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한듯 시크하게

무심한 듯 시크하게 ㅣ Nobless Club 17
한상운 지음 / 로크미디어 / 2009년 8월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에 외국 드라마가 엄청 인기를 끌고 있다. 그 중에서 CSI는 단연 으뜸이다. 나도 한동안 CSI에 푹 빠져 범인을 잡는 것이 얼마나 과학적이고 논리적인지 흥미롭게 보았다. 수사란 얼렁뚱땅 ‘소 뒷발로 쥐잡기’식으로 하는 것이 아님을 드라마를 통해 알게 된 샘이다. 하지만 그런 과학수사가 우리나라에 동일하게 이루어진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무지 열악한 환경임을 짐작하기 때문이다. 『무심한듯 시크하게』는 우리나라 강력반 형사들의 이야기를 통해 수사방법과 과정을 살짝 선보인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았던 여러 과학적 방법들이 도입되어 일부 적용되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역시 수사란 형사의 직감이 필수적인 것 같다. 오랫동안 한 가지 일에 몰두한 노련한 형사의 야수 같은 감! 이것이 없다면 결정적인 흥미를 끌 수 없을 것 같다. 『무심한듯 시크하게』는 그런 점에서 두 가지 요소가 적절하게 섞여 있다.

 『무심한듯 시크하게』는 형사들의 이야기다. 열혈 형사 정태석과 그의 파트너 유병철. 특히 정태석은 매력적인 캐릭터를 가졌다. 여자는 많지만 연애는 해본 적 없는 남자, 맞짱에서 한번도 진 적이 없는 남자, 하지만 여자의 눈물에는 무너지는 남자....사실 소설 속 정태석은 멋지지만 문제가 많은 남자다. 유병철은 중년의 나이에 강력반 형사 생활을 비롯해서 가정에서 남편으로써의 모든 것에 자신이 없고 자리를 잡지 못하고 흔들리는 순간을 맞이한 위태로운 중년이다. 이 두 남자가 마약관련 사건을 맡으면서 우여곡절 끝에 사건을 해결한다는 내용이다. 이 사건에서 정태석은 형사로써의 의무보단 자신을 보기 좋게 한방먹인 범인 변성수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이 더 앞선다. 두 번이나 변성수를 눈앞에서 놓친 후 수사는 지리멸렬한 상태에 빠지는데 그러다 갑자기 살인사건이 일어나면서 긴박한 상황으로 몰고 간다.

 마약과 살인을 둘러싼 사건을 정태석이라는 인물을 통해 재미있게 그려냈다. 작가는 정태석에게 남자의 로망을 대신 이루어준 듯하다. 묘하게 여자를 끄는 남자, 하지만 여자에게는 도통 관심을 기울여 본 적이 없다. 목적은 단 한가지 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정태석은 결혼을 전제로 한 순수한 연애(사랑)를 꿈꾼다. 미남에 젊은 혈기로 넘치는 매력적인 형사는 남자들이 꿈꾸는 그런 매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정태석은 무심한듯 시크한 남자는 아니다. 무심한 것은 맞지만 전혀 시크하지 않다. 그래서 더욱 정이 가는지도 모른다. 완벽한 캐릭터보다는 2%는 부족해야 더 멋진 인물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조금은 무거운 소재를 다루지만 인물을 통해 가볍고 코믹한 이야기가 되었다. 좌충우돌 행동파 정태석과 되살아난 중년 유병철은 읽는 중간중간 피식 웃게 만드는 역할을 충분히 했다. 정태석은 진정한 연애를 유병철은 중년의 자신감을 찾음으로써 이 소설은 해피엔딩으로 매듭지어 진다. 그리고 우리나라 경찰의 현재 발전된 수사법이나 아직도 열악한 환경도 간간히 소개되고 있다. 『무심한듯 시크하게』는 제목의 독특함으로 눈길을 끌고, 소재의 특수함으로 긴장감을 갖게 하며, 신선하고 매력적인 등장인물로 하여금 흥미를 유발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