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킬 수 없는 약속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성미 옮김 / 북플라자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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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마루 가쿠의 소설은 기존에 '천사의 나이프'로 접한 적이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한창 섭렵하던 시기에 어느 블로그를 통해 '방황하는 칼날'을 읽을 때 함께 읽으면 좋을 책으로 소개된 책이 바로 천사의 나이프였기 때문이다. 그 작가의 책이라고 해서 읽어보려 마음 먹고 있던 책인데 생각보다 늦게 책을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 다 읽고 나서 역시 야쿠마루 가쿠구나라고 생각했다.


등장 인물이 꽤나 많이 나오는데다 초반에 헷갈릴 소지가 있어 포스트잇에 등장 인물의 이름을 하나 하나 적으며 머릿속에 그려나갔다. 일본 소설이나 기타 외국의 소설을 읽을 때 나의 방식이다. 일본식 이름에 익숙하지 않았을 때 호타루와 히카루라는 두 인물의 이름을 계속 헷갈려 머릿속에 내용이 뒤죽박죽이 된 일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딸 호노카와 아내 가오루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바텐더 마스터인 나라는 인물이 교도소에서 출소하는 두 범죄자를 죽이라는 협박의 연락을 받으며 본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인공은 얼굴에 큰 반점을 가지고 태어나 보육원에서 자랐고 그 뒤로도 평탄치 못한 삶을 살았다. 그러다 야쿠자를 칼로 찌르는 사건을 일으켜 쫒기는 신세가 되었는데 그때 나타난 여성이 신분 세탁과 성형수술비를 줄테니 자신의 부탁하나만 들어달라고 한다. 자신의 딸을 능욕하고 죽인 두 범인이 출소하면 죽여달라는 부탁이었다. 막다른 골목에 놓인 주인공은 결국 그 약속을 하고 새로운 삶을 얻어 여지껏 행복하게 살아온 것이다. 그런데 두 범인 출소를 했다. 그리고 시작된 약속을 지키라는 협박. 아버지가 되고 남편이 되어 사회에서 잘 지내고 있는 주인공으로서는 지금 살인은 무리였다. 예전엔 비록 나쁜 삶을 살았지만 현재의 자신은 그런 짓을 저지를 수 없는 평범한 시민이다. 그럼에도 딸을 인질로 협박하는 통에 결국 출소한 범죄자 한명을 만나지만 결국 살인은 하지 못한다. 하지만 다음날 그 범죄자는 칼로 난도질을 당해 발견되고 자신은 결국 살해범으로 쫒기게된다. 그 당시 자신에게 새 신분을 준 여성은 이미 죽고 없을텐데 누가 자신을 이런 구렁텅이로 몰아 넣는 것일까. 주인공은 그 범인을 찾기 시작한다.


치가 떨리는 범죄자들이 나온다. 소설에만 있는 일은 아니다. 매일 매일 새로운 범죄들이 쏟아져나온다. 피해자가 여성이건 남성이건 가해자가 여성이건 남성이건.. 사회는 피로 군데 군데 물이 들어있다.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도 좋았고 스토리의 전개방식도 몰입이되어 좋았다. 바텐더 아르바이트생인 고헤이의 이야기는 특히 가슴 아프기도 덤덤하기도 했다. 고헤이 본인이 덤덤해서인지도 모른다. 자신이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와 어머니의 죽음. 이 책을 읽을 때 한창 추리소설을 읽던 시기의 그 감성을 다시금 느끼게 된 시간이었다. 아마 이런 분위기의 소설을 당시에 꽤 즐겁게 많이 읽었기 때문일 것이다.

뺨이 서늘한 겨울처럼 매말라 건조한데 어딘가 따스함을 찾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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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사노 아키라 지음, 이영미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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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tv 채널을 돌리다, 방영되고 있는 일본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처음엔 제목에 시선이 가서 보다가 이내 빠져들어 끝까지 본 영화였다. 스펙터클한 액션이 있는 것도 그렇다고 매초 매순간 눈을 떼지 못할 만큼 코믹적이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끝까지 서선을 떼지 않고 봤고 그 언젠가 다시 한번 채널을 돌리다 방영되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끝까지 본 영화였다.

