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권 한달 완성 러시아어 말하기 Lv.2 - 기초부터 실전 회화까지 한 달 완성 한권 한달 완성 러시아어 말하기 2
최수진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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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 이어 이 2권에서도 30개의 레슨(урок. 우록)으로 구성된 내용이 학습자에게 말하기를 가르칩니다. p12에서 시작되는 제1과에서는 자신의 이름을 말하는 표현을 주로 가르칩니다. "내 이름은 마샤야."라고 하려면 Меня́ зову́т Ма́ша.라고 하면 됩니다. 발음은 "머냐 자부트 마샤" 비슷합니다.

(*책좋사의 소개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교재를 공부하고 나서,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러시아 영화를 보다 보면 자주 들리는 말 중 하나가 "오친 쁘리야트너"인데, "매우 기쁘다"라는 뜻입니다. 왜 기쁜가. 여러 맥락이 있겠으나 이 책 p13이라든가 많은 경우 다른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나는) 매우 기쁩니다(=반갑습니다)"라는 뜻입니다. 러시아는 원래 동쪽에 치우친 후진국이었으므로 외국에서 수입한 말들이 많은데, центр(쪤뜨ㄹ) 같은 것이 대표적입니다. 발음은 이 책의 표기를 따르겠고, 한글 표기가 없으면 제 나름대로 붙이겠습니다. 저 단어 центр는 영어의 center와 같은 뜻입니다.

p44 이하 урок 05에서는 무인칭문과 술어부사를 배웁니다. 다음 페이지에서는 ко́мната 같은 단어를 배우는데, 꼼나따라고 발음되는 이 단어는 무척 자주 나오므로 잘 알아 둬야 하겠습니다. 무인칭문의 예는 p46 이하에 나오는데 책에서 아주 직관적으로 설명하는 것처럼 "주어(주격)이 없는 문장"입니다. 여기에 한해서는 중국어와도 닮았다는 게 독자인 저의 개인적 느낌이었네요. Мне о́чень хо́лодно.는 "나는 너무 춥다"라는 뜻인데, 여기서 мне는 원래는 주격으로 я가 와야 하는데, 저것처럼 여격(dative)이 온 것입니다.

사실 논리적으로는 "내가 추운 것"이 아니라 "날씨가 (내게) 추운 것"이니 저렇게 표현하는 게 맞습니다. 이 여격이라는 것은 문장성분으로 파악하자면 부사어(副詞語)이니, 저 мне 같은 것은 술어부사라고 부릅니다. 책에 설명이 잘 나오듯, 문장에서 (동사 대신) 부사가 술어 노릇을 합니다. 만약에 동사원형과 함께 쓰면, "~하는 것이 ~하다."라고 해석된다는 말도 같은 페이지에 나옵니다.

다른 예문은, В общежи́тии всегда́ тепло́.라는 게 나옵니다. QR코드를 찍으면 음원으로 자동 연결되지만, 저는 소장이 필요해서 로그인을 하고 모두 다운받았습니다. 남녀 성우가 번갈아서 읽어 주는데 이 문장은 장년 남성의 목소리로 들려 줍니다. "바프시쥐찌 프셰흐다 찌플로" 비슷하게 제 귀에는 들리는데, 러시아어는 대개 글자대로 읽으면 되긴 하지만 몇 가지 예외가 있긴 합니다. 1권부터 마샤쌤이 가르치는 대로 잘 따라왔다면 그리 어렵지 않게 익힐 수 있습니다. 이 2권의 음원은 모두 다섯 개의 뭉치로 나뉘었고, 해당 문장은 첫번째 뭉치 중 다섯 번째(용량 2.57Mb)입니다. 이 문장의 뜻은, "기숙사는 항상 따뜻하다"입니다.

p84 이하에는 урок 10의 내용이 나옵니다. отку́да вы?라는 문장은 "당신은 어디서 오셨습니까?"인데, 역시 러시아어 공부 좀 해 본 분이라면 한번쯤 들어 봤을 표현이죠. 좀 친해진 사람한테 물으려면, отку́да ты?라고 하면 됩니다. 발음은 "앗꾸다 븨(또는 띄)?" 비슷하게 제 귀에는 들립니다. 러시아어로는 이상하게 중국의 수도 베이징(북경)을 Пеки́н(삐낀. 이 책 p85)이라고 하는데, 니콜라스 레이 감독의 고전 영화 "북경의 55일"도 원제목이 55 days at Peking이죠. 이른바 우정식 병음인데, 포르투갈 상인들이 주로 접한 중국인, 중국어는 광둥인, 광둥어였고 이것이 프랑스인, 영국인에게 퍼져 Pekin, Peking 같은 표기가 정착되었습니다. 영어로도 "피킹" 비슷하게 읽습니다. 단 이제는 Beijing이라는 표기가 정착되었고, CNN이나 BBC에서 다들 베이징으로 발음합니다.

