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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3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21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연진희 옮김 / 민음사 / 2009년 9월
평점 :
톨스토이는 자기가 말하고 싶고, 자신의 자전적 소설을 쓰고 싶어 안나 카레니라라는 인물을 끌어들인 하나의 유도체로 사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3권에서 절실히 들었다. 왜냐하면 이 소설의 주인공은 안나 카레니나가 아닌 레빈이기 때문이다. 레빈은 톨스토이의 분신적 자아의 역할을 하고 있고, 똑같은 삶은 아니지만 톨스토이와 유사한 점을 많이 차지하고 있다. 톨스토이가 살아 있을 당시인 1872년 1월에 일어난 안나 피고로바 라는 실제 인물의 선로에 뛰어든 어느 여인의 신문기사를 보고 이 소설에 착수했다고 한다. 톨스토이는 이 소설을 통해 자신이 살고 있을 당시의 러시아 전반의 여러 사회문제를 다루고 싶었고, 자신의 뜻을 알리고 싶었던 것이다.
안나와 브론스키가 등장하는 부분은 어쩔수 없는 가정소설부분으로 신파조로 전개되어 가는 경향이 다분했지만 ,레빈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부분에서는 항상 등장인물들의 토론과 대화가 주를 이루고 있다. 톨스토이는 당대에 널리 논의된 예술의 목적, 리얼리즘의 형식, 여성문제, 노동자 문제, 민중교육문제, 젬스트보, 유물론적 철학에 반하는 인상을 주고 있어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러시아 당시의 독자들도 그러했겠지만 안나 카레니나의 비극적인 죽음으로 마무리 되어야 마땅한 것이 8부를 통하여 레빈 등의 주변에 있는 등장인물들에 의한 소소한 일상이 새롭게 이어지는 것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게 하고 있다. 톨스토이는 안나 카레니나를 자신의 사상과 철학과 소신을 피력하기 위한 하나의 매개체로만 보았던 것일까?
그 해답은 톨스토이 작가 만이 알것이고, 안나의 죽음은 안나의 삶의 종결일 뿐, 시간의 가치 없는 진행은 종결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레빈의 의식이 톨스토이의 의식이듯 자신의 무신론 때문에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고, 그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많은 정신적 갈등과 방황을 했음이 엿보인다.
그토록 이성적이고 체계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던 레빈은 결국 선이라는 명백한 의미로 신의 존재에 대한 깨달음으로 다가가게 된다.
p.559 나의 이성으로는 내가 왜 기도를 하는지 깨닫지 못할 테고, 그러면서도 난 여전히 기도를 할거야, 하지만 나에게 일어날수 있는 그 모든일에 상관없이, 이제 나의 삶은, 나의 모든 삶은 , 삶의 매순간은 이전처럼 무의미하지 않을 뿐 아니라, 선의 명백한 의미를 지니고 있어, 나에게는 그것을 삶의 매 순간 속에 불어 넣을 힘이 있어!
마지막 종결 부분에서 레빈은 독백으로 이렇게 고백하고 있다.
안나의 불륜에 대한 평가는 19세기말의 여성에 대한 인식이 아직도 편협되어 있으며, 남성의 불륜은 즉, 스티바를 통해 보아도 어느정도 인정하고 용납하는 분위기 였지만 여성에게만은 혹독한 시련이었다. 요즘 시대 같다면 안나의 행동이 솔직하고 용기있고 지성적인 여성을 대변할수 있을텐데, 톨스토이의 전개 방식은 안나의 죽음으로 종결 지으면서 <결혼 성약을 깨고 죄악을 저지른 안나에 대한 신의 심판>이라고 해석되어지게 만들고 있다. 안나는 자신의 죽음만이 자신을 배신한 브론스키에 대한 복수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톨스토이는 다른 단편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작품에서도 많이 언급하듯이 인간의 존재성과 근원에 대한 탐구를 이 소설에서도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다.
한 여인의 비극적인 삶을 매개로 한 이 작품은 모든 시대를 통틀어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문학 작품 10권중에 1위를 차지하는 영광을 누리고 있을 정도로 찬사를 받을 만한 사회소설임에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