영화를 보는 내내 소년 케이타의 큰 눈이 내 시선에서 떠날 줄 몰랐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했을 때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책을 빌렸다. 영화만 봤을 때 놓쳤던 세세한 부분까지 책에서 다시금 알아갈 수 있어서 좋았다.


노노미야 료타와 미도리부부는 눈이 크고 예쁜 케이타라는 아들을 둔 젊은 부부다. 남편 료타는 좋은 학벌에 좋은 건설사 인 대기업에서 꽤나 실력을 인정받는 직장인이다. 아내 미도리는 시골 출신을 아직 벗지 못했지만 그래도 순수하고 상냥한 그럼에도 어딘가 조금 소극적인 주부다. 성공의 가도를 달리는 좋은 아파트에서 사는 이들 부부의 행복은 한통의 소식으로 인해 서서히 무너져간다.

자신들의 아이라고 의심없이 살아왔던 케이타가 사실은 병원에서 누군가의 아이와 뒤바뀐 아이였던 것이다.


유카리와 유다이 부부는 세명의 아이를 키우는 집으로 작은 가게를 한다. 치매가 오기 시작한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누가보아도 형편이 좋지는 못한 집이다. 그럼에도 이들의 집은 꽤나 화목하다. 떠들썩하면서도 자유분방하며 사랑이 넘치는 집이다. 이 집의 큰 아들 류세이가 바로 케이타와 뒤바뀐 아이다.


아이가 바뀐 이유는 어이없게도 당시 간호사로 일했던 요시코라는 여성의 고의였다.

당시 결혼한 남성이 데리고 온 남성쪽의 아들이 자신을 따르지 않아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았었고 그런 순간에 너무나 행복해 보이는 료타의 가정을 보며 질투가 나 아이를 바꿔치기 했다는 것이다.


케이타와 류세이를 본래의 집으로 돌아가게 하기 위해 양쪽 부부들은 만남을 자주 갖고 아이들을 서로의 집에서 지내도록 하며 서서히 아이들을 바꾸기 위한 준비를 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일어나는 아픈 마찰들. 서로를 상처주기도 상처받기도 한다.


료타는 자신의 친 핏줄인 류세이와 잘 지내려 하지만 류세이는 본래의 집을 그리워하기만 하고 아이는 그리움을 참아야 하는 현실이 감당키 어려워 가출을 하게된다. 본래의 집으로 찾아간 류세이를 데리러 온 료타를 케이타는 이제 아빠가 데리러 온 것이라 여기지만 류세이를 부르는 아빠의 목소리에 벽장에 숨고 만다.

아이들이 무서워하는 어두운 벽장에 스스로 들어갈 만큼 아이의 마음이 얼마나 무섭고 어두웠을까.. 책을 읽으면서 영화속 장면이 다시금 생각나 가슴이 아프다.


가출한 류세이를 보며 료타는 어린날의 자신을 떠올린다. 부모님의 이혼과 아버지의 재혼. 어느날 갑작스레 들어온 새엄마 노부코. 엄마라고 부르라며 막무가내로 폭력을 행사하던 아버지에 반발해 료타는 마흔이 넘은 아직까지도 그녀를 어머니로 인정하지 않으며 자랐다. 하지만 노부코는 한번도 그런 자신을 탓하거나 미워한 적 없이 아버지 곁을 지키며 살았다. 어린날의 자신을 떠올리고, 간호사와 그 간호사를 보호하는 핏줄이 연결되지 않은 그녀의 아들을 떠올리고, 지금의 류세이를 떠올리며 료타는 많은 생각을 하고 자신 마음의 벽이 서서히 무너져가는 것을 느낀다.


[그 간호사처럼 타인의 행복을 깨뜨리고 싶은 충동이 들 정도로 '자식이 따르지 않는'건 고통인 것이다.

술 취한 아버지가 나동을 부리며 노부코를 때렸을 때 단 한번이라도 말린 적이 있었나? 아니, 한 번도 없었다.