지금까지 제가 공부해 본 러시아어 책 중 가장 쉽고 편집도 깔끔했습니다. 음원 자료도 꼭 활용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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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패권 전쟁 - 챗GPT 딥시크의 미래와 AI 그 이후
이시한 지음 / 북플레저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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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문명의 발달을 위해서라면 나라와 나라, 대륙과 대륙 사이에 어느 정도의 갈등이 반드시 해롭게만 여겨지는 건 아닙니다. p52 같은 곳을 보면, 저자께서는 1957년 이른바 스푸트니크 쇼크 이후 소련과 미국 사이에 벌어졌던 전방위적 경쟁을 통해 특히 항공, 우주 분야에서 크게 기술이 발전했다고 지적하십니다. 패권 전쟁은 상대방을 죽이느냐, 아니면 상대를 내 발 아래 무릎 꿇게 하느냐의 살벌한 싸움인데, 지난 20세기의 패권 전쟁은 미국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그러나 짧은 소강기를 거쳐, 현재는 중국과 미국 사이에 훨씬 강도가 높은 패권 다툼이 다시 벌어지는 중입니다.

(*책좋사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이 책 겉표지를 보면 그록(Grok)3, 딥시크, 챗GPT 사이에 AI 패권 전쟁이 벌어짐을 간략하게 요약한 구절이 있습니다. 그록3는 일론 머스크의 작품, 챗GPT는 샘 올트먼의 오픈AI社가 만든 선구적 시스템, 그리고 딥시크는 중국의 어느 영리한 스타트업이 올해 초에 개발한 엔진입니다. 다들 장점이 뚜렷하여 우열을 가리기 힘들고, 더 놀라운 건 대체 어느새 이런 것들이 높은 완성도로 우리 옆에 다가와 사람 사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고 있었냐는 점입니다.

p53 이하에 자세히 나오듯 딥시크가 몰고온 충격은, 그동안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가성비, 물량공세에만 의존하여 세력을 키워 가는 듯 보였던 중국이, 이제 양(量)이 아닌 질(質)로 승부를 걸기 시작했다는 점에 있습니다. 중국제조 2025 계획이란 건, 점차 상승하는 인건비 때문에 그간의 저가품 생산 기지 노릇을 베트남 등 동남아에 빼앗기고, 더이상은 첨단화, 고효율화를 미룰 수 없다고 여긴 당 고위층에서 작심하고 밀어붙인 굴기 계획입니다. 이제 그 첫 성과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p92에는 사우디 같은 나라가 왜 외국의 대형 스포츠스타를 사 와서 분에 넘치는 리그를 자국에 만드는지에 대한 저자의 해답이 있습니다. 미래에는 더 이상 석유의 수요가 지금 같지 않을 테며, 따라서 지금 넉넉히 벌어들인 오일머니를 다른 산업에 미리 투자하여 미래 먹거리를 마련하겠다는 심산입니다. 축구뿐 아니라, 3년 전 LIV라는 골프 리그를 만들어 기존의 PGA, LPGA 중심의 투어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흔들어 놓습니다. 이렇게 해서 이미지도 세탁하고(이른바 스포츠워싱), 그 수익으로 다시 AI 등 다른 산업에 투자할 기반을 마련합니다. 인도나 한국은 돈보다는 인재가 많고, 사우디 같은 나라는 그 반대이니 전략적 협력이 가능하다는 게 저자의 판단이며, 그래서 빈 살만 같은 이가 한국에 자주 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p134에는 애국심이 애사심에 자리를 내주는 시대가 올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이 나옵니다. 요즘은 아닌데, 15년 전에는 미국, 영국의 IT 인재들이 라이징 글로벌 기업 삼성을 선망하여 취업 지원을 해 오기도 했었습니다. 어려서부터 국가 중심 사고 방식을 주입받은 한국인들로서는 대단히 낯선 풍조였습니다. 과연 그게 전면적으로 가능할까? AI가 통번역 기능을 완성하여 언어 장벽을 없애면 안 될 것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p167이하에도 나오듯 중급 이하의 코딩은 앞으로 사람이 아니라 AI가 대신하게 될 세상에서, 인재의 위상이 지금 같을지는 의문입니다. 요즘 제도사를 고용하여 손으로 도면을 그리는 회사가 어디에도 없고, 값싼 오토캐드를 이용하여 상대적으로 미숙련인 상태의 직원을 쓰는 곳이 대부분이듯 말입니다.

