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어린이표 - 웅진 푸른교실 1 웅진 푸른교실 1
황선미 글, 권사우 그림 / 웅진주니어 / 199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황선미 선생님이 대세다. <마당을 나온 암탉> 애니매이션이 관객수 동원에 성공을 하여 황선미 선생님의 주가는 더 상승되고 있는 추세다. 저번에 파주 북소리 축제에 갔을때 사계절 출판사에서 황선미 선생님의 사인회가 있었는데, 친필 사인을 받아 온 책 4권이 소중하게 간직되고 있다. 우리 딸아이가 사온 동화책은 딸이 벌써 다 읽었다. 내가 사온 두권의 책은 아직 뒤로 미루어 지고 있지만 황선미 선생님의 동화 베스트셀러부터 섭렵해 나갈 계획이다. <마당을 나온 암탉> 원작 동화를 읽고 진한 감동을 받은 나는 간결하면서도 쉽게 감동을 주는 문체에 매료 되었다. 요즘 읽고 있는 좀 묵직한 고전을 뒤로 잠시 미루어 두고 <나쁜 어린이표>를 꺼내 읽었다. 일단 글씨가 커서 작은 글씨가 익숙한 나에게 어색하게 와닿지만 그림속의 주인공 건우의 모습이 귀엽게 와닿는다.

입을 삐죽이 내밀고 헛발길질을 하는 건우의 모습에서 나쁜 어린이표를 받았을때의 실망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건우가 반장선거에서 경식이한테 뒤져 반장이 되지 못했다. 그래도 일곱표나 받았다고 위안을 한다. 우리 딸도 2학기 반장 선거에서 2표 차이로 반장이 되지 못했다고 안타까워 하던 장면이 떠오른다. 욕심이 있는 아이들은 한번씩은 반장이나 부반장을 해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리라. 건우네 반 선생님도 스티커 제도를 도입했나 보다. 요즘 초등학교 선생님들 사이에서 스티커 제도가 유행인 듯 하다. 우리 딸의 작년 담임 선생님도 잘하는 아이한테는 밀알 스티커, 잘못한 아이한테는 가라지 스티커를 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계셨다.

그런데 이경우는 공동 책임제라 모둠별로 잘잘못을 따져 주는 제도라 장난 꾸러기 남자아이가 짝이되거나 모둠이 되면 영 울상이다. 우리 딸은 자기는 잘못하지 않았는데 그 아이 때문에 가라지를 받았다고 원망조로 불평을 하던 기억이 난다.
초등학교 남자 아이들 특성이 생각은 뒤로 하고 행동이 먼저 앞서는 경향이 있다. 그런 경향때문에 실수 투성이면서 장난 꾸러기 남자친구들이 많다. 건우도 그런 아이중에 한명인가 보다. 생각대로 착한 어린이표만 받고 싶은데, 뜻하지 않는 자신의 행동때문에 <나쁜어린이표>만 늘어가 속상하다. 선생님의 행동에도 규칙이 없이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경우가 있어 건우는 그런 선생님을 더욱 원망한다.

어른이 된 입장에서도 감정에 따라 자신이 정한 규칙이 흔들리는 경우를 많이 보는데, 이 선생님도 그런 선생님이었나 보다. 뜻하지 않게 건우에게는 나쁜 선생님이 되어 버린 건우 담임 선생님은 건우가 만든 <나쁜 선생님표> 수첩을 보고 자신의 행동을 반성한다.

그래도 이 선생님의 양심이 있는 경우다. 선생님도 감정에 휘둘리고 말썽 많은 남자 아이들을 대하다 보니 이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때가 있는 법이니까.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는 건우지만 과학경진대회에 나가기 위해 아빠의 용돈을 털어 과학상자를 사왔다는 아빠의 말에 여러 감정이 교차한다. 아빠에 대한 사랑을 느끼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어린 나이에 이런 마음을 갖는다는 것이 기특하고 대견하다.

