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관계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공경희 옮김 / 밝은세상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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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픽처>라는 숨가쁜 작품을 읽고 더글라스 케네디의 새로운 소설인 <위험한 관계>를 내리 읽게 되었다. 그만큼 빅픽처에서 받은 작가의 스토리텔링에 매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험한 관계>는 대작인 첫작에 비해 조금은 실망스러운 면이 많았다.

샐리라는 독림심 강한 30대 후반의 지적이고 당당했던 여기자가 잘못된 남자 선택으로 인해 최저의 밑바닥까지 내려가는 모습을 그려주고 있다. 주요 부각되는 내용은 임신, 육아라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한 여자에게 치명적인 위험으로 다가 오는지의 것이다. 그래서 중반부까지의 내용은 거의 육아소설이라고 해도 될만큼 임신중독증와 산후 우울증에 시달리는 샐리의 생생한 모습이 묘사되고 있다. 같은 여자로서 이런 심한 경험이 없는 터라 임신이라는 것이 여자에게 목숨을 위협하고 아이에게도 커다란 위험이 될수 있다는 사실을 실감나게 느낄수 있었다.

 

또 인간이 얼마나 비열해질수 있는지에 대해 한 남자인 토니 홉스에게서 볼수 있다. 한여자를 이용해 그여자의 아들을 빼았고, 아들을 새로운 재력가이자 새 애인에게 넘겨주는 파렴치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으니 말이다.

 

여기서 작가가 흥미롭게 전개 하고 있는 부분인 미국과 영국의 차이를 봐야 할것이다. 일단 작가인 더글라스 케네디는 미국출신이지만 영국에서 계속 거주 하게 된다. 샐리는 미국 여기자로 영국에서 살아 가면서 겪는 문화적 차이에 대해서 실감한다. 그런 실감나는 부분을 묘사할수 있는 것은 작가의 생활에서 느낀 점을 소설속에서 설명해주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영국 런던은 비가 많은 습한 지역이라 영국의 국민성은 타고난 비관주의로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비해 미국 사람들은 인생을 미완으로 보고 좀더 희망적인 부분을 찾고자 하는 낙관주의자로 변호하고 있다. 그런 사실을 샐리를 통해 부각 시키고, 샐리의 엄청난 비극에서 빠져 나올수 있게 하는 원동력임을 말해 주고 싶은 것이 작가의 의도 일 것이다.

 

전반부의 샐리에 대한 임신과 육아에 치우쳐 편협되게 전개 되어 지는 부분에서 많은 부분 실망감을 나타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반전을 극적으로 표현해 내고자 하고 있다. 너무나 극적이라 현실에는 없을 법한 스토리 전개였지만 토니 같은 대표적인 <나쁜>이라고 표현에서도 미약해서 <비열>하다고 밖에 말할수 없는 남자가 이세상에 어디엔가 존재 할 것이라는 시사성을 내포하고 있어 씁쓸해질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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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살 인생 - 개정판
위기철 지음 / 청년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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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경에 MBC에서 느낌표! 책을 읽읍시다 라는 프로그램의 선정도서였다. 우연히 시간을 떼울 셈으로 책장에 꽂혀 있는 아홉살 인생을 꺼내 읽게 되었다. 아홉살 인생은 세상을 느낄만한 나이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산동네로 이사를 간 아홉살 백여민은 아이 답게 숲에서 놀면서 여러 특별한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고아로 누나와 살고 있는 신기종이라는 아이를 통해 사람과 사람이 만나 얼마나 강해 지는지를 알게 된다. 누나와 외팔이 하상사와의 결합으로 그들의 삶에 한꺼풀의 그늘이 지워져 가는 것을 보면서 뿌듯해 했다. 주정뱅이 아버지 때문에 아버지에 대한 복수를 꿈꾸던 검은 제비는 결국 자신의 죽이지 못하고 아버지가 그냥 죽어 버리자 아버지를 대신해 공장에 취직해서 일찍 어른이 되어 떠나게 된다. 일찍 어른이 되어버린 검은 제비의 비애를 아홉살 인생은 또한번 되새겨 본다.