현재 AI는 일반인공지능인 AGI를 넘어 초지능을 뜻하는 ASI로 진화 중이라 합니다. 젠슨 황 CEO는 양자컴퓨터의 상용화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를 밝혔다가, 구글의 윌로우(p231)라든가, 아니면 다른 IT계의 신생 강자(디웨이브 퀀텀이라든가)들이 이뤄가는 성과를 보고 발언을 철회하며 사과하기도 했습니다.  AI가 자동으로 책도 쓰고 책이 물처럼 범람할 수 있는 미래(p320)를 앞둔 우리는 창의력과 상상력을 계발하여 앞으로 사회가 요구할 인재상, 창의와 융합에 강하며 기존 매뉴얼에 없는 돌발 상황에 잘 대응할 능동적 정신으로 거듭나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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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 한 끼의 행복 - 캠핑 다니는 푸드 에디터의 맛있는 캠핑 이야기
정연주 지음 / 시원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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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모두 네 파트로 나뉩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네 부분인데, 음식 중에는 계절을 타는 것도 있고 딱히 상관 없는 것도 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한 번이라도 맛을 본 메뉴의 경우 정연주 에디터님의 분류에 따르는 편이 과연 제격이겠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게다가 지금 이 책은 야외에서 캠핑할 때 곁들이는 한 끼 또는 풍미의 디저트, 음료이니, 각별히 계절의 풍취를 따르기도 하겠고 말입니다.

(*책좋사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먼저 p14를 보면 저자가 추천하는 캠핑장 목록과 지도가 나옵니다. 전국 단위로 다 표시가 되었으므로 어디에 사는 독자건 간에 참조할 수 있으며, 생각 외로 모두에게 추천할 만한 캠핑장이 우리 나라에 그리많지는 않다는 생각도 들긴 했습니다. 충북, 충남에는 각각 1곳이며, 전북에 1곳이 추천되고, 전남, 경남북은 추천된 곳이 없습니다. 그러나 어차피 캠핑이니 영호남 거주자들도 SUV나 캠핑카를 몰고 타 시도로 방문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 싶었습니다. p16 이하에는 카라반, 캠핑카, 트레일러의 차이가 무엇인지 설명됩니다.

p69에 나오듯이 그 생김새는 대파하고 비슷합니다. 대파는 좀 늘씬한데 얘는 통통합니다. 얘가 누구냐면 칼솟인데, 무슨 칼을 솥에 넣어두는 건 아니고, calçot이라고 씁니다. 그냥 세(c)가 아니라 세디유가 붙은 세(ç)이기 때문에 발음이나 철자에 유의해야 하겠습니다. 간혹 calsot이라고 쓰는 것도 보는데 비표준이며 발음 때문에 저렇게 잘못 쓰는 것입니다. 아무튼 책에서 저자께서 설명해 주는 예는 칼솟타다인데, 칼솟 그 자체로는 뭔지 몰라도 이 칼솟타다 요리 때문에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채소이기도 합니다. 책에 나오듯이 이걸 함양파라고도 부르는데, 희한한 게 이 칼솟을 한국에서는 대량으로 상업적으로 처음 재배한 곳이 경남 함양군입니다. 칼솟은 양파(onion)와 친연관계이므로 이리저리 말이 되게 함양파라고 (아직은 비공식적으로) 이름이 저리 붙은 것 같은데 재미있습니다. 칼솟을 태워서 칼솟타다는 아니고(ㅋ) 카탈루냐 원어가 원래 그렇습니다.

