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의 서재 - 그리고 그들은 누군가의 책이 되었다
한정원 지음, 전영건 사진 / 행성B(행성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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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읽기를 좋아하는 애서가 이면 공감과 소통이 느껴질수 있는 책이다. <책만 보는 바보>라던가 <책에 미친 청춘>을 잇는 책욕심이 많은 사람들의 욕구를 채워주고, 더더욱 독서에 매진할수 있는 열정을 불어 넣어 줄수 있을 것 같다.

 

어릴적 부터 책 욕심이 많아 책을 맘껏 읽지 못했던 사람들이라면 꼭 어른이 되면 나만의 서재를 꼭 가지리라 소원을 가졌던 그 소원이 나에게도 이루어졌었다. 우리나라 각 분야에서 최고의 지위에 오른 지식인들의 서재에서 그 지식인들이 느끼는 행복감과 신성함, 은밀함이 또한 내게도 있다. 

 책은 나의 삶이다. 나는 책에서 지혜를 얻었고, 위안을 받았고, 살아가는 방식을 재정립할수 있었고 이해라는 걸 배웠다. -김성룡


교보문고의 대표이면서 출판 문화인인 김성룡씨의 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다. 책에서 얻는 위안은 그 무엇보다도 강렬해서 책 중독자들에게는 살아가면서 없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나에게도 그러 했듯이 말이다. 외로워서 방황했었고, 우울해서 감정의 늪에서 빠져 나올수 없던 생활이 책에서 얻은 위안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을 읽다가 막히면 자신이 이해를 못하는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그것을 이해하려고 정독하게 되면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게 된다. 책은 완정한 작품이 아니라는 것을 항상 염두해 두어야 한다.-이주헌


미술에 관한 글쓰기가 천직이라고 생각하는 아트스토리텔러인 이주헌씨의 고백이다. 자신이 직접 책을 써 본 바에 의하면 작가도 알지 못하는 내용이 있으니 책 내용의 70%만 이해해도 된다는 고마운 고백이다. 책을 완벽하게 이해 해야 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 날수 있으니 말이다.

 어서 빨리 읽어야 하는데 라고 고민하면서 갈등을 하고, 사고 싶은 책이 너무 많아서 생기는 갈등, 이 모든 것이 책과 상대해야 할 갈등이자 지혜의 스트레스다. 그 어떤 상대와의 갈등보다 값지고 행복한 갈등이다. -승효상

 

가난한 사람들의 지혜에서 건축의 미학을 배우고자 했던 건축가인 승효상씨의 행복한 갈등이다. 이런 갈등은 책욕심이 많은 다독가들의 어쩔수 없는 스트레스이자 고민임을 공감하게 해주는 대목이다. 집에 읽을 책이 많은데도 서점을 찾게 되고, 도서관을 방문하여 책장을 거닐면서 어떤 책이 있을까 하면서 책제목을 흝어보는 재미를 아시는 분들의 고민을 대변하는 것이다.

 책 읽은 것을 소화시키는 것이 사유다. 사유는 자신이 읽은 것을 되새김질하는 것이고, 사유의 방법으로 가장 좋은 것이 글을 쓰는 것이다. 글쓰기야말로 독서의 완성이다.나의 서재는 사유의 숲이다.... 이 사유의 숲에는 영혼을 정화해주는 나무도 있고, 좌절 앞에서 지혜를 속삭여 주는 나무도 있다. ...글을 쓰는 것은 독서보다 더 중요합니다. 사람들을 만나고 책을 읽고 자연과 대화를 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온전하게 소화하기 위해서는 침잠해서 자기의 생각을 정립하는 글로 표현해야 한다. -이안수

파주출판단지를 설계했고, 헤이리 마을의 촌장이자 문화예술 공간인 '모티브원'을 운영하는 솟대예술작가인 이안수씨의 독서와 글쓰기에 대한 생각을 표현해주고 있는 부분이다.

