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멘트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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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라스 케네디 작품중에 읽는 세번째 소설이다. <빅픽처>를 읽고 작가가 전개하는 새로운 반전에 놀라 충격을 받았다. 살인을 한 자가 어쩌면 이리도 완벽하게 처벌를 피해 해피앤딩으로 살아 갈수 있게 만들어 낼수가 있는지, 그런 사실을 독자가 용인할수 밖에 없게 되는지를 보여준 작가의 구성력에 감탄했었다. 그런 <빅피처>에 이은 <위험한 관계>는 사실 전작에 비해 스토리 구성이 약하고, 반전도 없는 어찌보면 밋밋해서 실망을 주었던 소설이었다. 그럼 <모멘트>는 어떨까? 장벽을 사이에 두고 슬퍼하는 두남녀의 모습이 너무 애절해 보인다. 모멘트는 우리 나라말로 <순간>이라고 번역하고 있다. 어떤 순간이 있었길래 주인공은 이리 우울한 나날을 살아가고 있을까하는 의문이 책을 끌어안고 읽게 만든다.
요즘은 주인공들이 이혼하는게 대세인듯 하다. 빅피처나 위험한관계에서도 그랬듯이 모멘트의 주인공인 토마스도 이혼소송중에 있다. 어릴적 사이가 좋지 않은 부모밑에서 좌절과 실망을 먼저 알고 자랐던 토마스는 사랑에 대한 상실감이 많았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그래서인지 사랑에 대해서도 도피라는 수단을 통해 교묘히 빠져 나갈 정도로 진정한 사랑을 알지 못하는 젊은 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진정한 사랑이 다가 온다. 당시만 해도 진정한 사랑인줄 알았지만 그 사랑도 크나큰 배신을 안기고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뒤늦게서야 그 순간적인 판단이 자신의 진정한 사랑을 외면해 버린 결과가 되어 있어 주인공은 더욱 당황하게 만든다.

그가 작가라는 직업과 훌륭한 변호사 아내와 어여쁜 딸이 있는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신의 세계에 자신을 가두면서 항상 멀리 떠나고 싶어하는 고독한 세계를 배회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고 만다.

우리 주인공 토마스의 진정한 사랑은 동독 출신의 망명자였다. 지금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지만 1984년 당시만 해도 장벽에 가려진 동베를린이라는 도시는 회색빛 그자체의 암울한 곳이었다. 그곳에서 망명해온 페트라 두스만은 많은 상처를 안고 있는 여자였다.
187 사랑에 빠지게 되면 두 사람 사이에 벌어진 모든 일에서 숨은 의미를 찾아내려 한다.

 

그렇게 다가온 사랑을 지키고 싶어 토마스는 페트라에게 최선을 다해 행동하고 그녀를 위해 위험도 무릅쓴다. 하지만 그녀가 자신을 배신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럴 상황에 놓여 버린 것이다. 그녀가 처해 있는 진정한 상황을 모르기 때문에 남이 말해주는 이야기가 마냥 진실인줄 알게 되고, 진정한 사랑을 외면해 버리면서 그녀를 쫓아 버리는 순간적인 판단을 하게 된다. 자신의 자존심이 그녀를 용서할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놓쳐 버린 순간이 운명적인 사랑에 치명적인 상처가 되어 그는 항상 진정한 사랑이 없는 결혼 생활을 하게 되고,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는 삶을 살아가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러던 중에 진실을 알게 해주는 우편물이 도착하고, 그는 자신의 운명에 극도로 오열할수 밖에 없다.

 

574 우리는 운명을 어쩔수 없는 일로 여긴다. 하지만 운명을 조종한느 건 언제나 자기 자신이다. 자기도 모르는 새, 자신의 바람과 달리, 우리는 자기 자신의 운명을 조종한다. 아무리 끔찍한 비극과 맞닥뜨려도 우리는 그 비극에 걸려 넘어질지 아니면 넘어서서 앞으로 나아갈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영국 첩보 소설 작가였던 <존 르카레>의 작품인 <추운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와 조지 오웰의 <1984년>이 오버랩되고 있었다. 페트라가 이중스파이로 나오는 상황이 존르카레의 이중첩보원 노릇을 해야 하는 주인공 리머스와의 상황이 떠올라 냉전시대의 어쩔수 없었던 희생에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장벽이 허물기 전의 동독 사회가 가장 친한 사람들 조차 자신을 배신할수 있고 어디서든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이 비밀경찰에게 알려지고 있다는 사실은 조지 오웰의 <1984년>에서의 텔레스크린이 연상되게 만든다. 자신이 살아 남기 위해서는 남을 배신해야 되고, 남을 배신하는 행위가 결국은 자신을 배신하는 것이 된다는 절박함이 흘러나온다.

소설 <1984년>은 이중사고라는 체계로 살아가고 사고마저도 독재체제에 걸맞는 생각을 해야 된다는 무서운 통제사회를 묘사하고 있다. 그러한 사회가 동독사회였고, 그 속에서 살아가면서 억눌려야 했던 페트라의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듯 했다.

아직도 분단의 상황에 놓여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이들의 아픈 사랑이 더 가슴저리게 다가온다. 이들의 운명적인 사랑에 외적인 걸림돌이 베를린 장벽이긴 했지만 주인공의 그 '순간' 인 모멘트가 생의 전부를 결정지어 버리는 결과가 된다는 사실을 작가는 전달하고 싶어하고 있다.

 

592 이 모든 것의 한가운데에... 순간이 있다. 모든 걸 바꿀수 있는 순간, 아무것도 바꿀수 없는 순간, 우리 앞에 놓인 순간,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가 찾는 것이 무언인지, 우리가 간절히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결코 얻을수 없는게 무언인지 알려주는 순간.

우리는 순간으로부터자유로울수 있을까? 아주 짧은 찰나라도 순간으로부터 진정 자유로울수 있을까?

 

인생은 모든 순간순간이 모여 지금의 삶을 이루고 있다. 빅피처 만큼의 반전은 아니지만 이소설에서 반전으로 작용되는 진실을 알지 못해 주인공은 그후의 삶이 불행하게 되고 만다. 자신의 외로움을 실망하고 좌절만 하고 살았던 어머니의 유전으로만 치부해 버리고 싶었던 주인공은 결국 그 원인이 자신에게 책임이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야 깨닫는다.

그러므로 작가는 한 순간도 헛되지 판단하고 보내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져 주고 싶은 걸까? 자신의 운명적인 사랑이 지금 이순간에 있어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눈뜬 맹인처럼 보내 버린 연인들을 탓하고 싶은 걸까?

그 정답은 바로 지금 이순간, 오늘에 있다는 이미 알고 있는 진리를 , 작가는 한번더 절묘하게 이끌어 낸 한 이야기의 감동을 통해 전하고자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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