"꼬치구이는 인류가 불을 발견한 이래 계속 존재해온 원초적 요리법이다(p96)." 수원 같은 데를 돌아다니다 보면 羊肉串이라고 써 둔 식당 간판을 보는데 저 串(찬)이란 글자가 꼬치라는 뜻이며(육서 중 전형적인 상형자죠)  중국식으로는 4성 "촨"처럼 읽습니다. 바베큐는 중국어로 燒烤(소고)라 하는데 샤오카오처럼 읽습니다. 아무튼, p98에서 저자가 말씀하듯 꼬치구이는 재료가 다양하며 하다 보면 나만의 꼬치구이가 생기기도 합니다. 이렇게 이거저거 시도하다가 기발한 레시피가 생기기도 하고, 이게 사는 낙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하게도 됩니다. p100에도 그런 말이 있지만 중요한 건 불의 세기입니다. 급하다고 세게 하면 다 태워먹고 그렇다고 너무 약하면 속이 탑니다. 화로대, 팬 등에 대해서는 책 저 앞으로 가서 p29 이하를 참조하십시오.

"자고로 레시피에는 다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p177)." 캠핑에서 가장 큰 낭만은 역시 야외에서 이렇게 뭘 만들어서 해먹는 재미겠습니다. 두 페이지 앞에서 저자는 태국의 로띠와 크레프(책의 표기는 크레페네요)를 대조하는데 아주 적절한 설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말랑말랑촉촉이 크레페이고, 바삭바삭이 로띠라는 건데, 팬에 부칠 때 굳기 전에 바로 퍼지도록 반죽을 묽게 하는 게 포인트라고 하시네요. 끔찍해하는 외국인들도 있다지만 "한국인은 가위만 있으면 못할 게 없다"는 거죠. 정석대로 접시에 사각형으로 썰기보다 그냥 척척 잘라먹는 시원한 방식을 자랑하듯 서술하시네요.

p294를 보면 뱅쇼가 나옵니다. vin chaud, 프랑스어는 이처럼 수식어가 피수식어 뒤에 오죠. 영어의 칼로리(열량)과도 어근이 같은 chaud(쇼)는 따뜻하다는 뜻입니다(영어의 칼로리도 어차피 프랑스어에서 왔지만). 겨울에 장작불 옆에서 머그잔에 홀짝거리는 와인... "레시피는 이렇게 조절하는 과정 자체가 재미다(p228)." 여기서는 캠핑빵이 설명되는데 "발효가 잘된 반죽을 유산지째로 무쇠 냄비에 집어넣고 30분 굽는데, 숯, 장작, 돌 등을 이리저리 바꿔가며 아직도 완성 중인 레시피라고 하시네요.

역시 요리책(캠핑책도 마찬가지지만)은 삶이 행복한 사람이라야 쓸 수 있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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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단기공략 지텔프 공식 기출 32-65+ - 공식 기출문제로 10일만에 문법, 독해, 청취, 어휘를 한번에!
G-TELP KOREA 문제 제공, 시원스쿨 어학연구소 지음 / 시원스쿨LAB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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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단기공략을 위한 수험서입니다. 지텔프는 타 공인어학시험에 비해 난이도가 낮은 시험이므로 이렇게 시험의 주요 포인트만을 집중 공략하는 수험서를 통해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준비가 가능합니다. 이 책은 슬림한 볼륨에 문법, 독해, 청해, 어휘 네 영역이 모두 커버되며, 그야말로 수험에 필요한 내용만 미니멀리즘으로 담은 교재처럼 보입니다.

(*책좋사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교재를 공부하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시원스쿨 지텔프 공식기출 시리즈에서 책머리에 일관되게 제시하는 대로, 지텔프에서는 특히 가장 쉽게 출제되는 문법을 특히 열심히 공부해 둬야 합니다. 문법은 누구나, 교재에서 깔끔하게 정리해 둔 대로 열심히만 공부하면, 만점 비슷하게 받을 수 있습니다. 점수가 안 나오면 그건 두뇌가 아니라 기본적인 성실성의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이 교재 p93을 보면, 14번 문제에서 a jacket 다음에 어떤 동사어구가 올지 묻습니다. 답은 ⓓto wear인데, 어지간히 영어 공부 좀 한 사람이라면 이 정도는 무난하게 맞힐 수 있을 듯합니다.

