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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킬 수 없는 약속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성미 옮김 / 북플라자 / 201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야쿠마루 가쿠의 소설은 기존에 '천사의 나이프'로 접한 적이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한창 섭렵하던 시기에 어느 블로그를 통해 '방황하는 칼날'을 읽을 때 함께 읽으면 좋을 책으로 소개된 책이 바로 천사의 나이프였기 때문이다. 그 작가의 책이라고 해서 읽어보려 마음 먹고 있던 책인데 생각보다 늦게 책을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 다 읽고 나서 역시 야쿠마루 가쿠구나라고 생각했다.
등장 인물이 꽤나 많이 나오는데다 초반에 헷갈릴 소지가 있어 포스트잇에 등장 인물의 이름을 하나 하나 적으며 머릿속에 그려나갔다. 일본 소설이나 기타 외국의 소설을 읽을 때 나의 방식이다. 일본식 이름에 익숙하지 않았을 때 호타루와 히카루라는 두 인물의 이름을 계속 헷갈려 머릿속에 내용이 뒤죽박죽이 된 일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딸 호노카와 아내 가오루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바텐더 마스터인 나라는 인물이 교도소에서 출소하는 두 범죄자를 죽이라는 협박의 연락을 받으며 본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인공은 얼굴에 큰 반점을 가지고 태어나 보육원에서 자랐고 그 뒤로도 평탄치 못한 삶을 살았다. 그러다 야쿠자를 칼로 찌르는 사건을 일으켜 쫒기는 신세가 되었는데 그때 나타난 여성이 신분 세탁과 성형수술비를 줄테니 자신의 부탁하나만 들어달라고 한다. 자신의 딸을 능욕하고 죽인 두 범인이 출소하면 죽여달라는 부탁이었다. 막다른 골목에 놓인 주인공은 결국 그 약속을 하고 새로운 삶을 얻어 여지껏 행복하게 살아온 것이다. 그런데 두 범인 출소를 했다. 그리고 시작된 약속을 지키라는 협박. 아버지가 되고 남편이 되어 사회에서 잘 지내고 있는 주인공으로서는 지금 살인은 무리였다. 예전엔 비록 나쁜 삶을 살았지만 현재의 자신은 그런 짓을 저지를 수 없는 평범한 시민이다. 그럼에도 딸을 인질로 협박하는 통에 결국 출소한 범죄자 한명을 만나지만 결국 살인은 하지 못한다. 하지만 다음날 그 범죄자는 칼로 난도질을 당해 발견되고 자신은 결국 살해범으로 쫒기게된다. 그 당시 자신에게 새 신분을 준 여성은 이미 죽고 없을텐데 누가 자신을 이런 구렁텅이로 몰아 넣는 것일까. 주인공은 그 범인을 찾기 시작한다.
치가 떨리는 범죄자들이 나온다. 소설에만 있는 일은 아니다. 매일 매일 새로운 범죄들이 쏟아져나온다. 피해자가 여성이건 남성이건 가해자가 여성이건 남성이건.. 사회는 피로 군데 군데 물이 들어있다.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도 좋았고 스토리의 전개방식도 몰입이되어 좋았다. 바텐더 아르바이트생인 고헤이의 이야기는 특히 가슴 아프기도 덤덤하기도 했다. 고헤이 본인이 덤덤해서인지도 모른다. 자신이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와 어머니의 죽음. 이 책을 읽을 때 한창 추리소설을 읽던 시기의 그 감성을 다시금 느끼게 된 시간이었다. 아마 이런 분위기의 소설을 당시에 꽤 즐겁게 많이 읽었기 때문일 것이다.
뺨이 서늘한 겨울처럼 매말라 건조한데 어딘가 따스함을 찾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