹나무 신사에서

여고생 유키나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녀와 함께 녹나무를 모델로 그림동화를 합작하게 됩니다.

그 합작품이 낭독을 통해 발표회에 소개되는 자리가 첫문장의 장소입니다.

히가시노게이고는 추리소설가로 알려져 있고, 그의 초창기 소설들은 추리소설이라는 장르로 소개되어 왔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정통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그의 소설들이 다소 불명확한 느낌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독특함과 작가만의 고유한 따스한 느낌의 이야기로 또 다른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사실 이 책의 분류는 추리소설이 아닌 일본소설입니다. 일찌감치 범인의 윤곽이 드러나게 됩니다.

작가가, 이 소설이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범인도 사건의 이야기도 아닙니다. 그 너머에 있는 삶의 이야기입니다.

경도인지장애를 가진 레이토의 이모 치후네, 그리고 그런 치후네의 치료를 위해 나간 인지장애모임에서 만난

소년 모토야의 이야기를 통해 내일을 걸어가는 우리들의 방향성을 이야기 하고 싶었던 소설이라 생각합니다.

불과 몇달 전 사랑하는 이모를 떠나 보냈습니다.

(생전 마지막 시기에는 같이 시간을 보내지 않은 조카가 '사랑하는'이라는 문장을 써도 되는지 자책감이 듭니다.)

치매 증세를 보이던 이모의 마지막은 공허한듯 신기한 듯 나를 보던 갓난 아이같았던 눈동자였습니다.

인지장애, 치매와 같은 병을 앓는 이들의 표정이나 눈동자는 조금 묘한 느낌이 있습니다.

마치 처음 보는 세계나 세상을 마주한 아이같은 느낌이 있습니다. 불안함에 조금은 어색해하면서도 아이들이

가지는 호기심 어린 표정이 깃들어 있고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공허함도 들어 있습니다.

소설 속 치후네를 보며 자꾸만 그녀의 모습을 떠올리고 맙니다.

소설을 읽으며 평범한 이들의 표정이 어땠는지를 생각해보았습니다.

내일을 향한 불안함, 깊은 갈망, 초조함, 때로는 만족감 등이 들어 있는 표정이 있기도 할 겁니다.

그런 초조함 조차도 삶이었구나, 그래 우리 모두가 미래에 대한 초조함 두려움을 가지고 있구나.

미래를 위해 지금이 초조하고 불행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 행복해야 미래가 있구나를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많은 것들을 체념하더라도 우리가 절대 체념하지 말아야 할 것은 '지금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순간' 입니다.

오늘의 나는 얼마나 행복한 시간을 보냈는지 반성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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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특수청소부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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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청소부라는 직업이 지금은 조금 사람들에게 익숙해진 것 같다. 생각해보면 살인 또는 고독사로 엉망이 된 집을 정리하는 것이 일반적인 사람들에게는 쉽지 않을 일이다. 경찰들 중에서도 사건 현장을 살필 때 심각한 현장의 모습에 트라우마가 남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일반인들은 전혀 예상도 상상도 하지 못할 냄새를 맡는다고 한다. 용감한 형사들과 같은 프로그램을 자주 보는데 프로파일러들과 형사들은 시취(시체의 냄새)를 잘 알고 있어서 조금만 세어 나오는 냄새 만으로도 그것이 시취인지를 단번에 알아챈다고 한다. 책에도 나와있지만 시취는 쉬이 사라지지 않아서 입고 있던 옷을 버려야 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한다. 시신이나 사건현장을 마주하는 직업군이란 것이 절대 쉬이 생각할 직업군이 아닌 것이다.


이 소설에는 사망한 4명의 인물을 두고 각자의 사연을 들려준다. 사망한 이들에게는 값지든 값진 것이 아니든 각자가 남긴 유산이 존재한다. 유산을 대하는 유족들을 보며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벗어나고 싶었던 어머니의 곁을 죽어서도 벗어나지 못하게 된 고인이나 평생을 일군 재산을 물려주는데에 고심을 거듭했을 노인, 꿈을 꾸었지만 세상에 꿈을 제대로 펼쳐 보지 못한 뮤지션 그리고 방탕한 생활을 영위한 벤쳐기업인 각자 다양한 연령 성별 그리고 직업군이다. 개인적으로 뮤지션과 어머니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던 여성의 사연이 기억에 남는다.


유퀴즈에 실제 특수 청소 일을 하는 분이 나온적이 있는데 어느 노인의 집을 정리하던 중 유족인 자녀들이 신발을 신고 들어와 노인이 남겼을 금반지를 찾겠다며 들쑤시던 일화를 말해주었다. 노인의 사진이 든 작은 액자를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었을때 그들은 가차없이 폐기를 요청했으나 그 액자 속에 통장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 자녀들이 자신의 사진은 챙겨갈 것이니 통장을 찾을것이라는 생각이셨을 거라는 그분의 말이 기억이 난다. 그 비슷한 사연이 책에 있었기에 더더욱 떠올랐던 것 같다.