그런데도, 뒤의 해설편 p37을 보면 뜻밖에, 문제 풀이 여부를 떠나서 유익하게 타 문제 풀이에도 확장하여 쓸 수 있는, 좋은 팁이 나옵니다. ⓐto have worn의 경우, 이렇게 앞 명사를 수식할 때에는 완료부정사가 쓰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내가 이 문제를 풀었으니(=답을 맞혔으니) 그냥 넘어가자, 이렇게 자만하지 말고, 뒤의 정성어린 해설까지 꼼꼼하게 검토해서, 내가 뭐가 부족했는지를 알고 채워나가야 합니다. 이와는 별개로, 저는 마지막 문장의 주어 visitors를 꾸미는 clueless의 뜻에 대해 수험생들이 아주 잠시라도 당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서가 없다"가 아니라, (현지) 사정을 전혀 모른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이 단어 뜻을 설령 몰랐다고 해도 문제를 푸는 데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그게 지텔프입니다.

p126을 보면 "매회 시험에서 추론 문제는 반드시 1문제 이상, 최대 3문제까지도 출제된다"고 합니다. 수능 국어 영역도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지문에 제시된 내용만을 바탕으로 삼아야 하며, 수험생 주관이 끼어들어가서는 곤란합니다. 지문의 내용이 객관적으로 참이냐, 과학적으로 무오류로 검증되었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만). 이 페이지에는 빈출 질문 유형 다섯 개가 제시되었는데, 대체로 육하원칙에 따라 묻는 5W1H의 의문사가 쓰이는 경우가 많다고도 하며, 이런 질문이다 싶으면 아 이건 추론유형이구나 눈치를 채고 그에 맞게 전략적으로 접근하라고도 조언합니다.

p156에는 이른바 백과사전식 지문 관련 문제가 나옵니다. encyclopedia article이라고도 한다는데, 저는 이런 유형의 지문을 가리켜 이렇게 부른다는 점도 처음 알았습니다. 아니, 길이가 좀 길기는 하지만, 이 안에 우주삼라만상의 이치가 다 들었기라도 하단 말인가? 그래서가 아니라, 우리가 왜 Britannica Encyclopedia를 펼쳐 특정 항목을 찾으면, 사진과 함께 대략 1~2페이지에 걸쳐 관련된 사항을 죽 서술하지 않습니까? 그걸 가리키는 거고, 한국말로는 辭典과 事典의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자는 단어 뜻만 설명하는 거고, 후자는 이렇게 관련 사항을 망라적으로 설명하는 것입니다.

지텔프에서 가장 어려운 영역은 청취라고도 합니다. 예를 들어 p198 같은 곳을 보면, 두 사람 사이의 대화를 듣고 세 문제를 풀게 합니다. 근엄한 남성의 인스트럭션이 나오고, (토익과는 달리) 문제를 먼저 들려 줍니다. 그 다음에 두 남녀의 대화가 나오는데, 남자는 방금 전 근엄한 안내를 했던 바로 그 사람입니다. 대화는 40초 정도이니 짧진 않습니다. 집중해서 듣기만 하면 누구나 풀 수 있고, 다만 이 책에서 강조하듯, 들으면서 노트테이킹을 해야만 나중에 기억에 의존하다가 헷갈리는 실수를 피할 수 있습니다. 음원은 지텔프 32-65+라고 표시된 썸네일 바로 밑을 클릭하면 전체를 다운받을 수 있고, 압축을 풀면 대략 74Mb 정도 됩니다.

단기간에 점수를 최대한 올리는 데 도움이 될 듯합니다. 제가 직접 쳐 보고 다시 후기를 써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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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 아일랜드
아키요시 리카코 지음, 임희선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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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상황에 몰렸을 때 이웃을 동료로 생각지 않고 내 생존을 위해 죽여야 할 희생양으로 간주하여 벌이는 살육의 참상. 인간이 스스로 인간이기를 포기한 짓거리인데, 이게 꼭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무인도(소설이 다 끝났을 때도 어디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나, 오징어게임에서의 그 또다른 익명의 무인도라든가, 다카미 고슌[高見廣春] 작 배틀로얄(1997)에서의 그 피비린내 나는 섬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닙니다. 바로 우리 주변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고,  불법 하코방을 두고 권리금을 붙여 팔아먹는다는가 하는 악질의 사기꾼도 두 눈 시퍼렇게 뜨고 걸레질을 하는 게 엄연한 현실입니다.

