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 구운몽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1
최인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이든 논설이든, 동일한 글이라도 읽는 이에 따라 다르게 다가 올 수 밖에없다. 더 나아가 동일한 사람이 동일한 글을 읽더라도 그 글을 읽을 당시의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감동을 느끼게 된다. 내게 있어서 까뮈의 <이방인>이 그토록 인상적이었던 것은 나른한 봄날의 햇살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최인훈의 <광장>이 나에겐 불후의 명작으로 남아있는 것은 그 소설을 읽었던 내 20대 초반의 세계관이나 감성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숩겠지만, 그 당시만해도 <광장>은 일종의 불온서적류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소설에 등장하는 남과 북에 대한 묘사가 누가 보기에는 위험하게 누가보기에는 '별수 없이' 보일지 모르겠지만, 그 나름대로 작가적 인식과 양심에 따라 써내러 간것이라 생각된다. 하긴 나또한 공산주의이론과 기독교 교리를 병치시켜 놓은 소설의 앞부분을 보며 이명훈을 통해 드러나는 작가의 세계관에 대해 은근한 불만을 품어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소설은 그 역사적 정치적 상황논리에도 불구하고, 내게는 매우 개인적인 사랑얘기로 느껴졌다.

함께 전쟁에 참가한 애인(지금 이름은 기억이 나지않는다)과 나누는 동굴 속에서의 정사장면이나, 중립국을 택하는 명훈의 선택장면, 그리고 자살하기 전에 배위에서 명훈 혼자 상상하는 장면에 대한 묘사같은 것은 참 탁월하게 느껴졌다.

내가 읽은 <광장>은 5번째 개정판이었다. 지금 알라딘에 올라와있는 <광장>은 내가 읽은 개정판 후에 나온 것이므로, 6판째의 개정판일까? 조금씩 바뀐 내용이지만, 그 섬세한 변화에 따라 소설의 깊은 맛은 차이가 나는 것 같다. 흔히, 남과북의 대치상황에서 제3국을 선택할수 밖에 없던 고독한 지식인을 그린 소설로 이해되는 <광장>을 사랑이야기로 느낀 것은 5차 개정판의 특징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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