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호모 사피엔스 - 인공지능의 가속적 발전과 인류의 미래
레이 커즈와일 지음, 채윤기 옮김 / 나노미디어 / 1999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에 대한 소감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떠벌이같다고나 할까...
책을 읽는 내내, 저자의 박학함과 천진난만함(?)이 계속 나를 혼란시켰다. 때론 어느 학자의 입장을 조목조목 비판하기도 하고, 깊이 성찰하기도 하지만, 또 어떤 때는 사업가적 재기가 번뜩이고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한 장미빛 환상을 즐기기도 한다.

가령 뇌스캔에 대해 얘기하는 태도는 냉정하고 대담하기 이를때 없고, 기계가 마음을 가질수 없다는 로저 펜로즈의 주장에 대해선 조심스럽고 진지하게 반문하는가 하면, 자신이 발명한 인식프로그램을 설명할때는 좀 뻔뻔스럽다고 느껴질만큼 열심히 자기PR을 한다. 이런 다채로운 모습이 정말 놀라웠다고나 할까... 하여튼, 나로선 이렇게 지적 기반이 탄탄한 사람이(책을 통해 느끼기에) 이렇게 경박하게 주의주장을 늘어놓는게 의아스러울 따름이었다.

이런 평은 평이라기 보다 소감이라고 해야 할테니까, 이 책을 살지말지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좀더 포멀한 얘길 하자면....

척봐도 알수있듯이 이 책은 인공지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할것이고, 머지않은 장래에 기계가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주장을 담은 책이다. 주장만 들으면 SF같은데, 상당한 논거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리 만만하지는 않아뵌다.

그러나, 뒷부분으로 갈수록, 시점이 미래로 갈수록, 만화같아져 버린다. 하긴 100년후의 기술발전을 서술한다면, 불가피한 것일지 모르지만.

또하나 의문점은 스스로 법칙이라고 주장하는 기술발전에 대한 '시간과 카오스의 법칙'은 기껏해야 경험론 수준에 그쳐보이는데, 정색을 하고 주장한다는 거다.

그러나, 이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정말 재미있고 풍부한 책이다. 여기 등장하는 그 수많은 기술들은 대부분 최근의 것들이고, 하나하나가 다 흥미로운 것들이다. 저자의 주장이야 어쩌튼 함 섭취해 볼만하다고 말할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황제의 새마음 -상 - 컴퓨터, 마음, 물리법칙에 관하여
로저 펜로즈 지음, 박승수 옮김 /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 199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책은 진작부터 서평을 함 써봐야지하고 벼르던 책이다. 그런데 정작 키보드를 두드리기에 엄두가 안나고있었다.
제목부터 기괴한 이책은 영국의 석학 로저펜로즈가 89년에 쓴 책이라는데, 우리나라에 소개된 건 지난 96년말이었다.

영어권에선 이 책의 내용을 둘러싸고 이미 논쟁이 한판벌어졌었나 보다. 이 책에 대한 논쟁이라기보다, '기계가 마음을 갖을수있을까'하는 다소 철학적인 질문에 대한 논쟁인데, 컴퓨터개념이 등장한 이후 끊임없이 제기되어 온 문제이다. 논쟁의 한쪽 끝은 가능하다라는 주장이고, 다른 한쪽 끝은 불가능하단 주장이다. 이 책은 그 첨예한 논쟁의 산물중 하나인데, 저자는 기계가 마음을 구현할수 없다고 주장하고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컴퓨터과학, 수학, 논리학, 물리학, 뇌신경학 등등 여러분야의 논의를 들어 설명하고있다. 나로선 이 책에 등장하는 양자역학이나 복소수같은 어려운 이론을 모르겠고, 그 내용들이 저자가 주장하고자 하는바(기계는 인간의 마음을 가질수 없다)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를 모르겠다. 그러나, 이 화려한 지적 여행은 한번 따라가볼만하다. 저자 스스로 플라톤적이라고 말하는 그 이론들의 견고함과 아름다움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수있기 때문이다. 교양과학 수준에서 나올만한 이론들은 거의 다 거론되지 않나싶을 정도니까. 더구나 설명하는 이가 대학자 로저 펜로즈라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간지능의 수수께끼
제임스 트레필 지음 / 현대미디어 / 1999년 9월
평점 :
품절


아마존의 서평이 좋지 않아 별로 기대를 하지않았던 책인데, 막상 읽어 보니 생각보다 유익한 책이었다.

뇌, 지능, 마음, 정신. 이런 것들이 현대 과학, 그리고 철학의 주요관심사가 되고 있는 것같다. 이 책의 주제 또한 인간의 지능이다. 저자의 관심은 원제목-우리(인간지능)는 독특한가?-에 잘 드러나있는데, 저자는 인간지능이 동물의 지능이나 인공지능(컴퓨터)과 얼마나 다른지에 대해 논의를 전개한다.