많은 죽음들이 주변에 존재한다. 나이가 어리지 않다보니 주변에 세상을 떠난 이들이 많아서 가벼이 읽히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이 책을 읽던 시기에 큰이모가 돌아가셨다. 결혼한 아들 딸과 떨어져 홀로 지내셨는데 몸이 불편해지셔서 친척언니가 모시고 올라갔다고 한다. 이모는 뭐가 그리 급하셨는지 언니 곁에 살게 된 지 만 하루도 안되서 저녁을 드시고는 조용히 길을 떠나셨다고 한다. 홀로 고독하게 가신게 아니라고 그나마 위안을 할수 있어 다행이었지만 언니는 직접 이모가 홀로 지내시던 작은 아파트를 정리해야 했기에 그 슬픔을 헤아리기가 조금 힘이 들었다.


살아가는 동안에 무엇을 가질 것이고 돌아갈 때에는 무엇을 남기고 갈 것인가.


"내가 태어났을 때 나는 울었고 내 주변의 모든 사람은 웃고 즐거워 하였다.

내가 내 몸을 떠날 때 나는 웃었고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울고 괴로워하였다."


티벳의 속담이라고 한다. 떠나갈 때 사랑하는 이들이 슬퍼할 정도로 내가 그들에게 온전한 사랑을 주었다면, 그래서 나는 아쉬움 없이 웃으며 떠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삶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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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귄, 항해하는 글쓰기 - 망망대해를 헤매는 고독한 작가를 위한, 르 귄의 글쓰기 워크숍
어슐러 K. 르 귄 지음, 김보은 옮김 / 비아북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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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슐러라는 작가는 잘 몰라도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는 팬이라면 바람의 열두방향이라는 책을 들어봤을 것이다.

방탄 소년단을 잘 몰라서 잘 모르겠다고 한다면 어스시의 마법사는 어떨까? 지브리의 애니메이션 영화 게드전기의 모티브가 된 소설이 바로 어스시의 마법사다. 판타지 중에서도 꽤 계보가 거슬러 올라가는 옛문학이지만 꾸준히 사랑 받는 어스시 전작의 작가가 어슐러 k 르귄이다. 그래서 구입해 읽게 된 책인데 사실 좀 어려웠던 것 같다.

인류학자인 아버지와 인류학과 심리학을 공부한 작가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작가는 문학이라는 것이 인생의 가장 큰 친구였을 것이다. 자연스레 삶에 속해있던 문학과 글쓰기여서 일까, 일반적인 나에게는 한번만 읽고서 이해하기에 벅찬 느낌이 있다. 어딘가에서 글을 쓰는 초심자에게는 진입장벽이 높을수 있다라는 글을 본 것 같은데 확실히 어느정도 숙달된 이들에게는 좀 더 편하게 도움이 될 거 같다. 너무 쉽게만 나온 기존 글쓰기 책들이 지루하게 느껴지는 이들에겐 환영받을 것 같다. 이제는 더이상 작가의 글을 접할수 없고 작가가 들려주는 글쓰기의 강연을 들을 수 없다는 점에서 소중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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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마지막 가르침 - 삶의 자유를 위한 부의 알고리즘
다우치 마나부 지음, 김슬기 옮김 / 북모먼트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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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이라던가 폴 시어드의 '돈의 권력' 같은 경제관을 말해주는 대학교재 느낌의 서적일 거라 막연히 생각하며 첫 장을 펼쳤다. 그리고는 당황했다. 어...보스? 어린아이가 왜 보스를 만나지? 배경이 뭔가 현실적이지 않은데? 하며 책장에서 책을 잘못 꺼내 헷갈리고 있는 것인가 표지를 다시 살펴보았다.(나는 책을 북커버로 씌워놓고 책을 읽기에 북커버를 풀어 표지를 확인했다.) '부자의 마지막 가르침'. 그리고 뒷면을 보았다. '이토록 가슴에 와닿는 돈 이야기는 처음이다!.' 내가 경제 도서에 관한 고정 관념을 얼마나 강하게 갖고 있었는지를 깨닫고서야 가벼워진 마음으로 책을 읽어 내려갔다.