독서보다 더 중요한 것이 글쓰기이며 독서를 통한 사유의 정리를 글쓰기로 완성해야 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서재는 사유의 숲이고, 숲속에서 영혼을 정화해주는 나무들과 함께 행복해 할수 있는 독서가가 되어야 겠다는 생각을 더욱 다잡게 해주는 말이다.

 

전공자가 전공책을 깊이 보는 건 독서라고 할수 없지만, 물리학자가 역사 책을 보는 것은 독서가 되는 것은 같은 책을 읽더라도 행복감이 틀리기 때문일 것이다. 책욕심이 많아 책을 무작정 사 놓고 보는 사람들에게 <책은 읽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쌓아 놓기 위해서 사는 것이다.> 라는 말은 하나의 변호가 될것이고, <책은 머릿속에 저장하기 위해 읽는 것이 아니라  내용을 통해서 지식을 습득하기도 하지만 지혜와 견문을 넓히기 위해서 읽는 것이다.> 라는 것은 기억력 부족을 탓하는 독자들에게 위안을 주는 말이기도 하다.

어쩌면 애서가들에게 공감을 주고 위로를 주는 말들을 이렇게 멋들어지게 해놓았는지 역시 이들은 우리나라를 각 분야에서 대표하는 지식인들임에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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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영혼의 편지 (반양장) 반 고흐, 영혼의 편지 1
빈센트 반 고흐 지음, 신성림 옮김 / 예담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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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영혼의 화가, 태양의 화가로 불리는 반고흐가 동생 테오와 주고 받은 편지 600여 통을 정리하여 엮은 책이다. 위대해 보이는 예술가의 내면이 우울해하고 고독해 하는 것은 평범한 우리와도 크게 다르지 않구나 하는 공감을 가져왔다. 반고흐의 내면은 철저한 예술가의 기질을 가지고 있었고, 그 고독과 우울을 그림으로 말하고 싶어했던 화가였던 것이다. 고흐 자신도 고백하기를 " 요즘 내 감정이 무척 격하다는 걸 알고 있고, 그럴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기 때문에 나 자신도 아주 야만적이르로 보일것이라는 사실을 당연하게 받아 들인다." 라 하여 자신과 가족 사이에 일어나는 불화를 감지하고 아버지와의 관계가 악화일로 있었던 것도 솔직하게 인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워낙 독특하고 독창적인 사고를 지닌 고흐였기 때문에 평범했던 그의 부모는 그를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 가족과의 불화속에서 네살 아래인 동생 테오만이 고흐에게는 든든한 정신적 경제적인 지원자였고, 조력자였다.

 

고흐의 편지마다 적혀 있는 테오에 대한 경제적인 지원을 미안해하고 그것을 영혼이라도 주어 갚겠다고 다짐하는 말이 많이 내어 비치고 있어 심리적으로 많은 부담을 받고 있었다는 것을 알수 있다. 편지마다 인용되는 많은 화가들의 경향과 작가들의 작품들에 대한 언급이 고흐의 상당한 독서력을 볼수 있었고, 그것에 대한 많은 사색과 성찰이 있어 왔다는 것을 엿볼수 있다.

고흐는 전통적인 그림 방식을 싫어했고, 항상 독특하고 독창적인 화법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고심했던 것이 역력하게 그림을 통해서나 편지를 통해서 알수 있게 한다. 고흐에게 큰 영향을 준 <밀레>를 통해 상류사회의 모습이 아닌 농부와 노동, 노동자, 농촌, 가난한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그림에 담고자 했다. <감자를 먹는 사람들>이나 <씨를 뿌리는 사람> 등에서 볼수 있듯이 그는 농부의 얼굴에 나타난 표정을 그려 내고 싶어 했고, 노동의 의미를 전달하고 싶어했다. 그림은 사진이 아니기 때문에 보이는 그대로 그릴게 아니라 인물의 내면이나 영혼, 풍경에서 받는 화가의 감정을 녹여내어 그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갱과의 결합에서 화가 공동체에 대한 꿈을 꾸고 있었지만 자신의 병인 간질 발작과 격렬한 감정표현으로 고갱과의 사이도 멀어지게 된다. 화가가 되기전에도 서점 점원이나 화상일, 전도사의 일등을 전전 긍긍 거쳤지만 , 결국 28살의 늦은 나이에 그림에 대한 자신의 열정을 발견하고, 자신의 모든 영혼을 담아 그림을 그려 냈다. 그림을 그리는 일이 얼마나 힘든 노동이며, 테오에게서 받은 경제적 지원이 캔버스와 물감 구입비로 충당되어 고흐의 삶이 얼마나 궁핍했는지 그의 진솔한 육성으로 절절하게 표현하고 있어 가슴이 저려옴을 느낄수 있다.