너무 쉽게 장난감이나 책을 사주다 보니 요즘 아이들은 부모에게 이런 미안한 마음을 가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건우는 정말 착한 아이이다. 선과 악의 기준이 참 모호하여 상대적일수 밖에 없다. 이렇게 착한 마음씨를 가진 건우에게 나쁜 어린이표를 준 선생님이 정말 나쁜 선생님인 것 같다. 이러한 건우의 감정이 독자로 하여금 이입되게 만든다.

아빠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구두를 닦고 있는 건우의 모습에서 우리 아이들이 이런 모습을 본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을 읽은 우리 딸과 아들은 어떤 생각이었을까? 요즘 아이들이 읽었던 책을 내가 읽으면서 자꾸 엄마 입장에서 읽다보니 우리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책들을 대하고 있을까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이래서 책을 읽고 감상을 나누는 대화를 하면 좋다고 하는 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동화책이나 청소년 책을 읽으면 초심을 생각하게 된다. 어려운 인문학 책을 들고 읽으면서 끙끙거리다가 이런 순수한 마음을 엿볼수 있는 책을 읽으니 마음이 정화되는 듯한 느낌이다.

이책의 주인공인 건우가 나쁜 어린이라는 기준은 어디에도 없다. 단지 상황에 따른 선생님의 순간적인 판단이 좌우할 따름이다.

아들 딸과 샣활하면서도 나의 잣대로 아들, 딸의 잘못을 지적하고 있지나 않은지 마음이 뜨끔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1
잭 캔필드.앨런 코헨 지음, 류시화 옮김 / 푸른숲 / 199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닭고기 수프는 미국에서 예로부터 전해 오는 민간요법의 하나로 몸살 감기에 걸렸을때 할머니나 엄마가 끓여 주는 전통음식이다.

몸에 영양을 주고, 피로를 풀어주는 좋은 음식처럼 우리의 영혼에도 이런 음식들이 없을까 하고 대부분 한번쯤은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영혼과 마음에 안식과 위로를 주는 닭고기 수프같은 진솔한 이야기들때문에 감기에 걸려 훌쩍이듯이 이 책을 읽으면서 훌쩍이게 될 것이다. 잔잔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어 한 이야기가 끝날때 마다 사색에 잠기게 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들을 내 생활속에 적용해 볼수 있을까 하고 혼자 자문 자답해보게 된다.

나는 사실 자기개발이야기나 생활의 변화를 일으키게 하는 이야기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아무리 이런 좋은 내용을 읽어도 내 생활속에서의 나는 항상  변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변화되어야 하지만 변화되지 않는 자신에게 실망하기 싫어 이런 류의 책들을 읽기를 거부해 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다가 어느 날 부터 중학생 아들이 읽었던 책들을 꺼내 읽어 보기 시작했다. 모두 이런류의 책들이다. 자칭 중학생 필독도서 내지는 추천도서들이다. 깊은 사색을 요하는 책이라 분명 속독수준으로 읽어 내리는 우리 아들은 그냥 한번 훑어 보고 넘겨 버린 책들일 것이다. 그런 책들을 읽으면서 변화되지 않는 나를 변화시켜 보려고 노력하고 있는 지금의 내모습을 보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와닿았던 부분은 아래와 같다.
 

98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리는 하루에 네번의 포옹이 필요하다. 계속 살아남기 위해서는 하루에 여덟번의 포옹이 필요하다. 그리고 성장을 위해선 열두번의 포옹이 필요하다.   버지니아 스테어

 

중학생인 아들이지만 마음은 항상 어리디 어려 어리광을 부리는 아들을 보면 한숨이 나올때가 많다. 그런 아들이 하루에 한두번도 아니고 수시로 안아달라고 다가오면 처음 한두번은 받아 주다가 나중에는 짜증이 나기 마련이었다. 그런 아들을 볼때마다 언제 철이 들려나 걱정어린 시선으로 바라 볼 뿐 더 포옹을 해 주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위의 글귀가 내 뇌리를 때리고 지나갔다. 그래, 성장을 위해서는 열두번의 포옹이 필요하다지 않는가. 어린 유치원생이나 갓난아이를 안아 주는 횟수야 그보다 더 할테지만 사춘기에 들어선 중학생 아들을 저렇게 안아 줘야 되다니. 저 내용이 어린 아이들에게만 해당하는 사항이 아니라 성숙한 어른에게도 필요한 것이란다. 이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조용히 음미를 하면서 한 내용 한내용씩 읽어 내려가다 보면 콧물과 눈물을 자아 내게 하는 이야기들이 많이 있다.