'돈너머의 연구소'에 있는 보스가 들려주는 돈 이야기를 따라가며, 우리가 흔하게 생각할 수 있는 돈의 가치를 다시금 정리해보고 몰랐던 돈의 역사까지 알아가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금화 또는 금전, 금덩이와 은덩이가 물건의 값으로 오고가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의 금도 그처럼 재물에 속하지만 지금은 물건을 주고 받을때 당연하다는 듯 지폐를 사용한다. 그마저도 사실 요즘은 통용되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는 가상의 화폐가 기계를 통해 이리로 갔다가 저리로 간다. 금화 대신 지폐가 지금처럼 통용되기 위해 거쳐온 과도기를 보며 그 당시에는 꽤나 의심들이 많았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이야 현금이 당연히 돈인 시대이지만 자신의 소중한 금덩이를 종이와 바꿔야 했던 그 시기에 사람들은 얼마나 불안함을 느꼈을까. 솔직히 나였다면 처음에 사기를 당하는게 아닐까 생각했을 것 같다. 내 소중한 금화! 금덩이! 금덩이는 지금도 너무나 소중하지 않은가!


아이들이 학습에 도움을 얻고자 학습만화를 읽는게 이런 기분일까?

경제학에 관한 내용을 소설로 풀어 읽게 되니 어렵지 않게 읽혀서 장벽이 낮아진 기분이다.

대학 교재처럼 어려운 경제도서는 사실 읽으면서도 머릿속이 얽히는 기분을 다들 경험했으리라 생각한다.

하이퍼인플레이션 이야기는 예전에 들은 일화를 하나 기억하고 있는 것이 있다.

벽지를 사는 값보다 차라리 현금 지폐를 벽에 바르는게 더 효율적이고 저렴하다라는 것이다.

빵한조각을 사기 위해 카트 하나에 현금을 산처럼 쌓아서 가져가야 하는 것처럼 화폐가 화폐로서의 편의성을 잃은 상황은 결국 경제와 화폐 붕괴로 이어지는게 아니겠는가.


때론 돈이 인생에서 원수가 되기도 하고 은혜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사람의 상황에 따른 것일 뿐 사실 돈은 그저 그 자리에서 종이지폐로 존재하기만 할 뿐이다. 돈에게 어떠한 가치가 부여되는지는 돈을 사용하는 사회와 사용자에게 달려 있다. 돈을 많이 벌고 싶으면 이렇게 벌어라라는 방식의 경제학이 아니라 이 사회에서 돈의 흐름이 어떻게 가야하는지 돈의 가치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를 생각해볼수 있는 책인 것 같다.


가볍게 소설 한 권 읽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는 경제학 도서라, 장벽이 높은 경제학 이런 류의 도서는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든다 하는 분도 편한 마음으로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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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속의 유괴 붉은 박물관 시리즈 2
오야마 세이이치로 지음, 한수진 옮김 / 리드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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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 사건이면서 동시에 시효가 끝난, 사법상 죄를 더이상은 물을 수 없게 된 사건들이 모여있는 범죄 자료관에서 일하게 된 두 인물이 사건의 내막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다룬 범죄 추리 소설이다.

한동안 붉은 박물관이라는 책이 온라인 서점에 계속 뜨던 일이 기억나는데, 그 소설의 동일 작가라고 한다. 그 시리즈에 나온 인물을 토대로 연작으로 이어진 시리즈 같은데 아직 붉은 박물관은 읽어보지 못했다. 설녀로 불리는 주인공을 좀 더 알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전작도 읽어봐야 할 것 같다.

황혼의 옥상에서, 연화, 죽음을 10으로 나눈다, 고독한 용의자, 기억 속의 유괴 이 다섯편의 스토리가 단편으로 이루어져있는데 기억 속의 유괴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역시 그런 이유로 이 책의 제목을 거머 쥔 타이틀이 아닐까.

사실 이런 류의 내용을 볼때마다 내가 부모가 되었다면 과연 어떤 부모가 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주변의 지인들이 부모가 되어가는 과정 그리고 사회적으로 여러가지 사건이 터지는 아동학대를 마주하며 이상적인 부모와 현실적인 부모가 되었을 때의 차이가 상당히 괴리감이 느끼게 하는 것 같다.

모두가 좋은 부모가 되면 좋겠지만 그 간단해 보이는 것이 쉽지 않음이 소설이나 현실이나 마찬가지인 듯하다.

이기적이라는 감정들이 난무하는 이야기들 중 그래도 기억속의 유괴 스토리는 조금은 이해심이 드는 스토리였다. 그리고 역시 동급의 어른들 사이에서 범죄란 가차가 없구나 생각하게 된다. 용감한 형사들과 같은 프로그램을 많이 봐서인지 성인 VS 성인의 범죄에는 무자비함과 이기심 그리고 어처구니 없는 범죄 동기 등이 꽤 현실에서도 있을 법하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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