 

여러차례의 발작으로 아를 사람들의 진정서와 시선때문에 생레미 요양원에서 보내야 했던 시절에 자신은 그림을 그려야 병을 치료할수 있다고 의사에게 선언하기도 했다. 테오의 편지에서도 느낄수 있듯이 따뜻하고 선량한 마음씨의 소유자였던 고흐는 전도사시절에도 자신의 열정을 남을 돕는데 바쳤고, 시엔이라는 버림받은 매춘부를 거두어 출산까지 하게 하는 마음씨도 엿볼수 있다. 시엔과의 결합으로 가족과 자신을 가르치던 모베와 화상에게 까지 질타를 받았지만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이러한 고흐의 품성이 아를에서 줄기차게 그렸던 사이프러스나무의 모양과 닮아 있었으며 새장에 갇힌 새같이 자신의 영혼이 갇혀 있다고 생각해 희망을 뜻하는 밤하늘의 별을 동경하여 그는 <별이 빛나는 밤>에 연관된 여러 편의 불후의 명작을 남기게 된다. 노란색의 화가라고도 칭해지듯이 노란 밀밭을 즐겨 그렸고, 떠오르는 노란 태양 속에 그는 열정을 찾으려고 했던 것 같다. 평범하기를 거부하고 자신의 뜻이 남과 다를때 거부할수 있는 용기의 소유자였고, 절망의 상황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고흐의 명성이 앵데팡당 전과 여러 전시를 거치면서 조금씩 명성을 쌓아 가던 그는 오히려 호평이 자신을 과장하여 말하고 있고 그런 명성속에서 이성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고흐는 <까마귀가 나는 밀밭>을 마지막 작품으로 남기면서 37세에 생을 마감하는데 까마귀라는 죽음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어 자신의 죽음을 예견시키고 있다. 고흐를 죽음에 몰고 간 고뇌는 무엇이었을까? 간질발작이라는 병이 두려웠던 것인지, 자신의 우울한 고통을 이겨 내지 못한 것인지, 조금씩 명성을 얻고 있는 시점에서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자신을 세상에 드러내는 것이 싫었던 것인지 알수 없는 일이다. 이 모든 것이 다 원인일수도 있겠지만 고흐는 자신의 모든 내면과 영혼과 생명을 바쳐 그림을 그려내고 자신을 표현해 낸 화가임에는 틀림이 없다. 고흐에 대한 다른 어떠한 견해와도 비견할수 없는 고흐의 진솔한 심정을 담고 있는 편지 글이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정화시키는지 이 편지를 읽어 본 사람만이 알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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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공지영 지음 / 김영사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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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여행기를 좋아하는 편이라 여행에세이를 한동안 열심히 읽었었다. 수도원 기행이라는 특이한 소재의 여행기라니. 솔깃해졌다. 그런데 저자가 공지영이라니 좀 께름직했다. 10년전에 공지영이 세번째 남편과 한달 동안의 유럽에 있는 수도원을 찾아 다녔던 기행문이었다. 요즘 도가니라는 책을 내고, 그 영향으로 도가니라는 영화로 사회이슈화로 시키는 등 유명해지는데는 선수인 작가가 공지영씨이다. 그런데 도덕군자가 아니지만 공지영씨를 보면 사생활을 비난하고 싶은 생각이 마구 드는 게 사실이다. 왜 그렇게 자유분방하게 살았느냐고 내가 막 되묻고 싶다. 그녀가 그렇게 살고 싶어서 산것도 아니겠지만 그녀 나름대로는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 자신을 다 표현하고 살아서인지 세번의 결혼 실패와 세 자녀들. 그런 그녀가 회개록처럼 이 책에서 자신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 내고 있다.
난 그냥 단순한 기행문이었으면 좋겠는데, 그녀가 두번의 이혼끝에 세번째로 결혼한 남편과의 여행 속에서도 그 이전의 사람들에 대한 원망과 분노, 자신에 대한 죄의 고백등이 나오는 기행문이라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수도원 기행이었으니 망정이지 그녀의 고해성사를 듣고 있으려니 좀 한심해 보이기도 해 보였지만 목마른 영혼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하는 수도원 기행이라면 딱 맞아 떨어지는 에세이가 되고 있다. 

