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놓고 살았다 사랑을 놓고 살았다
고두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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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초를 넘어가고 중순으로 향하는 시기에 온 시집. '시를 놓고 살았다 사랑을 놓고 살았다.'는
고두현 시인께서 들려주는 유명한 시들과 그 시를 쓴 시인들, 그리고 사랑에 관한 책이다. 
김영랑 시인의 "모란이 피기까지는"을 필두로 누구나 읽어봤음 직한 시들과 자주 접해보지 못한 시들이한데 엮여 있어 반가움과 새로움이 함께한다. 
각각의 시마다 그 시인의 삶의 이야기를 풀어주어서인지 시집을 읽기보다 그 시를 쓴 시인의 역사를 함께 들어보는 시 에세이에 가깝게 느껴진 책이다. 익히 알고 있는 유명한 시인들이지만 사회 과도기에 활동한 시인들의 삶과 시들은 역동적이면서도 쓸쓸함이 묻어난다.  그리고 공광규 시인의 소주병을 통해 우리 역시 경제과도기에 쓸쓸한 아버지들의 뒷모습을 떠올리게된다. 
시는 알아도 그 시인에 관해 일일이 알고 있지 않았던 나에겐 새로운 이야기, 실제 시인이 걸었던 삶을 알게된다는 점에서 꽤 흥미로웠던 책이다. 
하이쿠라는 5-7-17자로 된 일본 고유의 단시에 대해서도 처음 알게되었다.
짧은 문장 속에 감정을 담아낸다는 점에서 시인의 재치가 필요해보이는데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젊은 시인들의 시집에서 짧은 단시가 유행하는 것을 떠올리며 하이쿠의 매력을 어림잡아 짐작할 수 있었다.
일본에서 하이쿠 단시는 꽤 인기가 있는 모양이다. 찰나의 미학이 하이쿠의 매력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나쓰메 소세키의 하이쿠 역시 짧지만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

홍시여 잊지 말라
너도 젊었을 땐
떫었다는 것을
-나쓰메 소세키

인생의 경륜을 홍시에 비유해 젊은 날의 객기를 떫은 감에 빗댄 하이쿠라고 한다.
tv를 통해 한참 접했던 배우 박중훈 어머니의 말이 떠오른다.

어린아이 너무 나무라지 마라 내가 걸어온 길이다.
노인 너무 무시하지 마라 내가 갈 길이다.

짧지만 참 많은 감정을 담아낸다. 
감성과 문장이 만난 미학이 바로 글, 그리고 시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아직 나는 미학을 잘 모르기에 모든 시가 가슴에 와닿는 편은 아니지만 
확실히 살아오면서 어릴적 보다는 지금이 가슴으로 느끼는 부분이 넓고 깊어졌음을 느끼게 된다.
시인들은 그런 미학을 남들보다는 좀 더 예민하고 빠르게 느끼는 이들이 아닐까.

영국인 애송시 1위로 꼽히는 키플링의 시 만약에..는 많은 이들이 가슴에 세긴 시라고 한다.
험한 세상의 길잡이가 될 조언을 32행의 운율에 담아냈다니.
찬찬히 읽어내려가면서 아이에게 읽어주면 좋을 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 비슷한 시를 알고 있는데. 라고 생각한 것을 읽은 것인지 바로 뒤이어 해설란에 함께 읽으면 좋을 시로 내가 알고 있던 시가 소개되었다.
더글러스 맥아더의 아버지의 기도다.

남여간의 사랑이든, 부모자식간의 사랑이든, 혹여는 존경이든 모든 사랑은 기본적으로 아름다움을 발하고 그것을 노래한 시는 마음이 담긴 만큼 아름다워지는 것 같다. 특별하게 꾸미기보다 마음을 내보인 담백한 문장이 때론 그 어떤 미사여구보다 진정성있게 아름답게 다가온다.

시를 사랑한다고 하기엔 아직 부족함이 넘치지만 계속 시를 사랑해가고 싶은 마음으로 이 시집을 마주하는 시간이 되었다.

승리와 좌절을 만나고도
이 두 가지를 똑같이 대할 수 있다면.

키플링의 만약에...에 나오는 이 문장처럼
인생에서 하루 하루 반복되는 두가지를 똑같이 대하며 앞으로 나아갈수 있기를..

네 일생을 바쳐 이룩한 것이 무너져 내리는 걸 보고
낡은 연장을 들어 다시 세울 용기가 있다면.

연장을 들어 다시 세울 용기. 참 좋은 말이다.
새 연장도 아니고 하물며 낡은 연장, 그것만으로도 자신을 일으켜 세울수 있는 용기를 가진다면 이겨낼 수 없을 것이 없을지도 모른다. 키플링의 시와 아버지의 기도 두 시를 참 애정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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