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과 가사노동
루스 슈워츠 코완 지음 / 도서출판 신정 / 199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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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기가 나왔으니까,세탁기가 나왔으니까 가사노동이 보다 쉬워졌을거라는 일반적인 생각, 여러가지 유료서비스가 제공되는 오늘날의 가사노동이 편리하고 주부에게 더 많은 여유시간을 줄거라는 일반적인 생각을 이책은 거부한다.

저자는 일기,편지,가계부 등의 기록을 통해, 지난 몇백년간 가사노동이 변화해온 추이를 살펴보고, 가사노동시간은 그다지 줄지도 않았고, 여전히 주부에게만 맡겨져 있다는 주장을 편다.

과학기술 자체는 가사노동을 편하게 만드는데 일조했지만, 청결수준이 높아지거나, 음식맛이 까다로와지거나, 예전에는 남편이나 아이들이 도와주던 가사일을 오늘날에는 주부혼자 하게 됨으로서 결국, 가사노동이 기대만큼 편해지지않았고 오히려 더 많은 노동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저자는 풍부하고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이런 주장을 펴고 있어서 읽기에 쉽고,재미있다. 다만, 동시대의 빈부문제라든지, 남성노동이 가전제품의 형태로 가사노동에 기여하는 측면에 대해서는 평가가 부족하지 않은가 하는 의문이 들긴 했다.

박력있고 주장이 분명한 원제 - More Work for Mother - 대신 과학기술과 가사노동이라는 평범하고 불명확한 제목을 택한것은 아쉽다. 책제목은 항상 명사구 형태로 정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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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 구운몽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1
최인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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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소설이든 논설이든, 동일한 글이라도 읽는 이에 따라 다르게 다가 올 수 밖에없다. 더 나아가 동일한 사람이 동일한 글을 읽더라도 그 글을 읽을 당시의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감동을 느끼게 된다. 내게 있어서 까뮈의 <이방인>이 그토록 인상적이었던 것은 나른한 봄날의 햇살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최인훈의 <광장>이 나에겐 불후의 명작으로 남아있는 것은 그 소설을 읽었던 내 20대 초반의 세계관이나 감성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숩겠지만, 그 당시만해도 <광장>은 일종의 불온서적류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소설에 등장하는 남과 북에 대한 묘사가 누가 보기에는 위험하게 누가보기에는 '별수 없이' 보일지 모르겠지만, 그 나름대로 작가적 인식과 양심에 따라 써내러 간것이라 생각된다. 하긴 나또한 공산주의이론과 기독교 교리를 병치시켜 놓은 소설의 앞부분을 보며 이명훈을 통해 드러나는 작가의 세계관에 대해 은근한 불만을 품어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소설은 그 역사적 정치적 상황논리에도 불구하고, 내게는 매우 개인적인 사랑얘기로 느껴졌다.

함께 전쟁에 참가한 애인(지금 이름은 기억이 나지않는다)과 나누는 동굴 속에서의 정사장면이나, 중립국을 택하는 명훈의 선택장면, 그리고 자살하기 전에 배위에서 명훈 혼자 상상하는 장면에 대한 묘사같은 것은 참 탁월하게 느껴졌다.

내가 읽은 <광장>은 5번째 개정판이었다. 지금 알라딘에 올라와있는 <광장>은 내가 읽은 개정판 후에 나온 것이므로, 6판째의 개정판일까? 조금씩 바뀐 내용이지만, 그 섬세한 변화에 따라 소설의 깊은 맛은 차이가 나는 것 같다. 흔히, 남과북의 대치상황에서 제3국을 선택할수 밖에 없던 고독한 지식인을 그린 소설로 이해되는 <광장>을 사랑이야기로 느낀 것은 5차 개정판의 특징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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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과 종이책의 행복한 만남
한기호 지음 / 창해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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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무래도 잘못 고른것 같다. 주문을 할때의 기대는 종이책과 e-book의 관계와 미래에 대한 전망이 담겨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끝장을 넘길 때까지도 그닥 통찰력이 보이는 분석은 없었다.

그대신 어떤 책이 기획을 잘하고 편집을 잘해서 잘 나오고 상업적으로도 성공했다거나,출판계가 현재 어떠한 문제점에 봉착해있다거나 하는 출판계 내부의 이야기거리는 참 풍성한데, 이런 얘기는 출판인들에게는 관심있을법한 얘기지만 나같은 문외한은 관심없는 얘기다. 그러니 아무래도 이책은 일반대중을위한 책이라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

이건 시비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 책의 책 제목은 아무래도 오해를 살만하다. 아니, 이 책 전반에 걸쳐있는 저자의 개념이 혼동되어 있는 것같다. 종이책은 아날로그, e-book은 디지털로 보는 것도 그렇고(그런 측면이 있긴하지만), 멀티미디어적이라고 할만한 것을 아날로그적인 것으로 보는 것도 개념혼란이다. 가령, 자주 예로 들고있는 시공사의 '디스커버리 총서'의 특징은 멀티미디어적인 다채로움인데, 이것은 아날로그니 디지털이니 하는 개념으로 구분할 문제는 아닌 것이다.

