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일런트 랜드 - 신경심리학자 폴 브록스의 임상 기록
폴 브록스 지음, 이종인 옮김 / 연암서가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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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체의 신비에 대한 주제로 여러 분야에서 많은 연구를 하고 있다.

 우리 몸과 마음(자아)는 연구할수록 그 끝을 알 수 없다. 많은 철학자와 과학자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이것들을 연구했다. 과학의 발달로 인체구조와 그 역할들을 이젠 소상히 알고 있지만 우리 몸의 중추인 ‘뇌’는 아직도 풀어야할 과제가 많이 남아 있다. 쭈글쭈글 신경세포로 이루어진 뇌는 인체에 명령을 내리고, 수많은 기억과 감정을 저장한다. 뇌는 우리의 의식과 몸을 지배한다. 그런데 우리가 말하는 마음 즉 자아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과학적으로 그런 것은 없다. 뇌의 어느 부위에도 우리의 감정을 결정하는 자아라는 역할을 담고 있는 부위가 없다고 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느낀다. 마음이 아프다는 것을 경험해 본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그런 경험이 있다면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사일런트 랜드』는 우리에게 뇌에서부터 연결되는 행동, 자아, 의식 등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이 책은 ‘뇌’에 관한 책이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사고나 질병으로 혹은 정신적 충격으로 뇌에 손상을 입은 사람들의 관한 이야기다. 신경심리학자 폴 브록스 가 환자들의 임상 기록을 바탕으로 하나의 책을 엮었다. 뇌에 이상이 있다고 하면 일단 색안경을 끼고 흔히 말하길 ‘미쳤다’라고 단순히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뇌의 손상이 질병으로 인한 기능의 한계일 뿐 그 사람의 자아 자체를 훼손하지는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이것이 내가 이 책을 읽고 얻은 결론이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내가 느낀 점이지만...

 뇌에 기능에 손상이 왔을 때 얼마나 심한 손실인지를 평가하는 전산화된 기능검사가 임상에서 실행되고 있다고 한다. 이런 과정에서 평가와 진단을 전담하는 사람이 바로 신경심리학자다. 폴 브록스는 자신의 환자들의 상태를 객관적인 입장에서 기록하면서도 환자의 마음까지 들여다보는 전지적 작가의 입장도 보이고 있다. 다른 신경심리학자와 달리 3인칭이 아님 1인칭 시점에서 기록한 점에서 독특하면서도 새로운 시도라 평가된다. 환자의 상태, 자신의 경험 등을 겹겹이 배열해서 어느 부분이 환상의 임상기록이고 어느 부분이 저자의 기록인지 뚜렷한 구분을 두고 있지 않다. 환자와 의사를 따로 구분하지 않아 뇌 손상을 입은 환자들을 우리와 완벽하게 구분하지도 않는 듯하다. 뇌는 우리 신체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에 아주 작은 손상이라 할지라도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책의 임상기록에서처럼 이틀이면 모든 기억을 잊는 사람, 딸의 결혼식 사진에 자신이 존재함에도 참석하지 못한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 자기가 투명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감정이 없어진 사람...등 그 경우는 뇌의 신경세포만큼이나 다양하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에게 우리가 느끼는 놀라움, 동정 등을 이끌어 냄과 동시에 그들도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임을 강조한다. 뇌 전체의 기능이 완전히 멈춰 ‘뇌사’상태가 된 환자들이 깨어나는 기적이 간혹 존재하고, 그런 상태의 사람이 가족의 말을 듣고 눈물을 흘리는 경우도 보게 된다. 이런 사례들은 우리 인간이 뇌의 기능으로만 기계적으로 움직인다고 보긴 어렵다. 우리에게는 자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일런트 랜드』는 인간의 뇌의 여러 가지 기능과 역할을 환자들의 임상기록으로 쉽게 전해준다. 그리고 환자들을 대하는 저자의 한결같은 따듯함이 이 책을 더욱 재미있게 한다. 독특한 신경심리학자가 쓴 신비한 신경심리학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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