이 주제는 튜링 테스트같은 사고실험이 제기된 이후로 여러 사람들에 의해 치열한 논쟁을 거치면서 진행되어 왔는데, 기계가 인간지능을 추월하여 언젠가는 인간의 뒤를 이어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는 식의 극단적 인공지능주의자와 기계는 결코 지능이란 것을 가질 수 없다고 하는 극단적인 인공지능회의론자 사이에 저자는 중도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 같다.(기계가 지능을 가질 수는 있는데, 그 지능이 인간의 지능과는 같을 수 없다라는 식이다.)

이 책은 양자의 주장을 쉽고 재미있게 그리고 비교적 공평하게 설명해 주고 있어서, 나 같은 일반인이 읽기에는 적합한 책이었다. 그러나 저자가 이 문제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로 제시한 복잡성의 과학은 충분히 설명된 것 같지 않다.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설명은 없고 단지 선언뿐.

이 책을 살지 말지를 고민하는 네티즌에게 이 책의 내용뿐 아니라, 번역이나 편집등에 대해서도 미리 알려주고 싶은데, 한 마디로 말하자면 무척 짜증스럽다는거다.

아마도 분명 본문에는 'animal kingdom'로 쓰여있을 것 같은 '동물계'를 '동물의 왕국'으로 번역하고 있는데, 이 책에는 '동물의 왕국'이 한두 번 나오는 게 아니다. 또 '강 인공지능(strong AI)'을 책 앞쪽에선 '고도의 인공지능'이라고 번역하고 뒷쪽에선 '강력한 인공지능'이라고 번역해 놓았다.

또 문맥으로 보아선 보통 '창발성'이나 '발현'으로 번역되는 `emergence' 인것 같은데, 이걸 '돌발적인 특성'이라고 번역해 놓았는가 하면, '병렬처리'를 '평행 처리법'으로 용감하게 번역해 놓았다. 과학용어가 기존에 어떻게 번역되어 있는지도 알아보지 않고 걍 번역해 버렸는데, 그나마 일관성도 없다. 그런데 책 뒤편에는 전문번역가라고 쓰여있다.

이런 무책임한 번역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한가지 주제에 대해 풍부하고 과학적인 설명을 하고있는 그런대로 잘쓰여진 대중과학서적이라고 생각된다. '인간이 이 세계에서 정말 독특한 존재인가'라는 흥미로운 주제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디자인 문화비평 01 - 우상.허상 파괴
디자인문화실험실 기획ㆍ편집 / 안그라픽스 / 1999년 9월
평점 :
절판


항상 논란의 중심이 되는 김민수 선생의 새 책이다. 구체적으로 글 하나하나를 살펴보면...

진형준의 글은 이미지라는 개념에 대한 재조명인데, 너무 개괄적이다. 이정구의 글은 도상과 우상이라는 개념틀을 빌어 건축, 특히 교회건축을 비평은 글로, 그런데로 재미있는 글이고, 김선정의 글은 젊은 작가들의 작품경향에 대한 글로 요즘 미술계의 판도를 읽는데 도움이 될법한 글이다.

최정화의 작품?은 잘 맞는 사람도 있을테니만, 내 입맛엔 정말 안맞았다. 취향의 차이겠지싶었다. 배영환의 글은 이땅에서 미술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주는 적나라한 자기고백이다.

이영범,최혜실,서정남의 글은 각각 건축,광고,영화에 대한 수필같은 비평인데(이걸 비평이라고 해야할지도 잘 모르겠지만), 무척이나 묽은 글이라고 느껴진다. 건축을 보고 든 생각, 광고를 보며 떠오르는 느낌, 뭐 이런걸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적어내려간 글인데, 이걸 왜 내가 돈주고 사서 읽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개괄적인 글들이다.

특히 서정남의 영화에 대한 글은 심한 편인데, 영화광들이 한둘이 아니고, 술자리에서 안주거리로 영화감독들이 올라오는 세태를 생각하면, 이글은 너무나 성의 없는 글이라 느껴진다.

이 책 전체에서 가장 좋은 비평은 성완경의 글로서, 논란이 되고 있다는 아마벨 철거에 대한 것이다. 적절한 인용, 차분하고 정연한 논리, 공공미술에 대한 전문가적인 깊은 식견 등 이글은 비평의 전범이 될만한 자격을 갖추고 있는 글이라 느껴진다. 난 이렇게 생각해라는 식의 주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공미술을 둘러싼 작가, 건축주, 그것을 보며 스쳐지나가는 시민인 우리는 이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하는 여운있는 글이다.

