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 가족
강지영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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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수한 과학기술과 컴퓨터 기술, 편리한 문명, 깨끗한 환경을 살아가는 우리 시대에 우리는 어찌보면 부족할 것 하나 없는 현대인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우리는 아프다. 육체는 멀쩡해 보일지라도 정신을 아파 하는 사람들이 많다. 공허감과 외로움이 지나치다 보니 우울증과 강박증과 과대망상에 시달리면서 겉으로는 아무런 이상이 없이 살아가려고 노력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이런 우리자신들의 이야기가 <프랑켄 슈타인 가족>에 녹아 있다. 강박증을 앓는 나석, 대중목욕탕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가인, 다중인경장애 임만, 섭식장애 환자 미아, 홀수 공포증 제일, 공상허언증과 불면증에 시달리는 라희 등. 마음을 다쳐 이들은 남들이 알면 정신병자 취급을 할 만한 질환들을 앓고 있다. 이들이 한데 모였다. 그들의 소울메이트 김 박사를 찾으러 이들은 과감히 모인 것이다. 이들에게 일어날 에피소드들이 어찌보면 시트콤 처럼 사건들이 발생한다. 희극을 가장한 비극이 이 소설속에 담겨있다.
강지영이라는 신인 작가는 내게 생소하다. 사회적으로 베스트셀러이면서 유명작가라고 라벨이 붙어 있는 작가들만 아는 신세라 새롭게 등단한 신예작가는 잘 몰랐던게 사실이다. 사실 한국소설에 대한 애착이 없는 지도 모르겟다. 프랑스, 미국, 영국, 독일,일본 등의 작가들이 펼치는 대담하고 긴장된 스토리에 익숙해져 있어 잔잔하게 품어내는 스토리는 식상해 있었다. 초심으로 돌아가 한국 소설을 읽고 있노라면 감동에 감동을 가져올 그런 이야기들이지만 무언가 강력하고 자극성있는 스토리를 원하는 세태가 되어 버린 시점에서 나도 그런 자극과 긴박감만을 원하는 스토리에 중독되어 있었나 보다. 그래서 한국 소설처럼 느릿느릿 펼쳐지는 소설에 대해서는 별로 시큰둥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요즘 새롭게 접하는 신작 소설들에서 이런 긴박감을 주는 작품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추세라 그나마 다행스럽다. 정유정의 <7년의 밤>은 한국소설에서 의외인 긴박감과 자극성을 느끼는 스토리 전개가 마음에 들었다. 그에 비하면 강지영의 <프랑켄슈타인 가족>은 그렇게 강한 스토리의 전개는 아니지만 코믹스러운 전개로 잔잔한 감동을 자아내는 구성이 매력이 장점으로 보인다. 
이 작품의 등장인물부터가 모두 범상치 않은 자들로 구성되어 한 인물마다 그런 질환을 앓게 된 내력을 세세해 설명해 주고 있다. 현대의 기준에서 만들어 버린 이상한 설정으로 이들은 괴물이 되어 있다. 의학정보를 보면 무슨 세균, 바이러스로 인해 알러지 질환, 신종 전염병을 만들어내는 정황을 너무나 세밀히 전해주어 일반인들도 어느정도 반 의사가 되어 버린 지금, 강박증을 야기 시키는 좋은 환경에 놓여 있을 법하다. 빼빼마른 몸매와 연예인같은 얼굴이어야 아름다움의 기준이 되어 버려 성형강국이 되어 버린 한국, 이속에서 뚱뚱한 이들의 영혼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세상은 수천가지 다이어트 비법이 넘쳐나고, 섭식장애 환자들을 양산시킨다.
등장인물들을 치료해오던 김박사는 <아침마당>이라는 곳에 나와 패널로 정신병의 의학상식으로 여러 환자들을 상담하던 인텔리로 어느한점 티끌이 없어 보이는 사람이다. 그런 김박사에게 아내가 동성애자라고 통보해 오면서 그의 인텔리한 생활은 사라져 버리고, 우울증에 휩싸이는 자신이 치료해오던 환자들과 똑같은 상태에 놓여 버린다.

 

315 우리 꼴이 좀 이상하게 보인다는 거 잘 압니다. 우리 가족은 다들 한 가지씩 문제를 떠안고 살아요. 강박증이나 망상증, 섭식장애 같은 거요. 그런 눈으로 보실 거 없습니다. 솔직히 누구나 말 못할 문제 하나씩은 안고 살잖습니까? 사실 전 방금전까지 다단계 사무실에 감금돼 있다 풀려 났어요. 최근에 가정불화로 과대망상과 우울증을 앓게 되었고요. 겉으로는 저명한 의학박사지만 까뒤집어 보면 택시기사나 신발장수하고 다를 것 없는 흘껍데기 중년입니다. 이래 봬도 우린 아주 평범한 사람들이거든요.

 

김박사의 고백에서도 나오듯이 겉으로는 저명한 의학박사일지라도 까뒤집어 보면 여느 중년과도 같은 신세인 것은 마찬가지이다. 솔직히 누구나 말 못할 문제 하나씩은 다 안고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아무리 단란해 보이는 가정이라도 속썩이는 아들때문에 엄마가 신경증에 걸리는 것과 마찬가지고 세상은 허물과 문제 하나쯤은 다 가지고 살아 가는 것이다. 그런면에서 어찌 보면 우리는 정신병자이자 아주 평범한 상태라고 볼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마추친 등장인물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상처 극복법을 알아가게 된다. 그런 중심에 김박사가 뜻을 펼치고자 고백하기도 한다.

 

320 이 자리에 모인 여섯명의 환자들을 괴물로 만든 건, 오만과 편견으로 직조된 단단한 갑옷을 입은 세상 모든 프랑켄슈타인 박사들이었다. 그리고 그들 중가장 비겁한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자신이엇음을 새삼 깨달았다. 이제 그는 새하얀 가운에 완전무결한 의사 김인구가 아닌 , 불완전하지만 더없이 진실한 그들의 친구가 되고 싶었다.

 

오만과 편간이라는 갑옷으로 우리는 정상적인 사람들을 프랑켄슈타인 같은 괴물을 만들어 내고 있다라고 작가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자신이 완전무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소설의 김인구가 되어 자신의 허물을 발견해 보라. 그럼 김인구 박사의 이런 고백이 절로 나오게 될 것이다.

 

" 자 이제 내 고민을 상담받고 싶어요. 좀 민망한 이야긴데 들어줄수 있죠? 우린 친구잖아요. 안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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