 

아홉살이면 충분히 사랑을 느낄 나이라 허영심많고 이쁜 장우림이라는 아이를 만나 토끼장에서 서로 티격 태격 싸우면서 사랑의 미묘한 감정을 익히게 된다. 골방철학자라는 고시생을 보면서 세상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이 겪는 비애와 사랑을 목격하고, 그의 비참한 최후도 지켜보게 된다.

혼자 살다 죽어가는 토굴 할매를 통해 이별이 슬픈 까닭을 배우게 된다.

 

아홉살의 시각으로 바라본 인생은 어른 인생 못지 않게 많은 희노애락을 가지고 있었고, 슬픔과 절망과 사랑과 이별과 방황과 기쁨을 순수한 동심에서 느낄수 있게 표현해 주고 있다. 사람이란 혼자서는 결코 살수 없으며 서로 의지하면서 살아가고 그속에서의 사랑을 알게 된다.  죽음이 주는 슬픔을 이해 하게 되고, 현실이 주는 비참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간은 욕망을 꿈꾸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작가는 책뒤에 현실과 욕망의 차이를 절절하게 표현하면서 끝을 맺고 있는데, 현실이 우리를 속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현실을 속일 뿐이라고 단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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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
김제동 지음 / 위즈덤경향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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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연예인이면서 사회참여를 하는 분들이 많다. 개그맨 김제동도 한사람이라고 할수 있을 것이다. <토크 콘서트>를 열면서 사회의 여러 사람들과 개그와 토크로 소통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이들 중 한사람이다. 김제동씨께서 경향신문에서 1년간 진행해온 <김제동이 똑똑똑>을 책으로 엮어 나온 것이 이책이다. 만나러 다닌 분들을 보면 보수, 진보의 국회의원등 정치인, 감독, 가수, 피디, 배우, 소설가, 교수 들이다. 사회문제에 깨어 있는 분이거나 좀 독특한 성향을 가진 분들을 위주로 만난 것 같다. 만나면서 나눈 대화들이 진국처럼 느껴고 가슴을 어루 만지는 말들이 많아 읽어 보기에 좋은 책이다.

 

여기에 만난 사람들을 나열하자면 이외수(소설가), 정연주(전 KBS 사장), 김용택 시인, 고미자 제주해녀, 엄홍길 산악인, 박원순 변호사, 정재승 과학자, 홍명보 올림픽 축구대표감독, 고현정 배우, 강우석 영화감독, 이정희 민주노동당대표, 김C가수,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 안희정 충남도지사, 양준혁 야구선수, 설경구 배우, 조정래 소설가, 황정민 배우, 정호승 시인, 수영 소녀시대 가수, 최일구 MBC앵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문용식 나우콤 대표, 나영석 KBS<1박2일)PD,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이다.

 

신문의 시사면이나 문화면에서 한시대의 획을 긋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분들과의 진솔한 대화가 마음을 울리고 있다. 그 중 가장 와닿았던 분의 말은 다음의 박원순 변호사의 말씀이다.

 

p.69 개천에서 용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송사리로 남아 개천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요? 혼자 용빼는 재주로 하늘 올라가는 것보다 함께 하며 힘이 돼주는 사람이 더귀한 존재입니다.


 

평범한 우리의 입장에서 너무나 위로가 되는 말인듯 싶다. 개천에서 용이 싶었던가? 사실 어린 시절의 꿈이 다 그렇지 않은가? 용의 머리가 되고 싶어 발버둥 치는 분들이 참 많을 것이다.

요즘 개천에서 용되기 참 힘들다는 말이 있다. 빈부의 격차로 인해 얼마나 비싼 사교육을 받느냐에 따라 용이 되는 세상에 정말 힘든 현실일 것이다. 그런 세상을 조금이라도 변화시키고 싶어 하는 분들의 이야기가 진솔하게 정리되어 있어 좋다.

 

가슴을 저며오게 만들고 공감을 느끼게 하는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에게> 라는 시!!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수선화에게     


 

사람이 살아가면서 외롭지 않은 사람이야 어디 있겠냐 만은 강한 모습만 보이려는 이시대에 이 말은 능력있는 시인의 시에서 나온 말이라 더한 위로를 느끼게 해준다.

 

별을 지향하지만 별은 어둠이 존재해야 빛나요. 진정한 사람을 위해서는 증오도 필요합니다.