김민수의 글은 호돌이 디자인에 드러나는 우리 디자인계의 식민성에 대한 글인데, 아무래도 무리란 느낌이 든다. 안그래도 입장이 옹색해진 김민수선생에겐 미안한 평이지만, 그리고 식민성에 대한 문제제기는 의미있는 일이지만, 호돌이 디자인문제와 식민성을 연결하기에는 논리적 필연성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패션 전시회에 대한 보고형식을 띤 김성복의 글은 좀 심하다싶을 정도로 통렬한 비판이다. 전문가적 식견으로 무장해 우아한 속물들의 잔치에 비판의 화살을 날리는 전투? 유일한 외국필자인 알레산드로 고마라스카가 쓴 일본 에니메이션에 대한 글은 저자가 얼마나 이주제에 오래동안 천착해 왔는지를 느끼게 해주는 좋은 글이었다.

이책은 사실 디자인에 대한 비평이 아니라 문화전반에 대한 비평이다. 그리고 내가 보기엔 비평과 수필이 섞여있다. '디자인은 국부의 수단으로 인식되는 좁은 개념을 벗어나....' 뭐 이런 핑계는 대지말기 바란다. 디자인을 보다 넓은 개념으로 이해할 필요는 물론 있지만, 그런 이유에서 이렇게 무지게같은 스펙트럼을 보여줬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또 글 형식과 수준에 대한 문제인데, 비평문과 수필이 뭔지, 어떻게 구분되는지 정확하게 분리할수는 없지만, 아무래도 일부의 글들은 너무 묽다고 본다. 깊이있는 시야가 뭍어나는 농밀한 비평을 기대했는데, 좀 실망스럽다는게 솔직한 평이다. 이런 지적이야말로 사실, 지금의 디자인계의 수준을 반영하는 것이겠지만...

이런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디자인에 대한 비평서가 발간되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고, 이책은 일단 그 시작이다.

마지막으로, 이책을 살까말까를 망설이는 사람이 있다면, 사서 보라고 권하고 싶다. 디자이너나 문화계 주변에서 살고있는 사람이라면 어쩌튼 도움이 되는 글일거고, 일반인이라면 교양수준으로 좋은 책이다. 13000원(정가) 정도에 이런 글을 볼수 있다는 것은 한국의 책값이 싸기 때문에 얻을수 있는 행운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기적인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지음 / 두산동아 / 1992년 2월
평점 :
절판


<눈먼 시계공>(The Blind Watchmaker)로도 유명한 도킨스의 또 하나의 저서이다. 교조주의자라는 비판도 심심찮게 받고 있는 저자는 이 책에서도 예의 그 강력하고도 매력적인 주장을 펼치고 있다. 저자의 책을 읽어본 사람들은 잘 알고 있겠지만, 저자는 표현형보다 유전자형을, 그리고 공생에 기초한 자연선택보다는 경쟁을 통한 자연선택을 강조하는 입장을 강하고도 일관되게 펼치고 있다.

이 책은 오로지 자신의 복제에만 관심을 갖는 유전자가 어떻게 오늘날과 같은 풍요로운 생물계를 만들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저자는 이러한 유전자의 특성을 '이기적인'이란 단어로 표현하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점은 아마도 책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gene과 meme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gene이 오로지 자신의 끊임없는 복제이외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는 유전자를 나타내는 생물학적 층위의 개념이라면, meme은 원본과 동일하게 복제되고 전파되는 데이터를 나타내는 정보학적 층위의 개념이다.

도킨스는 유전자가 DNA를 통해 복제되고 표현형을 통해 발현하며 성과 생식을 통해 후대로 전파되듯이, 정보 또한 원본과 복제본의 구분이 불가능할 정도로 완벽하게 복제되고, 하드웨어란 표현형(유전자의 운반체)을 통해 시간적 공간적으로 전달,보존된다고 보는 것이다. 이것은 생명현상을 단백질 분자의 생화학적 작용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유전자 정보의 교환,복제,해석 현상으로 보기 때문에 가능한 시각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자기를 스스로 복제할 수 있는 기계가 존재한다면 그 기계를 생명체가 아니라고 할 근거는 없다는 주장인 것이다. meme은 그 생명체의 유전자형을 일컫는 저자가 제안한 용어이다.

도킨스의 책은 항상 그 박진감 넘치는 문체와 격렬한 주장 때문에 가장 논쟁적인 책 중의 하나가 되는 것 같다. 기꺼이 이 주장 강한 책에 뛰어들어 도킨스의 주장에 귀기울인다면 다윈이즘에 대한 깊은 이해와 생명현상에 대한 흥미로운 시각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