그 모습을 두 눈으로 보면서도 '나랑 관계없다'며 밖으로 나가 버렸을 뿐이다.

옛날에만 그런게 아니다. 마흔이 다 된 남자가 '당신과 관계없다'는 말을 내뱉었다.

요시코의 집 앞에서 "넌 관계없을 텐데"라고 했을 때, 그 소년은 "관계있다"고 대답했다. "우리 엄마예요"라고.

나는 밤송이머리 중학생보다 못한 것이다.]


꼭 핏줄이 아니더라도 키우며 부모와 자식이 이어진다는 것. 관계없는 관계가 아니라는 것. 료타는 자신을 닮은 것이 류세이라 아니라 태어나 줄곧 자신과 함께 였던 케이타였다는 것과 관계없이 살아온 새엄마 노부코가 상처는 입었어도 자신을 여지껏 한번도 원망하지 않으며 지탱해온 삶을 생각하며 자신이 상처입힌 많은 것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아버지로서 아들 케이타에게 진정으로 사랑과 사과를 전하며 아들을 안는다.


영화도 좋았지만 영화에서는 대사로만 이어져 잘 몰랐던 부분들을 책을 통해 다시금 이해할 수 있어 좋았다.

케이타를 데리고 돌아오던 료타의 마음속에 무엇이 자리 잡고 있었는지를 통해 그가 진정 아버지가 되었고 아들이 되었구나하고 느낄수 있게 되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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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놓고 살았다 사랑을 놓고 살았다
고두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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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초를 넘어가고 중순으로 향하는 시기에 온 시집. '시를 놓고 살았다 사랑을 놓고 살았다.'는
고두현 시인께서 들려주는 유명한 시들과 그 시를 쓴 시인들, 그리고 사랑에 관한 책이다. 
김영랑 시인의 "모란이 피기까지는"을 필두로 누구나 읽어봤음 직한 시들과 자주 접해보지 못한 시들이한데 엮여 있어 반가움과 새로움이 함께한다. 
각각의 시마다 그 시인의 삶의 이야기를 풀어주어서인지 시집을 읽기보다 그 시를 쓴 시인의 역사를 함께 들어보는 시 에세이에 가깝게 느껴진 책이다. 익히 알고 있는 유명한 시인들이지만 사회 과도기에 활동한 시인들의 삶과 시들은 역동적이면서도 쓸쓸함이 묻어난다.  그리고 공광규 시인의 소주병을 통해 우리 역시 경제과도기에 쓸쓸한 아버지들의 뒷모습을 떠올리게된다. 
시는 알아도 그 시인에 관해 일일이 알고 있지 않았던 나에겐 새로운 이야기, 실제 시인이 걸었던 삶을 알게된다는 점에서 꽤 흥미로웠던 책이다. 
하이쿠라는 5-7-17자로 된 일본 고유의 단시에 대해서도 처음 알게되었다.
짧은 문장 속에 감정을 담아낸다는 점에서 시인의 재치가 필요해보이는데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젊은 시인들의 시집에서 짧은 단시가 유행하는 것을 떠올리며 하이쿠의 매력을 어림잡아 짐작할 수 있었다.
일본에서 하이쿠 단시는 꽤 인기가 있는 모양이다. 찰나의 미학이 하이쿠의 매력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나쓰메 소세키의 하이쿠 역시 짧지만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

홍시여 잊지 말라
너도 젊었을 땐
떫었다는 것을
-나쓰메 소세키

인생의 경륜을 홍시에 비유해 젊은 날의 객기를 떫은 감에 빗댄 하이쿠라고 한다.
tv를 통해 한참 접했던 배우 박중훈 어머니의 말이 떠오른다.

어린아이 너무 나무라지 마라 내가 걸어온 길이다.
노인 너무 무시하지 마라 내가 갈 길이다.