하느님을 부정하면서 살아왔던 그녀가 18년만의 신앙 고백과 믿음 회복이라는 컨셉이 꼭 이책을 쓰기 위한 정말 컨셉 같아 보여서 좋은 평가는 하고 싶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아르정탱 베네딕트 여자 봉쇄 수도원,솔렘 수도원,갈멜 수도원,마꽁 수도원 ,
오뜨리브 남자 시토 봉쇄 수도회, 마그리지 여자 시토 봉쇄 수도회,킴지 수도원,오스나 브뤽 베네딕트 여자 봉쇄 수도원



,포뢰 도미니크 수도원, 림브리크 수도원 등을 돌아다니면서 그런 수도원의 역사나 카톨릭의 역사와 결부지어 자세한 설명이 미흡한 것이 너무 아쉽다. 그 수도원으로 안내한 신부님이나 수녀님들에 대한 인상은 자세하게 자신의 느낌을 곁들여 잘 표현하고 있는 것은 공지영씨의 특기 사항이니 그렇다 하더라도 너무 한개인의 감정 흐름에 치우친 글표현은 좀 아쉽다.

하지만 이 책은 삶의 의미를 상실해서 힘들어 하는 청춘이거나 뭔가에 대한 목마름으로 영혼의 피폐해진 분들한테는 많은 공감을 일으킬 것이라는 예상은 든다. 여러 사람에게 많은 상처를 받아 사람이 미워지고 용서하기 힘든 사람들 한테는 영혼의 목마름을 채워주는 상담자나 위로자 같은 역할을 할지도 모르겠다.


 공지영씨도 스스로 고백하기를 자신은 삶에서 너무 많은 것을 기대했다고 한다.물론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무언가를 많이 바랐겠거니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녀는 상처만 받았던 것이다. 기대하고 받으려고만 하는 욕심이 그녀를 그런 지경에 몰아 넣었을 것이다.  
인용글에도 있듯이 <생은 혼자 가는길. 혼자만이 걷고 걸어서 깨달아야만 하는 등산로 같은 것>이라고 저자는 표현하고 있다. 절대절명의 고독한 길위에 우리는 서있다. 그런 삶을 우리는 걸어가고 있다. 그런 길위에서 너무 많은 짐을 들고 가면 힘들어진다. 수녀님과 수도사들이 가진 것은 성경과 책, 한두벌의 옷 뿐인데, 자신은 많은 짐을 들고 다니면서 힘들어 한 일을 고백하고 있다.