백혈병으로 죽어가는 여덟살 난 아들에게 꿈을 실현시켜 주기 위해 소방대원을 찾아가 아들의 꿈인 소방대원이 되게 해주는 과정에서 그런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 엄마도 대단하지만 그런 일에 흔쾌히 허락하여 소년 소방대원을 위해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하루동안을 소방대원의 임무를 다 해보게끔 배려를 해준 현직 소방대원들에게 감탄하지 않을수 없었다.

그 소년이 죽는 순간에도 혼자 외롭게 죽게 할수 없다고 생각한 간호사가 소방대원들을 불러 죽는 순간까지 그 소년이 정식 소방대원이라는 것을 인식 시키게 해준 일화에도 눈물을 멈출수가 없이 감동적인 것이었다.



친구에 대한 작은 관심이 자살하려고 했던 친구를 살려내는 계기가 되고, <당신은 나에게 특별한 사람입니다>라는 파란 리본 하나가 아버지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아들이 자살하려는 순간에 마음을 바꾸게 하는 이야기는 실생활속에 우리의 작은 관심이 진정 그들에게는 큰 사랑으로 다가가게 되는 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우선 사랑중에서 가장 귀한 사랑인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 자존감을 높여 주기 위한 에피소드가 다양하게 나온다.

 

나는 이미 충분히 가치 있는 존재다. 내 스스로 나를 인정하기만 하면  - 생떽쥐베리-

 

열등감에 사로 잡혀 있는 사람들에게 충분히 힘을 주는 메세지일것이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노래가 있는데 이 노래가 한동안 열등감에 젖여 있던 나에게 엄청 힘을 주던 메세지이기도 했었다.

전쟁중 포로에 잡혀  곧 죽을 위기에 처한 생떽쥐베리가 지은 작은 <미소>때문에 간수의 마음을 움직여 살아 날수 있었던 일화는 사람의 진심이 사랑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 시켜 주는 일화였다.

 

이런 다수의 일화들이 메말라있던 당신의 영혼에 잔잔한 습기가 되어 젖여들게 할 것이다.

이책을 읽고 책에 몰입만 할수 있다면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스펜서 존슨 지음, 이영진 옮김 / 진명출판사 / 200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당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시 여기던 무언가가 실패로 끝나거나 사라져 버린다면 어떤 기분일까? 항상 배불리 먹을수 있던 치즈가 어느날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면 그 공허감과 막막함을 이루 말할수 없을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수 있는 당신의 인생에서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어느 순간 실패를 맛보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속에 변화에 대응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것도 너무나 단순한 우화를 빌어 표현해 주고 있어 상자속에서 움직이는 생쥐나 햄스터의 모습을 지켜 보면서 나의 행동을 변화시킬수 있게 해준다.
두 마리의 생쥐와 두명의 꼬마 인간이 살고 있다. 미로의 상자속에서 그들은 날마나 치즈를 찾아 헤매면서 살아 가고 있다. 어느 창고에서 어마어마하게 큰 치즈를 발견한 그들은 현실에 안주하여 열심히 자신의 배를 채우면서 안주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그 치즈가 사라져 버렸다. 누가 내 채즈를 옮겨놓은 것일까? 아니다. 내가 다 먹어 치워 버린 것이다. 누가 옮겨 놓았다고 남을 탓하겠지만 그 치즈가 사라진 원인은 나한테 있었던 것이다. 치즈가 조금씩 줄어 들고 있다는 사실과 치즈가 상하기 직전의 냄새가 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우리에게 희망은 없을 것인가? 아니다. 먼저 두마리의 생쥐, 스니프와 스커리는 새로운 창고를 찾아 헤매는 즉각적인 행동을 개시하여 새로운 치즈를 찾게 된다. 항상 문제는 생각이 많은 인간들이 문제인 것이다. 꼬마 인간 헴과 허는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 쩔쩔매고 있다. 어떤 실패가 도래 했을때 헴과 허 같은 두부류의 인간으로 나뉘어 질 것이다. 헴 같이 자신의 한계와 과거의 사고방식에 빠져 새로운 도전을 회피해 버리는 부류와 더욱 나빠지기 전에 새로운 치즈를 찾아 나서는 허 같은 사람의 부류가 있을 것이다.
당신은 지금 어느 쪽 부류인가? 허는 주저 앉아 버린 친구 헴을 두고 먼저 행동으로 옮긴다. 그리고 자신이 발견했던 진리들을 벽에다 써두고 지나간다. 실패한 사람들에게 이같은 메세지는 희망을 불어 넣기에 좋을 것이다.
 