짧지만 참 많은 감정을 담아낸다. 
감성과 문장이 만난 미학이 바로 글, 그리고 시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아직 나는 미학을 잘 모르기에 모든 시가 가슴에 와닿는 편은 아니지만 
확실히 살아오면서 어릴적 보다는 지금이 가슴으로 느끼는 부분이 넓고 깊어졌음을 느끼게 된다.
시인들은 그런 미학을 남들보다는 좀 더 예민하고 빠르게 느끼는 이들이 아닐까.

영국인 애송시 1위로 꼽히는 키플링의 시 만약에..는 많은 이들이 가슴에 세긴 시라고 한다.
험한 세상의 길잡이가 될 조언을 32행의 운율에 담아냈다니.
찬찬히 읽어내려가면서 아이에게 읽어주면 좋을 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 비슷한 시를 알고 있는데. 라고 생각한 것을 읽은 것인지 바로 뒤이어 해설란에 함께 읽으면 좋을 시로 내가 알고 있던 시가 소개되었다.
더글러스 맥아더의 아버지의 기도다.

남여간의 사랑이든, 부모자식간의 사랑이든, 혹여는 존경이든 모든 사랑은 기본적으로 아름다움을 발하고 그것을 노래한 시는 마음이 담긴 만큼 아름다워지는 것 같다. 특별하게 꾸미기보다 마음을 내보인 담백한 문장이 때론 그 어떤 미사여구보다 진정성있게 아름답게 다가온다.

시를 사랑한다고 하기엔 아직 부족함이 넘치지만 계속 시를 사랑해가고 싶은 마음으로 이 시집을 마주하는 시간이 되었다.

승리와 좌절을 만나고도
이 두 가지를 똑같이 대할 수 있다면.

키플링의 만약에...에 나오는 이 문장처럼
인생에서 하루 하루 반복되는 두가지를 똑같이 대하며 앞으로 나아갈수 있기를..

네 일생을 바쳐 이룩한 것이 무너져 내리는 걸 보고
낡은 연장을 들어 다시 세울 용기가 있다면.

연장을 들어 다시 세울 용기. 참 좋은 말이다.
새 연장도 아니고 하물며 낡은 연장, 그것만으로도 자신을 일으켜 세울수 있는 용기를 가진다면 이겨낼 수 없을 것이 없을지도 모른다. 키플링의 시와 아버지의 기도 두 시를 참 애정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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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나 혼자 만나는 나에게 - 김소울 박사의 미술심리치료 에세이
김소울 지음 / 일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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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받기 전,후로 나는 상당히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다. 
직장 상사와의 마찰과 회사 운영의 불안함으로 퇴직을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곳에서 꽤 오래 일을 했기에 당장 변화가 찾아온다는 데에 두려움이 컸다. 
퇴사 의사를 밝히고 출근을 하면서 그저 회사를 관둘 뿐인데 나의 나이, 환경 등을 떠올리며 마치 내 미래가 모두 끝난 듯이 우울해했다. 
이직의 걱정, 당장의 생활, 그리고 가족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마치 앞뒤 출구가 모두 무너진 다리의 중앙에서 울고 있는 기분이었다. 
주변 친구들의 격려와 위로 그리고 책을 통해 다시금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책 속에 나오는 다른 이들의 상황들을 살펴보며 어쩜 사람들은 다 비슷하구나 큰 맥락의 고통들은 보통 같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 나의 이야기 같았다.
혼자가 아니구나.. 모두 웃고 있는 중에 혼자 울고 있는 것만은 아니구나. 다들 힘들어도 자신을 격려해가며 이겨내가고 있는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점사고란 타당한 근거 없이 자기 자신을 깎아내리고 비하하는 부정적 사고를 의미한다. 그리고 이런 감점사고는 우울증 내담자들에게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나는 이 감점사고란 것을 많이 하는 분류의 사람이다. 그렇기에 늘 일상속에서 수시로 우울감을 느끼고 그 기분에 사로잡혀 불안증세를 보이고는 한다. 
부정적인 생각은 미래의 불확실함을 떠올리게 하고 과거를 후회하게 한다. 그리고 그것들은 현재의 불안을 야기해 공포를 준다. 그러다보면 '더이상 살아도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다시 꼬리를 물곤한다. 
하지만 이런 감점사고는 갖지 않는 사람이 이해하는데는 한계가 있어서 늘 주변사람과 부딪히게 되곤했다. 그렇게 점점 스스로가 떠밀려 궁지로 들어가는 모양이 된다. 
그런데 내가 겪는 경우는 그런 상황에서도 끝없이 희망을 기대한다는 점이다. 나의 경우는 그 희망이 지인들이다. 
우울감에 젖거나 모든것을 놓고 싶을 때면 친하다고 생각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건다. 그렇게 힘든 것들을 토해내고 위로를 받다보면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는 작은 희망을 손에 쥔다. 
그것이 또 버티는 시간이 되어준다. 
작가이자 심리치료박사인 책의 저자를 찾는 이들 역시 그러한 마음으로 마지막 한조각의 희망을 잡기 위해 찾아오는 지도 모른다. 

