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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사노 아키라 지음, 이영미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우연히 tv 채널을 돌리다, 방영되고 있는 일본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처음엔 제목에 시선이 가서 보다가 이내 빠져들어 끝까지 본 영화였다. 스펙터클한 액션이 있는 것도 그렇다고 매초 매순간 눈을 떼지 못할 만큼 코믹적이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끝까지 서선을 떼지 않고 봤고 그 언젠가 다시 한번 채널을 돌리다 방영되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끝까지 본 영화였다.
영화를 보는 내내 소년 케이타의 큰 눈이 내 시선에서 떠날 줄 몰랐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했을 때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책을 빌렸다. 영화만 봤을 때 놓쳤던 세세한 부분까지 책에서 다시금 알아갈 수 있어서 좋았다.
노노미야 료타와 미도리부부는 눈이 크고 예쁜 케이타라는 아들을 둔 젊은 부부다. 남편 료타는 좋은 학벌에 좋은 건설사 인 대기업에서 꽤나 실력을 인정받는 직장인이다. 아내 미도리는 시골 출신을 아직 벗지 못했지만 그래도 순수하고 상냥한 그럼에도 어딘가 조금 소극적인 주부다. 성공의 가도를 달리는 좋은 아파트에서 사는 이들 부부의 행복은 한통의 소식으로 인해 서서히 무너져간다.
자신들의 아이라고 의심없이 살아왔던 케이타가 사실은 병원에서 누군가의 아이와 뒤바뀐 아이였던 것이다.
유카리와 유다이 부부는 세명의 아이를 키우는 집으로 작은 가게를 한다. 치매가 오기 시작한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누가보아도 형편이 좋지는 못한 집이다. 그럼에도 이들의 집은 꽤나 화목하다. 떠들썩하면서도 자유분방하며 사랑이 넘치는 집이다. 이 집의 큰 아들 류세이가 바로 케이타와 뒤바뀐 아이다.
아이가 바뀐 이유는 어이없게도 당시 간호사로 일했던 요시코라는 여성의 고의였다.
당시 결혼한 남성이 데리고 온 남성쪽의 아들이 자신을 따르지 않아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았었고 그런 순간에 너무나 행복해 보이는 료타의 가정을 보며 질투가 나 아이를 바꿔치기 했다는 것이다.
케이타와 류세이를 본래의 집으로 돌아가게 하기 위해 양쪽 부부들은 만남을 자주 갖고 아이들을 서로의 집에서 지내도록 하며 서서히 아이들을 바꾸기 위한 준비를 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일어나는 아픈 마찰들. 서로를 상처주기도 상처받기도 한다.
료타는 자신의 친 핏줄인 류세이와 잘 지내려 하지만 류세이는 본래의 집을 그리워하기만 하고 아이는 그리움을 참아야 하는 현실이 감당키 어려워 가출을 하게된다. 본래의 집으로 찾아간 류세이를 데리러 온 료타를 케이타는 이제 아빠가 데리러 온 것이라 여기지만 류세이를 부르는 아빠의 목소리에 벽장에 숨고 만다.
아이들이 무서워하는 어두운 벽장에 스스로 들어갈 만큼 아이의 마음이 얼마나 무섭고 어두웠을까.. 책을 읽으면서 영화속 장면이 다시금 생각나 가슴이 아프다.
가출한 류세이를 보며 료타는 어린날의 자신을 떠올린다. 부모님의 이혼과 아버지의 재혼. 어느날 갑작스레 들어온 새엄마 노부코. 엄마라고 부르라며 막무가내로 폭력을 행사하던 아버지에 반발해 료타는 마흔이 넘은 아직까지도 그녀를 어머니로 인정하지 않으며 자랐다. 하지만 노부코는 한번도 그런 자신을 탓하거나 미워한 적 없이 아버지 곁을 지키며 살았다. 어린날의 자신을 떠올리고, 간호사와 그 간호사를 보호하는 핏줄이 연결되지 않은 그녀의 아들을 떠올리고, 지금의 류세이를 떠올리며 료타는 많은 생각을 하고 자신 마음의 벽이 서서히 무너져가는 것을 느낀다.
[그 간호사처럼 타인의 행복을 깨뜨리고 싶은 충동이 들 정도로 '자식이 따르지 않는'건 고통인 것이다.
술 취한 아버지가 나동을 부리며 노부코를 때렸을 때 단 한번이라도 말린 적이 있었나? 아니, 한 번도 없었다.
그 모습을 두 눈으로 보면서도 '나랑 관계없다'며 밖으로 나가 버렸을 뿐이다.
옛날에만 그런게 아니다. 마흔이 다 된 남자가 '당신과 관계없다'는 말을 내뱉었다.
요시코의 집 앞에서 "넌 관계없을 텐데"라고 했을 때, 그 소년은 "관계있다"고 대답했다. "우리 엄마예요"라고.
나는 밤송이머리 중학생보다 못한 것이다.]
꼭 핏줄이 아니더라도 키우며 부모와 자식이 이어진다는 것. 관계없는 관계가 아니라는 것. 료타는 자신을 닮은 것이 류세이라 아니라 태어나 줄곧 자신과 함께 였던 케이타였다는 것과 관계없이 살아온 새엄마 노부코가 상처는 입었어도 자신을 여지껏 한번도 원망하지 않으며 지탱해온 삶을 생각하며 자신이 상처입힌 많은 것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아버지로서 아들 케이타에게 진정으로 사랑과 사과를 전하며 아들을 안는다.
영화도 좋았지만 영화에서는 대사로만 이어져 잘 몰랐던 부분들을 책을 통해 다시금 이해할 수 있어 좋았다.
케이타를 데리고 돌아오던 료타의 마음속에 무엇이 자리 잡고 있었는지를 통해 그가 진정 아버지가 되었고 아들이 되었구나하고 느낄수 있게 되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