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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공지영 지음 / 김영사 / 200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여행기를 좋아하는 편이라 여행에세이를 한동안 열심히 읽었었다. 수도원 기행이라는 특이한 소재의 여행기라니. 솔깃해졌다. 그런데 저자가 공지영이라니 좀 께름직했다. 10년전에 공지영이 세번째 남편과 한달 동안의 유럽에 있는 수도원을 찾아 다녔던 기행문이었다. 요즘 도가니라는 책을 내고, 그 영향으로 도가니라는 영화로 사회이슈화로 시키는 등 유명해지는데는 선수인 작가가 공지영씨이다. 그런데 도덕군자가 아니지만 공지영씨를 보면 사생활을 비난하고 싶은 생각이 마구 드는 게 사실이다. 왜 그렇게 자유분방하게 살았느냐고 내가 막 되묻고 싶다. 그녀가 그렇게 살고 싶어서 산것도 아니겠지만 그녀 나름대로는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 자신을 다 표현하고 살아서인지 세번의 결혼 실패와 세 자녀들. 그런 그녀가 회개록처럼 이 책에서 자신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 내고 있다.
난 그냥 단순한 기행문이었으면 좋겠는데, 그녀가 두번의 이혼끝에 세번째로 결혼한 남편과의 여행 속에서도 그 이전의 사람들에 대한 원망과 분노, 자신에 대한 죄의 고백등이 나오는 기행문이라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수도원 기행이었으니 망정이지 그녀의 고해성사를 듣고 있으려니 좀 한심해 보이기도 해 보였지만 목마른 영혼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하는 수도원 기행이라면 딱 맞아 떨어지는 에세이가 되고 있다.
하느님을 부정하면서 살아왔던 그녀가 18년만의 신앙 고백과 믿음 회복이라는 컨셉이 꼭 이책을 쓰기 위한 정말 컨셉 같아 보여서 좋은 평가는 하고 싶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아르정탱 베네딕트 여자 봉쇄 수도원,솔렘 수도원,갈멜 수도원,마꽁 수도원 ,
오뜨리브 남자 시토 봉쇄 수도회, 마그리지 여자 시토 봉쇄 수도회,킴지 수도원,오스나 브뤽 베네딕트 여자 봉쇄 수도원
,몽포뢰 도미니크 수도원, 림브리크 수도원 등을 돌아다니면서 그런 수도원의 역사나 카톨릭의 역사와 결부지어 자세한 설명이 미흡한 것이 너무 아쉽다. 그 수도원으로 안내한 신부님이나 수녀님들에 대한 인상은 자세하게 자신의 느낌을 곁들여 잘 표현하고 있는 것은 공지영씨의 특기 사항이니 그렇다 하더라도 너무 한개인의 감정 흐름에 치우친 글표현은 좀 아쉽다.
하지만 이 책은 삶의 의미를 상실해서 힘들어 하는 청춘이거나 뭔가에 대한 목마름으로 영혼의 피폐해진 분들한테는 많은 공감을 일으킬 것이라는 예상은 든다. 여러 사람에게 많은 상처를 받아 사람이 미워지고 용서하기 힘든 사람들 한테는 영혼의 목마름을 채워주는 상담자나 위로자 같은 역할을 할지도 모르겠다.
공지영씨도 스스로 고백하기를 자신은 삶에서 너무 많은 것을 기대했다고 한다.물론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무언가를 많이 바랐겠거니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녀는 상처만 받았던 것이다. 기대하고 받으려고만 하는 욕심이 그녀를 그런 지경에 몰아 넣었을 것이다.
인용글에도 있듯이 <생은 혼자 가는길. 혼자만이 걷고 걸어서 깨달아야만 하는 등산로 같은 것>이라고 저자는 표현하고 있다. 절대절명의 고독한 길위에 우리는 서있다. 그런 삶을 우리는 걸어가고 있다. 그런 길위에서 너무 많은 짐을 들고 가면 힘들어진다. 수녀님과 수도사들이 가진 것은 성경과 책, 한두벌의 옷 뿐인데, 자신은 많은 짐을 들고 다니면서 힘들어 한 일을 고백하고 있다.
한때 교회를 다녔던 나는 교회의 폐쇄적이고 독단적인 생태가 싫어 떠났었다. 성당을 다니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너그러움이 허락되어 있어 숨통이 쉬어 진다. 그리고 불교의 여러 교리와 가톨릭의 유사점을 찾아 스님에 대한 편견이 별로 없다. 개신교에서는 다른 종교에 눈을 돌렸다가는 이단이니 예수님을 모독하는 짓이니 이런 소리를 듣기 십상이어서 난처함에 처했던 신자들이 많았을 것이다. 이런면에서는 가톨릭의 하느님은 너무 편해서 좋다. 하나인 유일신이라서 하나님이라고 주장하는 것 보다는 하늘에 계셔서 하느님인 신의 존재로 있는게 더 고집불통 어린 중생에게는 그런 너그러운 하느님이 훨씬 와닿을지도 모르겠다.
보통 여행사를 끼고 가는 유럽여행에는 진정한 사람을 만날수가 없다. 사람은 많아도 사람은 없고 풍경만 있는 여행에서 수도원을 찾아 다니면서 그곳에 있어 삶의 의미를 잃어 버린 사람들이 쉴수 있는 곳이니 대 환영이라고 말하는 수녀님의 포용에 '사람들'을 만나는 여행이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리고 '나'를 만나는 여행이기도 했다. 여러 단점이 눈에 띄는 에세이긴 하지만 차분히 가라 앉아 내면의 자아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영혼의 울림을 알리는 위로자가 되어 줄 책이다. 세상살이는 <더 빨리 흐르라고 강물의 등을 떠밀지 말아라 >하고 삶의 여유를 주어야 더욱 자아를 발견하고 영혼을 회복할수 있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