 

용이 되거나 별이 되기 위해 노력하다 좌절 된 사람들에게 용이나 별만이 능사가 아님을 말해주고 있으니 이 얼마나 아름답고 공감되는 말인지...

 

비소설 분야에서 베스트셀러로 떠오르고 있는 이 책속의 내용을 같이 누려 보고 싶다. 하지만 제가 산 책판본이 김제동씨의 친필사인이 들어가 있어 너무 기분이 좋았지만 책의 제본이 잘못되어 있어 파본이 되어 버려 속상하기 그지 없다. 김제동씨의 친필사인만 아니면 서점 주인에게 따져 바꾸는 건데 너덜너덜해도 간직하고 있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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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 - 김훈 장편소설
김훈 지음 / 학고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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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님의 이번 소설은 읽고 난 후 우울감이 거의 없네요. 예전 <칼의 노래>와 <남한 산성><공무도하>을 읽고 어찌나 우울하고 침잠해 지던지...

김훈님하면 서경적인 묘사와 인물들의 서정적인 묘사가 뛰어난 분이라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계신다. 그런데 그런 묘사가 너무 지나쳐 그 감동이 어떤 벽에 부딪히는 것처럼 튕겨나오는 느낌을 많이 받았었다. 어찌 보면 묘사를 위한 묘사가 너무 많은 문장을 사용하시는 편이라 읽고 난 후 저자 자신이 전하고자 했던 감동에 비해 덜하게 느껴지거나 아님은 침잠함을 끌어 안는 기분을 가지게 하는 편이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말이다. 김훈님의 소설을 내가 다 읽은 것은 아니지만 위의 세편에서 강렬함을 받은 상태였던 지라 이번 신작 <흑산>은 어떤 기분으로 다가 올지 궁금했다. 흑산은 흑산도, 즉 정약용의 형님이었던 , <자산어보>의 저자 정약전의 유배지였음은 기본 상식이 있는 분들은 다 알리라. 그런 흑산의 검을 흑이 나쁘고 불길한 의미로 흑자로 쓰였기 때문에 흑산을 검을 자, 玆山(자산)으로 정약전이 바꾸어 부른데서 나온 말이다. 그렇다면 정약전의 유배지 삶에서 나온 물고기와 게와 새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정약전의 삶이 주를 이루어야 마땅할 것이다. 그런데 흑산은 주로 천주교 박해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은 역사가 이덕일씨가 지은 것으로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정약현, 정약종, 정약전에 대한 삶들이 고스란히 녹아 일대기를 보여 주는 책이다. 그 책에서 이미 천주교 박해에 대한 정약용의 두려움을 알고 있었고, 정약전과 정약용의 편지 왕래에서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갔음도 알고 있다. 정약현의 사위 황사영의 백서(비단글) 사건이 이 소설의 주 맥락을 이루고 있다. 가장 신실한 천주신자였던 정약종은 끝끝내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참수형을 당했다. 정약전, 정약용은 배교를 맹세하고 유배형에 처해진다. 우리나라 실학의 역사에서는 정약용과 정약전의 유배형이 오히려 이득이 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많은 조선학자들 중에 유일하게 안티팬이 없다는 정약용의 위대한 저서속에서 우리는 역사의 자부심을 안을수 있었다. 이 정씨 형제 집안을 이야기 하자면 천주교에 대한 이야기를 뺄수 없고 또한 그 박해를 피해 가지 못했던 정약종과 정약현의 사위 황사영의 이야기는 천주교에서는 두고두고 천주교 역사에 길이 남을 일이었을 것이다. 제천 배론 성지를 드라이브하다 지나쳐 온적이 많았지만 문득 그곳이 이 책을 읽고 나서 궁금해진다. 옹기장이의 고장이었던 제천 배론 마을에 숨어들었던 황사영과 비단글로 그가 써서 전하고자 했던 사건은 한국사 시간에 귀가 박히도록 들어 잘 알고 있다.
이 소설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흑산이라는 제목아래 쓰였다면 정약전의 생애가 주를 이루어야 하는데, 그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소년 등고했던 황사영의 이야기가, 천주교 박해로 죽어 갈수 밖에 없었던 많은 천주교신자들이 이 책의 등장인물로 나온다. 소설의 앞부분은 이런 천주교 신자들과 염탐하는자, 밀고하는 자들의 배경을 설명하느라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등장인물을 소단락으로 설명하고 있어 쉽게 몰입이 되지 않았다. 항상 책을 읽을때 도입부에서 쉽게 몰입하지 못하는 나의 독서 내력을 어찌 할수는 없는 일이지만 소설 흑산은 그런 미몰입이 괴롭게 만들었다. 그러나 중반부를 넘어서면 배반의 이야기가 나오고, 배반으로 인해 죽어가는 이들, 그러나 그들은 진정 구원을 받은 자들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만들고 있다.
김훈님이 후기에서 고백했듯이 잠두봉이 절두산이 되었던 사연과 배론성지, 양화진을 거닐면서 느낀 절박감을 이 소설로 풀어내고 있었다. 지금은 자유로운 종교활동이 가능해 졌지만 굶주림으로 현생에서의 천국은 맞볼수 없었던 그들이 내세에서 느끼고자 했던 구원의 삶을 죽음으로 표현한 것이다. 물질이 풍부해지고 , 삶은 편리 해진 현대의 삶도 예전같이 현세에서 천국을 맞보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영혼의 갈급함은 누구나 느끼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 영혼의 구원을 종교에서 찾는 사람, 책에서, 혹은 게임에서 ,마약으로 느끼고자 여러방법으로 표현되지만 인간은 행복해 지고 싶다는 본능만은 역사의 흐름속에서 한결 같을 것이다.