두려움을 없앤다면 성공의 길은 반드시 열린다.

 

헴은 미로속으로 들어가면 새로운 창고와 치즈를 발견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빠져 있다. 그런데 그 두려움을 없애야만 한다는 것이다. 실패가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 가장 어리석은 짓이라는 사실이 여기에서도 적용이 되는 것이다.

 

빈 창고에서 기다리는 것보다 미로 속에서 찾아 다니는 것이 안전하다.

 

실패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다 하는 일이다. 두려움을 극복하면 성공의 길은 반드시 열린다는 진리를 믿어야 한다. 성공이라는 것이 꼭 스티브 잡스나 빌게이츠 처럼 ceo가 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못 박지 말자. 나한테 있어 성공의 의미를 다시 재정비하여 목표를 세워야 할 것이다. 이렇게 세운 성공에 대한 목표는 두려움만 없앤다면 반드시 당신에게 열릴 것이다.

 

일찌기 성경에서도 그러지 않았던가? 두드려라 . 그러면 열릴 것이다. 찾으라 , 그러면 찾을 것이요.

 

이런 단순한 진리를 어떤 예로 들었을때 사람들이 깨닫는가 하는 것이다.

허가 미로속으로 떠날때 헴도 같이 가자고 했지만 헴은 결국 그 자리에 머물러 버리고 만다. 두려움을 없애지 못하고 안주하는 삶을 택한 것이다. 이런 예로 알수 있듯이 누구든 새로운 길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힘으로 개척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스스로 깨달아 스스로 개척하지 않는다면 아무도 그 일을 대신 해 줄 사람이 없는 것이다. 인생의 상담가나 조언가가 있지만 그들은 좋은 조언을 해 줄수는 있지만 피 상담자의 인생을 직접 살아 줄수는 없는 일이다.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변화를 예상할수 있어야 하고, 그 변화에 적응하여 자신을 변화 시킬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변화를 즐겨야 한다.

 

10여년 전에 베스트셀러가 되어 200만부가 팔렸다는 이 책은 그 당시에도, 그리고 지금도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당황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단순한 방법으로 접근하여 좋은 예를 제시해주는 지침서 인듯하다.

요즘 급속하게 변화는 컴퓨터 기술, 핸드폰 기술을 보면 여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회사나 직원들이 있다면 그들은 어느 순간 치즈가 없어졌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참으로 무서운 세상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이런 흐름을 잘 읽어내어 그 변화에 앞서 나간다면 성공의 따놓은 당상일 것이다. 이런 단순한 진리를 우리 자녀들이 잘 깨달을수 있다면 부모로서 더할 나위없이 행복할 것 같다.

이 책을 벌써 읽은 우리 아들은 이 책의 진리를 진정 깨달았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단순한 진리일수록 반복을 해야 더 마음속에 다가 오는 법이니 한번의 독서로 만족하지 말고 열심히 깨달음의 연속을 위해 다독으로 머리와 가슴속에 깊이 새겨 두어야 필요가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꿈의 도시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꿈의 도시를 꿈꾸며 세개의 군을 합쳐 <유메노> 시를 만들어 놓는다.

하지만 현실은 꿈의 도시와는 다르게 돌아가고, 가장 악한 것들이 먼저 유행하듯이 유메노 시는

도시들의 부폐된 면만 부각되어 가는 유령도시가 되어 간다.

이런 도시에 다섯명의 군상이 이야기가 전개된다.