한때 교회를 다녔던 나는 교회의 폐쇄적이고 독단적인 생태가 싫어 떠났었다. 성당을 다니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너그러움이 허락되어 있어 숨통이 쉬어 진다. 그리고 불교의 여러 교리와 가톨릭의 유사점을 찾아 스님에 대한 편견이 별로 없다. 개신교에서는 다른 종교에 눈을 돌렸다가는 이단이니 예수님을 모독하는 짓이니 이런 소리를 듣기 십상이어서 난처함에 처했던 신자들이 많았을 것이다. 이런면에서는 가톨릭의 하느님은 너무 편해서 좋다. 하나인 유일신이라서 하나님이라고 주장하는 것 보다는 하늘에 계셔서 하느님인 신의 존재로 있는게 더 고집불통 어린 중생에게는 그런 너그러운 하느님이 훨씬 와닿을지도 모르겠다.
보통 여행사를 끼고 가는 유럽여행에는 진정한 사람을 만날수가 없다. 사람은 많아도 사람은 없고 풍경만 있는 여행에서 수도원을 찾아 다니면서 그곳에 있어 삶의 의미를 잃어 버린 사람들이 쉴수 있는 곳이니 대 환영이라고 말하는 수녀님의 포용에 '사람들'을 만나는 여행이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리고 '나'를 만나는 여행이기도 했다. 여러 단점이 눈에 띄는 에세이긴 하지만 차분히 가라 앉아 내면의 자아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영혼의 울림을 알리는 위로자가 되어 줄 책이다. 세상살이는 <더 빨리 흐르라고 강물의 등을 떠밀지 말아라  >하고 삶의 여유를 주어야 더욱 자아를 발견하고 영혼을 회복할수 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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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가족
강지영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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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한 과학기술과 컴퓨터 기술, 편리한 문명, 깨끗한 환경을 살아가는 우리 시대에 우리는 어찌보면 부족할 것 하나 없는 현대인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우리는 아프다. 육체는 멀쩡해 보일지라도 정신을 아파 하는 사람들이 많다. 공허감과 외로움이 지나치다 보니 우울증과 강박증과 과대망상에 시달리면서 겉으로는 아무런 이상이 없이 살아가려고 노력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이런 우리자신들의 이야기가 <프랑켄 슈타인 가족>에 녹아 있다. 강박증을 앓는 나석, 대중목욕탕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가인, 다중인경장애 임만, 섭식장애 환자 미아, 홀수 공포증 제일, 공상허언증과 불면증에 시달리는 라희 등. 마음을 다쳐 이들은 남들이 알면 정신병자 취급을 할 만한 질환들을 앓고 있다. 이들이 한데 모였다. 그들의 소울메이트 김 박사를 찾으러 이들은 과감히 모인 것이다. 이들에게 일어날 에피소드들이 어찌보면 시트콤 처럼 사건들이 발생한다. 희극을 가장한 비극이 이 소설속에 담겨있다.
강지영이라는 신인 작가는 내게 생소하다. 사회적으로 베스트셀러이면서 유명작가라고 라벨이 붙어 있는 작가들만 아는 신세라 새롭게 등단한 신예작가는 잘 몰랐던게 사실이다. 사실 한국소설에 대한 애착이 없는 지도 모르겟다. 프랑스, 미국, 영국, 독일,일본 등의 작가들이 펼치는 대담하고 긴장된 스토리에 익숙해져 있어 잔잔하게 품어내는 스토리는 식상해 있었다. 초심으로 돌아가 한국 소설을 읽고 있노라면 감동에 감동을 가져올 그런 이야기들이지만 무언가 강력하고 자극성있는 스토리를 원하는 세태가 되어 버린 시점에서 나도 그런 자극과 긴박감만을 원하는 스토리에 중독되어 있었나 보다. 그래서 한국 소설처럼 느릿느릿 펼쳐지는 소설에 대해서는 별로 시큰둥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요즘 새롭게 접하는 신작 소설들에서 이런 긴박감을 주는 작품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추세라 그나마 다행스럽다. 정유정의 <7년의 밤>은 한국소설에서 의외인 긴박감과 자극성을 느끼는 스토리 전개가 마음에 들었다. 그에 비하면 강지영의 <프랑켄슈타인 가족>은 그렇게 강한 스토리의 전개는 아니지만 코믹스러운 전개로 잔잔한 감동을 자아내는 구성이 매력이 장점으로 보인다. 
이 작품의 등장인물부터가 모두 범상치 않은 자들로 구성되어 한 인물마다 그런 질환을 앓게 된 내력을 세세해 설명해 주고 있다. 현대의 기준에서 만들어 버린 이상한 설정으로 이들은 괴물이 되어 있다. 의학정보를 보면 무슨 세균, 바이러스로 인해 알러지 질환, 신종 전염병을 만들어내는 정황을 너무나 세밀히 전해주어 일반인들도 어느정도 반 의사가 되어 버린 지금, 강박증을 야기 시키는 좋은 환경에 놓여 있을 법하다. 빼빼마른 몸매와 연예인같은 얼굴이어야 아름다움의 기준이 되어 버려 성형강국이 되어 버린 한국, 이속에서 뚱뚱한 이들의 영혼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세상은 수천가지 다이어트 비법이 넘쳐나고, 섭식장애 환자들을 양산시킨다.
등장인물들을 치료해오던 김박사는 <아침마당>이라는 곳에 나와 패널로 정신병의 의학상식으로 여러 환자들을 상담하던 인텔리로 어느한점 티끌이 없어 보이는 사람이다. 그런 김박사에게 아내가 동성애자라고 통보해 오면서 그의 인텔리한 생활은 사라져 버리고, 우울증에 휩싸이는 자신이 치료해오던 환자들과 똑같은 상태에 놓여 버린다.

