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사회학
수디르 벤카테시 지음, 김영선 옮김 / 김영사 / 200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에서부터 일반 사회학 책과는 다르다는 것을 풍기는 책이다. 그렇지만 명색이 사회학이니 마음 다 잡고 정독하여 읽으려고 책장을 넘겼다. 그런데 어렵고 추상적인 단어들의 배열을 기대한 나는 수기형식의 친근한 글을 접했다. 한편의 소설 같은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사회문제를 다루는 것이다. 『괴짜 사회학』은 그래서 괴짜라는 말이 붙었다.

 이 책의 저자 수디르 벤카테시는 시카고 대학 대학원 시절 도시 빈민 문제라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면서 괴짜 사회학도로의 삶을 시작하게 된다. 컴퓨터를 통한 자료 수집을 뒤로 하고 살아있는 자료들이 넘쳐나는 빈민들의 삶 속으로 과감하게 발을 디딘다.

 수디르는 시카고 도심에 위치하고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벽이 경계를 지어 놓은 듯 그 모습이 완전 다른 빈민가 로버트 테일러 홈스에서 그 곳 주민들의 생활 모습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블랙 킹스의 보스 제이티의 호감을 얻은 수디르는 갱단의 보호아래 이곳을 마음대로 다닐 수 있게 되었다. 로버트 테일러 홈스는 시카고 주택공사의 관리 하에 있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마약을 판매하는 블랙 킹스의 보호 하에 있다. 제이티는 자기가 이 곳 주민들의 이익과 신체를 보호하는 입법자라 당당히 말하지만 점점 로버트 테일러 홈스의 삶에 깊게 들어간 수디르의 눈에는 의문을 남길 뿐이다. 불법적인 갱단의 우두머니인 제이티는 자신의 일을 사업체를 운영하는 CEO마냥 당연시 여긴다. 처음에 제이티의 매력에 빠져있던 수디르는 갱단의 폭력을 직접 겪고는 도덕적 양심 때문에 혼란스러워한다. 수디르는 자신의 현장답사(로버트 테일러 홈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를 특정 개인이 아닌 다수의 빈민을 상대로 해야 할 것과 자신이 보고 듣는 것이 모두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차차 알아간다. 수디르가 직접 접촉한 많은 사람들 중에 제이티만큼 권력을 가진 베일리 부인이 나온다. 그녀는 그곳 주민대표로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시카고 주택공사에게 전하고 실천되게 할 뿐 아니라 로버트 테일러 홈스의 여러 범죄에도 직접 관여한다. 민병대를 조직해서 갱단의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정의를 실현하고자 한다. 여성들의 안전을 보호 하고 주민의 재산을 지키는 그녀는 양면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갱단과 협력하고, 주민들의 남자를 요구하고 불법적인 일로 인한 이득의 일부를 취득한다.

 수디르는 고뇌한다. 이곳 빈민가에는 진정한 선의로 행동하는 사람을 찾을 수 없다. 그리고 범죄가 발생해도 경찰이나 구급차가 오지 않는다. 중산층으로 살아온 그는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사회제도들이 빈민들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다는 것이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하지만 곧 이곳 사람에게는 갱단보다 더한 악질 경찰이 있음을 알게 된다. 10년여에 걸쳐 이곳 사람들과 어울리고 이들을 진정 도울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연구한다. 책상에 앉아 간접적인 이론으로 빈민 문제에 접근하는 사람들을 냉소적으로 바로보고 진정한 연구는 살아있는 빈민 속에서 이루어져야함을 책을 통해 시사한다.

 오랜 세월 풀어야 할 숙제처럼 따라다닌 빈민문제...

 이것은 개인의 문제인가? 사회의 문제인가? 로 항상 뜨겁게 토론의 대상이 되기로 했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물질적으로 더 풍부해지고 삶의 수준도 높아졌지만 그 이면에는 항상 굶주리고 기회로부터 박탈당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국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복지제도를 내놓지만 그것은 명목상의 제도일 뿐 진정 빈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간다고 보기는 어렵다. 미국의 빈민가는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르지만 이런 문제 해결에서 이론적 접근이 아닌 직접 그 사회로 접근해서 그곳의 생활을 목격하고 문제점을 찾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데에서 이 책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가난은 개인의 문제도 사회의 문제도 아니지만 다시 말하면 개인의 문제요 사회의 문제다. 로버트 테일러 홈스의 주민들은 자신들의 문제에 더 이상 관심 갖지 않는 사회로 인해 갖가지 자구책을 마련한다. 그 중에는 범죄와 성의 화폐화, 지하경제망(책에선 빈민들이 생존을 위해 행하는 갖가지 불법행위)등 대다수가 범죄행위이다. 이것이 빈민가를 더욱 뚜렷이 경계 짓고 이런 악순환을 야기하는 것이 아닌지...그런 점에서 사회의 관심은 필수적이다. 빈민들의 삶을 개선할 사회적 관심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어두운 문제를 다루지만 전혀 무겁지 않은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지만 그냥 읽고 말기에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하나 다행인 것은 수디르 벤카테시같은 사회학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조그만 변화가 시작으로 사회에 큰 변혁이 있길 바라는 바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