 

생활수호비 수급자를 줄여야 하는 공무원,

도쿄에서의 대학 생활을 꿈꾸는 여고생,
 

대상으로 사기 세일즈를 하는 전직 폭주족,

마트 식품 매장의 좀도둑을 적발하는 보안 요원,

출세 가도의 야망을 안고 사는 재력가 시의원

 

이들의 앞날에는 이들이 생각하는 희망은 온데 간데 없고

추락해 가는 현실만 가로 놓여 있다.
우리 나라에 소개된 많은 일본 작가들에게 거부감이 없어지게 해주었던 작가들이 있다.

<용의자 X의 헌신><내가 그를 죽였다>의 히가시노 게이고, <냉정과 열정 사이>의 공동 저자 츠치 히토나리와 에쿠니 가오리,

<악인><도시여행자><요노스케 이야기>의 요시다 슈이치, <설국>의 가와바타 야스나리 까지.

 

설국의 아름다움을 잔잔한 필치로 묘사하여 노벨 문학상 까지 받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문체도 신선했고,

추리 소설로 유명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천재적인 사건 전개로 일본 작가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 버렸었고.

평범한 현대인의 단조로운 일상을 독특한 관점으로 쓴 요시다 슈이치로 서민적인 느낌을 받았으며,

냉정과 열정 사이의 두 남녀 작가를 통해 두 각도로 바라본 사랑에 대한 정의를 알게 되었다.

 

그만큼 나의 편협된 책읽기에서 다양한 일본 작가를 접하는데 한 몫을 했던 작품들을 그치면서

또 한사람의 새로운 작가인 <오쿠다 히데오>를 알게 되어 반가웠다.

 

그의 경력도 다른 일본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화려했다.

<공중 그네>라는 작품으로 나오키 상을 수상하였으며,

소설가 이전에 기획자 편집자등의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다양한 군상들의 심리와 일상과 긴박한 미래를 연출해 내고 있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나이와 남녀를 불문하고 저마다 무지개 빛의 꿈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이었다.

급격한 경제성장 뒤에 가려진 일본의 빈부격차를 여실히 파헤쳐 보는 기회였는데,

어떤 의욕조차 낼수 없는 밑바닥 생활에서 게으름으로 세상을 편하게 살아가고자 해서

불법으로 생활보조금을 타먹는 사람을 적발해야 되는 공무원 아이하라 도모노리.

 

시 공무원에서 현청 공무원으로 승진해 보는 게 유일한 희망인 이혼남인 도모노리는

자신에게서 최선의 방법으로 행동한 결과로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파릇하게 자라나는 무코다 고등학교의 2학년인 여고생 구보 후미에는

답답한 유메노 시를 떠나 도쿄 여대생이 되어 화려한 대학생활을 해보는게 꿈으로 부풀어

입시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다. 그녀에게도 예기치 않게 사이코 패스에게 납치 당하는 불운이 닥쳐온다.

 

전직 폭주족 출신으로 마땅한 취직 자리가 없어 헤매던 중 사기 세일즈에 뛰어든 가토 유야는

영업실적의 향상이 보이면서 시바타라는 선배와 함께 집과 차를 산다는 계획과 사장의 눈에 들어

간부가 되어 보고자 하는 꿈에 부풀어 일에 열정을 불붙인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예기치 않은 사건이 다가오고 만다.
48세의 중년 여성으로 마트에서 매장의 좀도둑을 적발하는 일을 하고 있는 보안 요원 호리베 다에코.

다른 여자들이 가진 직업에 비해 수당이 많고 내세에 대한 희망을 불어 넣어 주는

사슈카이라는 종교집단에 몸을 담고 있어 자신감이 어느때보다도 충만하여 자신의 일에 충실하게 살아간다.

그런 그녀에게도 매정한 현실은 만만치 않게 다가오고 있다.

 

다섯번째 인물은 출세가도의 야망으로 현직 시의원이자 재력가인 야마모토 준이치는

다음 선거에서 당선이 유력하다며 새로운 사업 구상을 하고 적당히 바람도 피면서 살아가는

돈많고 여유있는 삶을 즐기고 있다. 이런 재력가에게 조차 거센 미래가 예고되어 있다.