아플 때는 의사를 찾는다. 마음이 아픈 이들은 의사인 '사람'을 찾는다. 그리고 작가는 미술, 사람이 손으로 일구는 아름다운 예술로 사람을 치료한다. 

당장 심리를 상담받기가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겐 책 속에 나와있는 방법들을 혼자서 해보는 것도 나름의 회복시간이 될 것 같아서 좋아보인다. 
치유를 하기 위해선 전문가와의 담소가 있어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겠지만 사실 선뜻 가볍게 방문을 하게 되진 않는다. 
나 역시 작년 회사의 문제로 경찰조사를 받으며 꽤나 맘고생을 했는데 그로 인해 수면장애가 생겼었지만 두려운 마음에 심리상담의 정신과병원을 망설였었다. 
아파서 병원에 가는 것이 당연한데도 정신적인 치료를 요하는 정신과나 상담소는 어쩐지 망설이게 된다 어쩌면 사람들이 나를 평범하지 못한 사람으로 생각할까봐 하는 불안감 때문일 것이다. 
나의 경우는 의사와의 상담보다는 대기하던 중에 만난 다른 환자분과의 담소가 위로가 되었던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지금 지나고나서 생각해보면 웃음이 나올 장면이다 대기실에 앉아 환자가 환자를 상담해주고 다독여 준다. 게다가 그 아주머니의 의상은 어디로보나 예술 계통에 계신 분의 화려한 복장이셨다. 지금도 기억난다 그 갈색의 화려한 개량한복과 치렁치렁 뒤로 나부끼는 얇은 드레스같은 조끼.)
나이가 좀 있으신 아주머니셨는데 가만히 멍하게 앉아있는 나를 바라보며 괜찮아. 상담받고 나면 한결 편안해질거야. 아가씨 기운내 라며 선뜻 자신이 병원에 다니게 된 이야기를 해주셨었다. 
그분의 이야기를 듣다가 내 이야기를 조금 하다가 그렇게 앉아서 울고 있으니 다 좋아질거야. 참지 말고 울어버려. 그래야 다시 웃지 라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 후 아픔은 아파본 사람만이 제대로 이해하고 위로해줄 수 있겠구나라는 믿음이 생겼다. 아파도 그 아픔이 누군가를 위로해줄 수 있는 미래의 재산이 된다는 것은 꽤나 희망적이라고 생각한다. 
미술은 이러한 일의 작은 부가적인 방법이다. 내가 주체가 되어 나의 아픔을 꺼내어 하나 하나 그려보고 그 그림을 다시 바라보면서 아픔을 이해한다면 어디를 어떻게 치유해야 하는지 조금은 선명해질 것이다.  그림을 그리지 못해도 상관없고 그리는 것이 싫다면 그저 누군가의 그림을 보는 거만으로도 좋을 것이다. 

