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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패턴 - 루스 베네딕트 서거 60주년 기념, 새롭게 탄생한 문화인류학의 고전
루스 베네딕트 지음, 이종인 옮김 / 연암서가 / 2008년 8월
평점 :
여러 유형의 인간집단을 연구한 인류학은 항상 많은 흥미를 불러일으켰다.『문화의 패턴』은 개인과 문화의 관계 속에서 개인이 문화에 어떠한 위치에 있으며 각 개인의 행동양식이 문화에 어떠한 영향을 받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문화의 패턴은 문화의 통합에 관해서 미국 문화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가 『Pattern of Culture』를 1934년에 발행한 것을 다시 오늘날에 상황에 맞게 출판한 책이다. 문화인류학의 고전 입문서라 불리는 문화의 패턴은 현대인들이 문화를 보는 관점부터 바로 잡아 주고 있다.
책을 읽기 전 먼저 저자인 루스 베네딕트의 독특한 이력이 눈에 띈다. 그녀는 미국사회 입장에서는 부적응자요 일탈자였다. 어릴 때는 조울증을 앓았고 결혼 후 남편과의 사이에 불화로 별거를 하였으며 성정체성과 관련하여 갈등을 겪었다. 인류학을 공부하면서 대학에 발을 들였지만 오랜 세월 여자라는 이유로 그녀가 사망하기 두달전에 정교수로 임명되었다. 남성중심의 미국사회에서 차별, 동성애자로써의 갖가지 편견과 선입관 때문에 불리한 입장에 처한 그녀는 자신의 독립적 태도를 유지하는 방편으로 인류학 연구를 선택했다고 한다. 문화의 패턴 제 8장에도 그러한 사회 부적응자(일탈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루스 베네딕트는 어떠한 문화적 편견도 없이 문화를 연구하고자 했다.
문화를 연구할 때 과거에는 물질문화를 중심으로 연구한 진화론이 주를 이루었으나 점점 정신문화의 중요성이 높아져 문화를 대할 때 일부의 우수한 문화가 다른 문화에 영향을 끼쳤다는 진화론에서 벗어나 모든 문화는 나름의 독특한 특성이 있고 그 문화 내에서 발전해 왔다는 문화 상대론이 우세해졌다. 문화의 패턴을 연구하는 기본 전제조건으로 루스 베네딕트는 문화와 다양성을 인정하고, 문화 상대론적 시각을 독자들에게 요구한다.
서구 문명은 너무 복잡하여 연구하기가 어려워 일정한 지역에서 자신들의 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원시부족들을 대상으로 연구하고자 했다. 그녀는 살아 있는 문화를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것을 문화의 패턴을 찾는 첫 번째 길이라 여기고 있다. 그리고 한 원시부족의 문화적 패턴을 원시부족의 일반적 제도인 것처럼 여기는 실수를 막기 위해 세 부족의 문화에 대해 모두 다루고 있다. 그래서 뉴멕시코의 푸에블로 부족(주니 족), 뉴기니의 도부 족, 아메리카 북서 해안 콰키우틀 족을 그 연구 대상으로 했다. 문화적 요소인 혼인과 가족, 친족, 사회조직, 경제체계, 종교,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다루고 있으며 어떤 부족이 어떤 문화요소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독특한 문화가 형성되고, 그 사회의 문화 패턴이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베네딕트는 주니 문화는 종교 행위에 집중하는 이성적인 아폴로 패턴, 도부 족은 의심과 배신의 거래를 강조하는 편집병적 패턴, 콰키우틀 족은 재산과 부의 이용과 관련하여 과대망상적인 디오니소스의 패턴을 갖고 있다고 진단한다. 하지만 앞에서 말했듯 개인과 문화의 연관관계, 문화의 형성과 패턴이라는 과정을 연구하기 위한 하나의 사례일 뿐 이것이 모든 문화들이 갖는 공통된 특성은 아니라는 것이다. 세 부족들의 연구를 통해 문화의 통합과정을 알아보고자 했을 뿐이다.
문화인류학을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조금 어렵게 느껴지는 책이기도 하지만 세계화를 외치는 오늘날 다른 나라의 문화를 관용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바른 자세를 가르쳐주는 좋은 책이다. 그리고 세 원시부족들의 독특한 삶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단일민족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던 우리 민족도 세계화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이미 많은 다문화가정이 형성되었고 외국인의 거주도 늘었다. 이러한 시점에서 문화라는 방대하고 추상적 개념을 한번 들여다보고 문화를 보는 시점을 점검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