 

315 우리 꼴이 좀 이상하게 보인다는 거 잘 압니다. 우리 가족은 다들 한 가지씩 문제를 떠안고 살아요. 강박증이나 망상증, 섭식장애 같은 거요. 그런 눈으로 보실 거 없습니다. 솔직히 누구나 말 못할 문제 하나씩은 안고 살잖습니까? 사실 전 방금전까지 다단계 사무실에 감금돼 있다 풀려 났어요. 최근에 가정불화로 과대망상과 우울증을 앓게 되었고요. 겉으로는 저명한 의학박사지만 까뒤집어 보면 택시기사나 신발장수하고 다를 것 없는 흘껍데기 중년입니다. 이래 봬도 우린 아주 평범한 사람들이거든요.

 

김박사의 고백에서도 나오듯이 겉으로는 저명한 의학박사일지라도 까뒤집어 보면 여느 중년과도 같은 신세인 것은 마찬가지이다. 솔직히 누구나 말 못할 문제 하나씩은 다 안고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아무리 단란해 보이는 가정이라도 속썩이는 아들때문에 엄마가 신경증에 걸리는 것과 마찬가지고 세상은 허물과 문제 하나쯤은 다 가지고 살아 가는 것이다. 그런면에서 어찌 보면 우리는 정신병자이자 아주 평범한 상태라고 볼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마추친 등장인물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상처 극복법을 알아가게 된다. 그런 중심에 김박사가 뜻을 펼치고자 고백하기도 한다.

 

320 이 자리에 모인 여섯명의 환자들을 괴물로 만든 건, 오만과 편견으로 직조된 단단한 갑옷을 입은 세상 모든 프랑켄슈타인 박사들이었다. 그리고 그들 중가장 비겁한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자신이엇음을 새삼 깨달았다. 이제 그는 새하얀 가운에 완전무결한 의사 김인구가 아닌 , 불완전하지만 더없이 진실한 그들의 친구가 되고 싶었다.

 

오만과 편간이라는 갑옷으로 우리는 정상적인 사람들을 프랑켄슈타인 같은 괴물을 만들어 내고 있다라고 작가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자신이 완전무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소설의 김인구가 되어 자신의 허물을 발견해 보라. 그럼 김인구 박사의 이런 고백이 절로 나오게 될 것이다.