(*책좋사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아일랜드라는 독특한 이름의 술집에 모이는 단골들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탈하고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마스터라고만 불리는 술집 주인은, 가끔 무례한 말을 손님들에게 들어도 그러려니 하고 넘기는, 자영업 마인드에 특화된 인물로 보입니다. 제가 몇 개월 전에 읽었던 어떤 자영업 관련 서적을 보면, 그 저자께서 진상 손을 대할 때 사장은 그저 "이 객이 철없이 구는 어린이이겠거니"하고 넘기는 게 상책이라는 말을 한 적 있습니다. 사실 제 생각에, 저자는 아마 처음에 다른 표현을 쓰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출판물에 지나치게 원색적인 표현을 쓰는 게 곤란했으니 그 정도로 순화하고 넘어가지 않았을까 추측합니다. 그 저자님(사장님) 얼굴을 보면, 정말로 한 성격 할 것 같은 관상이었기 때문입니다.

여튼 이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을 보면, 가장 순하고 남한테 해 안 끼칠 것 같은 인물들이 가장 짐승 같은 악행을 벌이는 걸로 드러납니다. ooo는 말할 것도 없고, 이 섬 안에서 돌연 살인마로 바뀌는 ooo 또한 그렇습니다. ooo는 평소 그 직업을 맡아 온갖 진상 o원o을 상대하다 보니 그런 괴물이 된 듯 그려지지만 그게 다가 아니라, (소설에서도 여러 번 서술되듯) 타고난 인성 자체가 나빠서 그렇겠죠. 청소 노파 역시 상황이 사람을 그리 만든 게 아니라, 타고난 인성이 비틀어지고 사악한 탓입니다. 그럼 ooo는 왜 이렇게 잔인하고 악랄한 무대를 만들었을까? 돈과 시간은 많은데 할 일이 없으면, 지루한 걸 못 참는 인간이란 종은 이렇게까지 타락합니다. 제 생각에는, 이 지옥에서 마지막으로 살아나간 oooo도 앞으로 조심해야 할 듯합니다.

소설은 매우 치밀하게, 무인도에 갇힌 7인의 처절한 변모와 투쟁을 묘사합니다. 제 생각에는, ooo가 꾸민 지옥의 규칙을 알고, 같은 피해자의 처지이면서도 룰에 순응하고, (도움이 안 되는) 멤버를 배제하는 과정 같은 게, 사람의 지극히 이기적인 품성을 잘 드러낸다고 봤습니다. 이런 일은 무인도가 아니라 이미 우리의 현실에서 벌어지는 중이기 때문입니다. 협력을 통해 난관을 극복하자고 이성적인 제안을 한 사람, 이 와중에 남들에게 그나마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남들보다 먼저 죽어나갑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 주변에 끝까지 남겨 둬야 나에게도 이익인 사람에게 맨먼저 해코지를 하는 데서, 사람이란 최소한의 이성도 없는, 그저 일개 동물임을 실감하게 됩니다. 아주 시야가 좁은 잔머리인데, 그 한심한 잔꾀를 두고 스스로 영리하다며 자화자찬하는 꼴을 보면, 라커인 양 착각하고 이용당하는 미친 돼지를 보는 듯 연민이 느껴집니다.

(약스포)
작가님은 소설 창작을 두고 연구를 많이 하신 분 같습니다. 무인도에서 생존하기 위해 이런저런 요긴한 지식이 전개되는 걸 보면, 우리 독자 누구라도 설마 이런 일이 내 생에 벌어지진 않으리라는 걸 알아도, 이런 좋은 팁은 꼭 알아둬야겠다는 우스꽝스러운 다짐을 하게도 됩니다. 제가 인상 깊었던 건 oooo이, 예를 들어 p232 같은 데서 의외의 치밀한 계산을 한다거나, 그 사악한 빌런의 숨통을 끊는 데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거나, 결말에 가서도 o깍o를 스스로 벗고 그 한심한 놈을 저승으로 보낸다거나 하는 과감한 면모입니다. 그 oo 되시는 분들도 보통 사람이 아니니 그런 큰 돈을 벌었을 텐데, 그 DNA가 뭐 어디 딴데로 갔겠습니까?

사실 저는 읽어나가며 좀 다른 결말을 예상했는데, oooo이 각성해 나가는 과정도 재미있긴 했습니다. 모쪼록 제대로 이 섬을 빠져나가 그 망할 자식한테 복수도 하고, 자신의 엄청난 포텐도 터뜨렸으면 좋겠습니다. 頑張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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