또 e-book의 미래에 대한 전망에 있어서도 저자는 지나치게 방어적인 입장을 갖고있는게 아닌가 싶다. 종이책이 없어질거라든가 e-book은 실패할 것이라는 극단적인 주장은 누구도 펴지않고 있는 것같고, 아마도 그 둘은 공존을 할것인데, 그 시기와 비중에 대한 예측만 다르지 않나싶다. 저자 역시 양자의 공존을 예상하긴 하지만, 종이책에 대한 애정 때문인지, 무리한 주장이 느껴진다. 하긴, 온사회가 net이니 digital이니 하는 거품에 휩싸여 있는 지금, 적절한 균형감각을 제시할지도 모르겠지만.

마지막으로 한가지만 더 불평을 하자면, 글이 너무 체계적이지 않다는 것인데, 이건 아마도 저자가 여기저기 기고한 글들을 모아놓아서 이기도 한것 같고, 다른이의 글을 너무 길게 인용해서 인것 같기도 하다. 하긴 원래부터 차분한 분석을 목표로 한 글이 아닌걸 갖고 지나친 기대를 한 것 같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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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 그 은밀한 유혹 - 냄새의 문화적, 과학적 연구
피트 브론 외 지음, 이인철 옮김 / 까치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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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정말 냄새에 대한 과학적이고 문화적인 연구서이다. 시각이나 청각에 비해 부차적인 감각으로 평가돼왔고, 연구도 덜 되어온 후각과 냄새에 대해 이렇게 자세하고 전문적으로 기술한 책은 처음 보는 것같다.

감각기관에 대해 궁금해 하던 차에 후각에 대한 책이 나온 것이 반가와서 읽어보았다. 예상대로의 내용이었고, 비교적 만족스러웠다.

사실 아주 만족스럽진 않았는데, 그건 저자나 역자의 문제가 아니라, 후각에 대한 연구가 아직 충분히 발전되지 않아서 생긴 문제들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후각과 관련된 여러문제에 대해 설명하면서, '~는 ~일지도 모른다. 확실해 증명되지 않았다.'라는 식으로 조심스럽게 설명하고 있다. 그만큼 연구가 시작단계에 머무르고 있단 얘기가 되는 것같다. 그런 소소한 아쉬움은 있지만, 일단 책이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여겨진다. 이비인후과 의학도가 아니면 어떻게 일반인이 후각과 냄새에 대한 정보를 얻을수 있겠나?

책의 마지막 부분에 정리된 요약도 좋았다. 읽으면서 좀 산만하게 흐트러진 지식의 쪼가리들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 것 같다. 맛은 심심하지만, 먹고나면 배부른 건빵같은 책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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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디자인 100년
구상 지음 / 서울하우스(조형교육) / 199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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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이나 판형부터 '디자인'스러운 책이다. 디자인을 전공하는 사람이 이런 말하면 안되겠지만, 디자인이 번지르르한 책은 신뢰감이 안간다는 경험칙을 갖고있는데, 이 책은 외예다.

이 책의 미덕은 구체성에 있다. 최초의 자동차가 발명된 이후 지금까지의 자동차 디자인사에 대해 착실하게 잘 설명하고 있고, 군더더기가 없다는 말이다.

곁다리얘기지만, '00개론'이니 해서 내용적 차별성도 없고, 뻔하고 하품나오는 설명만 2,3쪽씩 할애하고 있는 디자인개론서에 극도의 혐오감을 갖고있다보니, 이런 구체성이 더욱 맘에 들었다. 어떤 내용이 실려있는지 확실하게 소비자에게 알려주고, 그 기대에 부응하는 책이 좋은 책 아니겠는가? 모든 사람에게 다 유익한 책은 가능하지도 않고, 실제 유익하기도 어렵다. 이책은 '자동차 디자인이 어떻게 변천해왔고, 그 원인은 무엇인지'가 궁금한 사람하게 권할만한 책이다.

내 자신이 자동차에 대해 전문적 식견이 없어서였는지는 몰라도, 그런 기준에서 보자면, 상당히 충실한 내용을 담고있는 책이다. 자동차 디자인의 흐름을 연도별로 잘 정리해놓았고, 전문용어도 친절히 설명해 놓았다. 역시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내공이 느껴지는 책이다. 너무 칭찬만 했나? 좀 그럴지 모르지만, 워낙 이 책의 niche가 좁으므로, 별로 편파적이진 않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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