진정 당신은 구원 받았는가? 행복한가? 흑산을 읽고 나서 갑자기 이런 물음으로 자문하고 싶어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내가 원하던 소설의 흐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런 물음으로 카타르시스를 맞보았다면 읽은 보람은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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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가족
강지영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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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한 과학기술과 컴퓨터 기술, 편리한 문명, 깨끗한 환경을 살아가는 우리 시대에 우리는 어찌보면 부족할 것 하나 없는 현대인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우리는 아프다. 육체는 멀쩡해 보일지라도 정신을 아파 하는 사람들이 많다. 공허감과 외로움이 지나치다 보니 우울증과 강박증과 과대망상에 시달리면서 겉으로는 아무런 이상이 없이 살아가려고 노력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이런 우리자신들의 이야기가 <프랑켄 슈타인 가족>에 녹아 있다. 강박증을 앓는 나석, 대중목욕탕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가인, 다중인경장애 임만, 섭식장애 환자 미아, 홀수 공포증 제일, 공상허언증과 불면증에 시달리는 라희 등. 마음을 다쳐 이들은 남들이 알면 정신병자 취급을 할 만한 질환들을 앓고 있다. 이들이 한데 모였다. 그들의 소울메이트 김 박사를 찾으러 이들은 과감히 모인 것이다. 이들에게 일어날 에피소드들이 어찌보면 시트콤 처럼 사건들이 발생한다. 희극을 가장한 비극이 이 소설속에 담겨있다.
강지영이라는 신인 작가는 내게 생소하다. 사회적으로 베스트셀러이면서 유명작가라고 라벨이 붙어 있는 작가들만 아는 신세라 새롭게 등단한 신예작가는 잘 몰랐던게 사실이다. 사실 한국소설에 대한 애착이 없는 지도 모르겟다. 프랑스, 미국, 영국, 독일,일본 등의 작가들이 펼치는 대담하고 긴장된 스토리에 익숙해져 있어 잔잔하게 품어내는 스토리는 식상해 있었다. 초심으로 돌아가 한국 소설을 읽고 있노라면 감동에 감동을 가져올 그런 이야기들이지만 무언가 강력하고 자극성있는 스토리를 원하는 세태가 되어 버린 시점에서 나도 그런 자극과 긴박감만을 원하는 스토리에 중독되어 있었나 보다. 그래서 한국 소설처럼 느릿느릿 펼쳐지는 소설에 대해서는 별로 시큰둥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요즘 새롭게 접하는 신작 소설들에서 이런 긴박감을 주는 작품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추세라 그나마 다행스럽다. 정유정의 <7년의 밤>은 한국소설에서 의외인 긴박감과 자극성을 느끼는 스토리 전개가 마음에 들었다. 그에 비하면 강지영의 <프랑켄슈타인 가족>은 그렇게 강한 스토리의 전개는 아니지만 코믹스러운 전개로 잔잔한 감동을 자아내는 구성이 매력이 장점으로 보인다. 
이 작품의 등장인물부터가 모두 범상치 않은 자들로 구성되어 한 인물마다 그런 질환을 앓게 된 내력을 세세해 설명해 주고 있다. 현대의 기준에서 만들어 버린 이상한 설정으로 이들은 괴물이 되어 있다. 의학정보를 보면 무슨 세균, 바이러스로 인해 알러지 질환, 신종 전염병을 만들어내는 정황을 너무나 세밀히 전해주어 일반인들도 어느정도 반 의사가 되어 버린 지금, 강박증을 야기 시키는 좋은 환경에 놓여 있을 법하다. 빼빼마른 몸매와 연예인같은 얼굴이어야 아름다움의 기준이 되어 버려 성형강국이 되어 버린 한국, 이속에서 뚱뚱한 이들의 영혼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세상은 수천가지 다이어트 비법이 넘쳐나고, 섭식장애 환자들을 양산시킨다.
등장인물들을 치료해오던 김박사는 <아침마당>이라는 곳에 나와 패널로 정신병의 의학상식으로 여러 환자들을 상담하던 인텔리로 어느한점 티끌이 없어 보이는 사람이다. 그런 김박사에게 아내가 동성애자라고 통보해 오면서 그의 인텔리한 생활은 사라져 버리고, 우울증에 휩싸이는 자신이 치료해오던 환자들과 똑같은 상태에 놓여 버린다.

