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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특수청소부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5월
평점 :
특수청소부라는 직업이 지금은 조금 사람들에게 익숙해진 것 같다. 생각해보면 살인 또는 고독사로 엉망이 된 집을 정리하는 것이 일반적인 사람들에게는 쉽지 않을 일이다. 경찰들 중에서도 사건 현장을 살필 때 심각한 현장의 모습에 트라우마가 남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일반인들은 전혀 예상도 상상도 하지 못할 냄새를 맡는다고 한다. 용감한 형사들과 같은 프로그램을 자주 보는데 프로파일러들과 형사들은 시취(시체의 냄새)를 잘 알고 있어서 조금만 세어 나오는 냄새 만으로도 그것이 시취인지를 단번에 알아챈다고 한다. 책에도 나와있지만 시취는 쉬이 사라지지 않아서 입고 있던 옷을 버려야 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한다. 시신이나 사건현장을 마주하는 직업군이란 것이 절대 쉬이 생각할 직업군이 아닌 것이다.
이 소설에는 사망한 4명의 인물을 두고 각자의 사연을 들려준다. 사망한 이들에게는 값지든 값진 것이 아니든 각자가 남긴 유산이 존재한다. 유산을 대하는 유족들을 보며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벗어나고 싶었던 어머니의 곁을 죽어서도 벗어나지 못하게 된 고인이나 평생을 일군 재산을 물려주는데에 고심을 거듭했을 노인, 꿈을 꾸었지만 세상에 꿈을 제대로 펼쳐 보지 못한 뮤지션 그리고 방탕한 생활을 영위한 벤쳐기업인 각자 다양한 연령 성별 그리고 직업군이다. 개인적으로 뮤지션과 어머니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던 여성의 사연이 기억에 남는다.
유퀴즈에 실제 특수 청소 일을 하는 분이 나온적이 있는데 어느 노인의 집을 정리하던 중 유족인 자녀들이 신발을 신고 들어와 노인이 남겼을 금반지를 찾겠다며 들쑤시던 일화를 말해주었다. 노인의 사진이 든 작은 액자를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었을때 그들은 가차없이 폐기를 요청했으나 그 액자 속에 통장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 자녀들이 자신의 사진은 챙겨갈 것이니 통장을 찾을것이라는 생각이셨을 거라는 그분의 말이 기억이 난다. 그 비슷한 사연이 책에 있었기에 더더욱 떠올랐던 것 같다.
많은 죽음들이 주변에 존재한다. 나이가 어리지 않다보니 주변에 세상을 떠난 이들이 많아서 가벼이 읽히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이 책을 읽던 시기에 큰이모가 돌아가셨다. 결혼한 아들 딸과 떨어져 홀로 지내셨는데 몸이 불편해지셔서 친척언니가 모시고 올라갔다고 한다. 이모는 뭐가 그리 급하셨는지 언니 곁에 살게 된 지 만 하루도 안되서 저녁을 드시고는 조용히 길을 떠나셨다고 한다. 홀로 고독하게 가신게 아니라고 그나마 위안을 할수 있어 다행이었지만 언니는 직접 이모가 홀로 지내시던 작은 아파트를 정리해야 했기에 그 슬픔을 헤아리기가 조금 힘이 들었다.
살아가는 동안에 무엇을 가질 것이고 돌아갈 때에는 무엇을 남기고 갈 것인가.
"내가 태어났을 때 나는 울었고 내 주변의 모든 사람은 웃고 즐거워 하였다.
내가 내 몸을 떠날 때 나는 웃었고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울고 괴로워하였다."
티벳의 속담이라고 한다. 떠나갈 때 사랑하는 이들이 슬퍼할 정도로 내가 그들에게 온전한 사랑을 주었다면, 그래서 나는 아쉬움 없이 웃으며 떠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삶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