심리치료와 미술이라고 하니 불연듯 떠오르는 일화가 있다. 
어떤 카페에 간 적이 있는데 그 카페는 공방을 하는 분들에게 자리를 대여해주는 시스템도 겸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곳에는 여러가지 미술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한 손님이 어떤 작품을 보고는 작가를 소개해달라고 했단다. 알고보니 전시되어 있던 그림을 구매하려했던 모양이다. 목각을 조각한 조각화였는데 그 속에서 어미 '모'자가 한자로 조각되어 있고 아이러니하게도 액자를 잘못 놓아서 뒤집혀 있었단다.  
그래서 주변에서는 이건 뭘 뜻하는거지? 라는 이야기도 있었나보다.  
그런데 그 손님은 보자마자 어미 모 그 단어를 찾아냈고 눈물이 났단다. 바로 얼마전에 어머니가 돌아가신 것이다. 왜인지 그 조각품은 자신에게 와야 하다는 생각이 들어 부랴 부랴 작가를 알려달라고 해 구매를 하고 싶다고 했던 모양이다. 
그 작가도 어머니를 생각해서 조각품에 어미 모를 세겨 넣었을 것이다. 아픔을 담은 미술이 아픔을 만나 서로를 위로한 순간이 아니었을까. 

사람은 행복하게 살기 위해 희망을 꿈꾸고, 그 희망으로 인해 마음의 통증을 앓는다. 그 통증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기에 치유를 바라고 또한 치유를 해나간다. 
내가 서서히 안정을 되찾아가듯 누군가의 소리없는 절규 속에도 빛이 들어차길 바란다.  


잊지말자 
나답게 사는 것만큼 행복한 것은 없다. 
마음의 소리는 항상 나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을 알려준다. 
그동안 무심했던 마음의 소리에 오늘 하루만큼은 귀 기울이자. 


[탐서가 서평이벤트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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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 외딴 성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서혜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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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엄마, 배가 아파

 

배가 아파 학교에 가지 못한다는 고코로. 꾀병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의학적인 복통의 원인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고코로는 오늘도 배가 아프다. 꾀병이 아닌데 점점 아무도 믿어주지 않느냐. 배가 아프다. 배가 아플 만큼 고코로는 학교에 가는 것이 극심한 두려움으로 스트레스가 되는 것이다. 같은 반 친구의 묘한 질투심과 그로 인한 괴롭힘. 그리고 그 아이의 가면 속에 자신을 같이 미워하는 아이들이 있는 무서운 교실이 있다.

 

오늘도 학교를 가지 않은 날, 거울이 빛난다. 성으로 가는 입구가 열린다. 고코로를 부른다.

거울을 통해 고코로는 현실과는 다른 신비한 외딴 성으로 들어간다. 그곳에는 자신처럼 초대받은 여성명의 학생들이 더 있다. 330일까지 소원을 들어주는 열쇠를 찾을 것. 찾은 한사람은 소원을 이루게 되고 열쇠를 찾지 못하더라도 기간이 되면 성은 닫힌다.

 

성에서 만난 일곱명의 소년과 소녀들. 그들의 이야기를 찬찬히 따라가다 보면 웃음도 눈물도 응원의 마음도 샘솟는다.

 

미오리는 자신을 만나겠다고 하는데 그것을 거부하는 고코로는 분명 선생님이 생각하는 고분고분함이나 건전함이 결여된 문제 학생이다. 그래도..

엄마는 내 말을 믿어줬으니까...”

당연하지

 

넌 잘못한 것이 없다고 믿어주는 그 마음 하나로도 가슴속에 용기를 채워 넣을 수 있다.

어떠한 아픔을 알아주고 믿어주고 응원해 줄 수 있다는 것은 쉬우면서도 어렵고 어려우면서도 쉽다. 아마 얼마나 사랑으로 관심을 가지며 바라보고 있느냐가 그 문제를 가장 쉽게 해결해 줄지도 모른다.

 

성에 초대된 아이들 각자의 아픔들과 각자의 용기들을 읽어 내려가며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을 학생들에게도 권해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츠지무라 미즈키 작가의 책은 [아침이 온다] 에서도 그렇지만 마음속에 용기를 내라는 단어를 새겨주는 것 같다. 끝없이 글로서 세상에 힘을 내! 힘을 내! 외치고 있는 것 같다.

 

힘내서 어른이 되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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