 

315 우리 꼴이 좀 이상하게 보인다는 거 잘 압니다. 우리 가족은 다들 한 가지씩 문제를 떠안고 살아요. 강박증이나 망상증, 섭식장애 같은 거요. 그런 눈으로 보실 거 없습니다. 솔직히 누구나 말 못할 문제 하나씩은 안고 살잖습니까? 사실 전 방금전까지 다단계 사무실에 감금돼 있다 풀려 났어요. 최근에 가정불화로 과대망상과 우울증을 앓게 되었고요. 겉으로는 저명한 의학박사지만 까뒤집어 보면 택시기사나 신발장수하고 다를 것 없는 흘껍데기 중년입니다. 이래 봬도 우린 아주 평범한 사람들이거든요.

 

김박사의 고백에서도 나오듯이 겉으로는 저명한 의학박사일지라도 까뒤집어 보면 여느 중년과도 같은 신세인 것은 마찬가지이다. 솔직히 누구나 말 못할 문제 하나씩은 다 안고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아무리 단란해 보이는 가정이라도 속썩이는 아들때문에 엄마가 신경증에 걸리는 것과 마찬가지고 세상은 허물과 문제 하나쯤은 다 가지고 살아 가는 것이다. 그런면에서 어찌 보면 우리는 정신병자이자 아주 평범한 상태라고 볼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마추친 등장인물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상처 극복법을 알아가게 된다. 그런 중심에 김박사가 뜻을 펼치고자 고백하기도 한다.

 

320 이 자리에 모인 여섯명의 환자들을 괴물로 만든 건, 오만과 편견으로 직조된 단단한 갑옷을 입은 세상 모든 프랑켄슈타인 박사들이었다. 그리고 그들 중가장 비겁한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자신이엇음을 새삼 깨달았다. 이제 그는 새하얀 가운에 완전무결한 의사 김인구가 아닌 , 불완전하지만 더없이 진실한 그들의 친구가 되고 싶었다.

 

오만과 편간이라는 갑옷으로 우리는 정상적인 사람들을 프랑켄슈타인 같은 괴물을 만들어 내고 있다라고 작가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자신이 완전무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소설의 김인구가 되어 자신의 허물을 발견해 보라. 그럼 김인구 박사의 이런 고백이 절로 나오게 될 것이다.

 

" 자 이제 내 고민을 상담받고 싶어요. 좀 민망한 이야긴데 들어줄수 있죠? 우린 친구잖아요. 안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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