이 다섯 사람의 생활과 심리 상태를 가장 적절하게 묘사하면서

각자의 입장에서 꿈을 꾸며 최선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오쿠다 히데오는 어떤 한 사건으로 몰아 넣는다.

 

그들에게 각각 펼쳐지는 예기치 않은 사건들이

각자의 능력으로는 해결이 될수 없는 암담한 현실의 연속으로 나타나는데,

이를 한꺼번에 몰아 넣어 더이상 재기 불능인 상태로 만들어 버린다.

한마디로 독자들은 그 충격적인 라스트 신으로 인해

어안이 벙벙하여 어쩔 줄 모르게 하는 작가의 의도적인 전개방식인 셈이다.

 

아무도 도와 주는 이 없이 자신들이 각자 담당해야 할 몫을

숨을 헐떡이면서 견뎌내는 이들이 마지막 사건에 와서야 인간의 다정함을 맛보게 된다.

 

크게 다쳐 정신이 혼미해져 가는 호리베 다에코는 다음과 같이 혼자 느낌을 토로한다.

 

P. 낯선 사람들이 격려해 주었다. 필사적인 성원이 귀에 와 닿았다.

내내 잊고 있던 인간의 다정함이었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이런 고마움을 좀 더 일찍 느꼈더라면 좋았을 텐데. 빛이 비쳐들었다.

 

경쟁의식으로 똘똘 뭉쳐야만 살아 남을 수 있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미는 점점 없어지고, 물질 만능으로 인한 정신세계의 피폐로 사이코 패스들은 늘어만 가고,

따뜻한 온정과 사랑을 느낄수 없었던 각박한 세상을 원망하면서 현대인들을 살아간다.

가장 급박한 상황에서 다에코가 느낀 인간의 다정함을

우리는 평온한 현실을 살아가면서 느낄수는 없는 것일까?

 

인간의 다정함을 갈구하는 다섯 인물들의 아우성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뇌리속에 크게 와닿을 것이다.

가장 매정한 인간들에게도 사랑은 필요한 법이기 때문이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가니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인터넷을 보면 사회이슈화 시키는데는 인터넷 만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사실 나는 공지영 글을 별로 좋아 하지 않는다. 특히 그녀의 소설은 더욱 읽고 싶어하는 축의 글에 들지 않는다. 단순한 줄거리에 사람의 감성만을 자극하는 문체도 그러했다.

도가니 라는 이 소설이 처음 신간으로 나왔을때도 별로 읽어볼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사회 이슈화에 내가 지고 만것이다. <도가니>라는 공유 주연의 영화가 나오면서 <도가니>사건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법제도화까지 들고 나오고, 인화학교가 폐교 되는 등의 여론 몰이를 하는 것을 보고 정확한 내용이라도 알아야 겠다는 생각에 읽게 된 책이다. 마침 파주 북소리 축제에서 할인을 하는 이유로 사두긴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항상 보면 실망을 하게 마련이었다. 그나마 <해리포토>시리즈가 덜 실망을 가져다 준 영화였다. 그래서 항상 원작을 우선한 영화 감상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내게는 있다. 그냥 책 읽지 않고 영화만 봐도 될것을 왜 내가 별로 좋아 하지 않는 공지영의 소설인 <도가니>를 봐야 되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읽어 내려 갈수 없는 심정이었다
이 소설은 공지영 작가가 이 사건을 세상에 알리기로 한 결심이 두드러지게 보이는 작품이었다. 2005년도에 실제로 이슈화가 되어 재판이 진행된 이사건을 귀기울여 들은 공지영 작가는 한편의 실화를 드라마틱하게 사람의 심금을 울리게 만들어 냈다.

정말 감성을 자극하는 문체라 감성적인 내가 찡하게 느낀 것은 당연하리라. 내가 너무 감성적이라 이런 류의 소설을 싫어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기도 하지만....

광주 인화학교 사건이후 버젓이 다시 학교에서 교장과 교사 노릇을 하는 그들을 바라 보아야 했던 장애학생들과 부모들의 심정은 어떠했을지 책을 읽은 지금에서야 공감을 느끼게 된다.