 

" 자 이제 내 고민을 상담받고 싶어요. 좀 민망한 이야긴데 들어줄수 있죠? 우린 친구잖아요. 안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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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 정호승 산문집
정호승 지음 / 비채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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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아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때문이고

내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 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이 시가 유난히 와 닿았던 것은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에서 정호승 시인을 인터뷰한 부분에서 이 노래를 소개한 대목에서 였다. 이 시 때문에 시에 대해서 관심도 없었던 나에게 정호승 시인이라는 분이 다가 왔고, 정호승이라는 분이 좋아졌다. 정호승시인에 대해 남편에게 말을 했더니 책장 깊숙한 곳에 꽃혀 있던 이 책을 꺼내다 주는 것이다. 물론 정호승 시인의 시가 군데 군데 있으면서 정호승 시인이 인생에 살아 가면서 힘이 되었던 한마디 한마디를 모아 적어 놓은 산문집이었다. 60~70 여 문장의 좋은 말이 한꺼번에 부딪혀 오니 감동의 도가니였다. 이런 말들을 요약하면 <성실하라> <고통과 시련이 없는 것은 인생이 아니다> <인내하고 자신을 용서하라> <상처없는 자가 없으니 견뎌야 한다>< 오늘을 열심히 살아라> 등으로 표현할수 있겠다.

 

뻔한 진리의 말이지만 정호승 시인이 겪었던 경험과 우화를 예로 들어 설명해주고 있어 공감을 더욱 크게 느낄수 있다. 정호승 시인은 자신이 상처를 잘 받고, 분노와 미움과 슬픔, 외로움이라는 감정에 빠져 보았으며, 그럴때 마다 힘이 되는 한마디를 떠 올리며 제기를 했었다. 가장 사랑하던 아내와의 이혼이 배신이라는 감정으로 와닿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음을 고백하고 있다.

 

색채는 빛의 고통이다.

십자가를 등에 지고 가지 말고 품에 안고 가라

진주에도 상처가 있다

신은 우리가 견딜 수 있을 정도의 고통만 허락하신다

절망이라는 죄는 신이 용서하지 않는다.

상처는 스승이다

신은 다시 일어서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나를 쓰러뜨린다

별을 보려면 어둠이 꼭 필요하다

사람은 실패를 통하여 다시 태어난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상처 없는 독수리는 이 세상에 태어나자 마자 죽어 버린 독수리뿐이다.

예수의 손에는 십자가에 박혀 못자국이 나기 전에 먼저 목수일로 생긴 굳은살이 박여있었다.

산산조각난 항아리를 다시 붙이려 하지마라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느냐고 생각하지 말고, 나에게도 이런일이 일어날수 있다고 생각하라

 

 

위의 한마디는 고통과 시련과 상처는 인간에게 항상 존재하는 것이니 그것을 실패라고 여기지 말며 충분히 극복할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주옥같은 말들이다.

 

과거는 현재를 가두는 감옥이 아니다

오늘 내가 헛되이 보낸 하루는 어제 죽은이가 그토록 살고 싶어 했던 내일이다

시간 없을때 시간 있고, 바쁠때 더 많은 일을 한다

성실이 없는 곳에 존재가 없다

목표를 세우면 목표가 나를 이끈다

지나간 1분은 세상의 돈을 다 주어도 사지 못한다.

 

시간의 중요성과 오늘에 충실하게 열심히 살아 가라는 말들이다. <노력이 재능이다>라는 말이 천재성을 가지고 태어나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 주는 말이다.

사람과의 관계속에서 아파했던 배신의 상처와 친구관계문제, 욕심을 버리는 문제, 큰 꿈을 가지라는 응원의 메세지 등 상처입고 좌절에 아파하는 모든 이들에게 구구절절 위안을 삼을수 있는 말들이다. 인생에서 말한마디가 사람을 살릴수도 죽일수도 있으니 말을 조심해야 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소중한 말한마디가 침묵보다 더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갈고 닦은 좋은 진주 같은 문장이 필요하기도 하다. 정호승 시인은 자신이 살아오던 생활 가운데, 어머니가 들여주신 말, 교회에서 들은 말, 절에서 들은 말, 책에서 읽은 말 중에서 가슴에 와닿고 힘이 되었던 한마디 한마디 기록해 두었다가 혼자만 알고 있는 것 보다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이 글을 썼다고 한다.

그런 산문집이니 만큼 많은 사람들에 따스한 손길로 아픈 마음을 쓰다듬는 글이 되어 우리에게 충분히 다가올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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