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물고기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5
J.M.G. 르 클레지오 지음, 최수철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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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이책의 제목인 <황금물고기>, 황순원의 손녀인 황시내씨가 지은 에세이 황금물고기와는 다른 소설이다. 르 클레지오 라는 프랑스 작가로 2008년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의 대표작으로 통한 황금물고기이다. 황금물고기는 세상에서 올가미와 그물을 가지고 잡으려는 한 어여쁜 흑인 소녀의 상징적 의미로 통하고 있다. 특유의 서정적 언어로 아름답게 그려낸 한 소녀의 눈부신 성장기라고 출판사에서는 황금물고기를 평하고 있다.

 

'라일라'라는 한 흑인소녀가 예닐곱살에 유괴되어 인신매매단에 팔려 멜라라는 모로코의 유대인 도시에 사는 <랄라 아스마>라는 할머니에 의해 양육된다. 그 할머니에게서 인성과 언어 교육을 받고 자라나지만 랄라 아스마가 죽자 그녀의 며느리와 아들이 라일라를 구박하고, 라일라는 그때부터 표류의 항해를 시작한다. 자말라 아줌마라는 산파의 여인숙에서 지내다 다시 조라와 아벨(랄라 아스마의 며느리와 아들)이 놓은 그물에 잡혀 그들에게 억압되어 살다가 그들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겁탈이나 구타를 당하면서 지내다 결국 탈출한다. 라일라의 삶은 이러한 삶의 순환이라 할수 있다. 자신의 태어난 곳으로 회귀하지 않는한 어느 누구도 라일라를 진정으로 사랑해주지 않고 그녀를 철저히 이용한다. 후리야와 함께 에스파냐를 거쳐 프랑스 파리로 탈출에 성공해 파리에서 정착 생활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중에는 진정으로 라일라는 사랑해준 하킴과 엘하즈 할아버지가 있었고, 라일라를 엘하즈 할아버지의 손녀 마리마로 인정해 여권을 주어 그녀의 행보를 자유롭게 해주기도 한다. 라일라는 시몬이라는 흑인 여마법사에게서 음악적 재능이 있음을 알고 그녀에게서 피아노와 노래를 배운다. 타고난 흑인의 음악 재능으로 그녀는 여가수가 되어간다. 모로코에서도 후리야와 타가디르의 언니의 도움으로 도서관에서 많은 책들을 읽게 되고, 지식과 철학을 얻게 되어 대학 입시 시험에도 응시하지만 정규 수업을 받지 못한 라일라는 불합격되고 만다. 후리야와 타가디르는 자신들 처럼 허드렛일로 라일라가 살아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고, 그녀의 교육의 기회를 주었고, 그녀는 결국 여가수로 성공을 이루게 된다. 이런 경로속에는 프랑스에서 미국 보스턴으로의 항해가 또 있었고, 보스턴에서 재즈 가수로 등단하게 되는 것이다.

 

라일라는 음악을 자신의 구원이라고 고백하고 있고, 음악 속에서 많은 성취와 안도를 느끼게 되고 용서를 하게 된다.

 

p. 265 나의 연주는 나와 함께 있던 모든 사람들, 지하 거주자들, 자블로 거리의 차고에서 살던 사람들, 나와 함께 배를 탔고, 발 드 아랑 도로를 자동차로 달렸던 이주자들, 더 멀리로는 강어귀에서 배를 기다리며 조만간 무엇인가가 자기들의 삶을 바꿔 주리라고 믿는 것처럼 하염없이 수평선을 바라보던 수이카와 타브리게트 천막촌의 주민들, 그 모든 이들을 위한 것이었다.

 
이 소설은 흥미 위주의 소설은 절대 아니다. 한편의 작품성 높은 영화를 본듯한 느낌으로 지루한 면이 다분히 있는 영화에 비유하면 좋을 듯하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작품성과 메세지는 훌륭한 것이어서 르 클레지오가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평가 받는 듯하다. 르 클레지오의 부인이 모로코인으로 프랑스인 서구 유럽인으로 아프리카에 살면서 느낀 시각으로 그들을 바라보려고 했고, 그들을 대변하려고 했던 것이다. 하킴이라는 철학선생이 라일라를 데리고 파리에 있는 아프리카 박물관을 방문하면서 라일라에게 했던 말들이 참으로 인상깊다.
 
p.142 아무리 작은 것이라 하더라도 저기에 있는 것들은 모두 보물이고 눈부신 보석이야~저게 우리의 뼈고 우리의 이야. 우리 몸의 일부라구, 우리 피부와 같은 색이야. 밤이 되면 반딧불처럼 빛나지.
 
유럽인들이 제 3세계인 아프리카에서 갈취해온 식민지 유적들이 자신들의 분신이라고 역설하는 장면에서 그들의 고된 삶속에서 강인한 생명력을 느낄수 있었다. 억누르는 강자들은 있지만 약자들은 밟히는 만큼 더 철처한 생명력으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결국 라일라는 기나긴 표류를 하다가 자신의 부족인 힐랄 족 땅을 찾게 되고, 힐랄 족 여인을 만남으로써 그녀의 정체성을 발견하고 안도를 느끼게 된다. 르 클레지오 작가는 의식의 세계와 일상적인 현실을 날과 올로 삼아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내는 면에서 극찬을 받고 있는 작가이다. 이 소설에서도 라일라의 의식 구도를 따라 가면서 묘사되는 부분이 아름다우면서도 철학적이라고 보여지는 부분들이 많다. 고난했던 라일라의 삶이 편하게 쉴수 있도록 바라는 것이 이 책을 읽은 대부분의 독자의 마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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