도가니 라는 책이 나왔을때 대강의 줄거리는 짐작 할수 있어 손이 가지 않았던 나지만 실제로 작품에 빠져 읽어 가는 동안 감정이입이 안 될수 없게 된다. 자신의 양심을 걸고 싸운 주인공 강인호 선생과 서유진 간사의 노력은 약간의 이슈화는 만들어 냈지만 결과는 거대한 산같은 권력앞에 시간의 흐름을 타 있었던 일도 없었던 일처럼 되어 버린 사건이었다.

그러한 사건을 다시 여론의 쟁점화로 만들어 낸 것이 영화 도가니의 제작이었으리라.

난 아직 영화를 보지 않았다. 공유라는 주인공의 팬이기도 해서 보고 싶은 생각은 있지만 글로 읽는 장면들이 눈앞에 바로 와닿아 내 시각에 각인이 될까 두렵기도 하다.
실제 광주라는 시 이름을 쓰지 않고 무진(霧津)시라는 작명을 하여 안개라는 새로운 매개물을 만들어 내고 있다.

성폭력에 견디지 못했던 어린 영수, 주인공아이 민수의 동생이 안개 낀 철로 위에서 죽어간다. 한달 전에는 절벽에서 여학생이 떨어져 자살한 사건이 발생한 자애 학원. 자애(慈愛)....너무 좋은 의미의 학원이 아닌가. 그런데 이런 학원들의 설립에도 인간들의 욕망을 피해 갈수 없는 것일까? 장애학교나 복지 시설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어마어마하다는 사실이 들어나 한 집안의 배를 채우는 수단으로 장애 학교가 설립이 되었다는 사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사람의 양심으로 이루어 질수 있다는 것이 놀랍기 그지 없다.

인권운동센터 간사인 서유진은 철저한 양심이 바탕이 되고 지식이 바탕이 되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상에 경악을 하고, 아파한다.

사건을 고발하기 위해 찾아 다닌 공무원 시설에서는 재단의 권력과 경제력에 굴복하여 말을 들어 주려 하지도 않은 사회구조의 부조리가 철처하게 드러난다
그래도 뇌물을 받아 먹으면서 살아가는 경찰의 인생을 살고 있는 <장경사>가 순진해 보이는 서유진이 불쌍해 사회의 그렇고 그런 비리들을 덮어두자고 마음을 내보인다. 그럴때 서유진은 말한다.

 

p.257 세상 같은 거 바꾸고 싶은 마음, 아버지 돌아가시면서 다 접었어요. 난 그들이 나를 바꾸지 못하게 하려고 싸우는 거예요.

 

 

세상을 바꾸기 위해 민주화를 외치다 죽은 자신의 아버지가 죽어 가는 모습을 보면서 세상은 바꾸기 힘들다고 포기해 버렸지만 나를 바꾸지는 못하게 싸우려 한다는 그녀의 절규가 우리에게도 절실한 메세지로 다가온다.

단순하게 의식주를 위해 살아가는 우리들이지만 그래도 인간이라는 미명아래 살아가는 희망이라도 붙들고 살아 가고 싶어한다.

 

p. 227 우리의 삶이 그냥 먹고 싸는 것, 돈을 모으고 옷을 사고 하는 그 너머의 무엇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이야. 나는 확인하고 싶어, 그렇지 않으면 살아가는 걸 견딜수 없을 거 같아. 강선생.

 

80-90년대 민주화를 외치면서 살아가던 정치인이나 일반인은 먹고 살기 위해 사회의 부조리에 물들면서 살아가고 타협해버리는 21세기에 그런 거창한 민주화는 아니더라고 의식주를 너머 인간다운 어떤 것이 있다는 희망을 버리고 싶지 않은 것이다.

 

민수라는 아이가 이 법정 싸움이후에 자신이 느낀 이야기를 한다. 짐승같은 취급을 받던  장애인도 다른 사람들과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장애인들에 대한 새로운 시각으로 다가서자고 말하고 있지는 않는 것 같다. 그냥 장애인도 사람이다라는 평범한 논리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한사람의 힘은 미흡했지만 대중의 힘은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 소설 <도가니>와 영화 <도가니>의 힘을 느끼면서 이 소설을 읽은 것을 후회하지 않기로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