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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 브로드 1
팻 콘로이 지음, 안진환 외 옮김 / 생각의나무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인생이란 누구도 예측할 수 없기에 더 심오한 행로가 아닌가 싶다. <사우스 브로드>는 인생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다룬 소설이다. 이 책은 전2권으로 구성되어 있음에도 한권의 두께가 아주 두껍다. 그렇지만 한 사람의 인생을 다루기에 이 정도는 할애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종이 속에 빽빽이 채워진 글들이 하나 둘 모여 인생의 실루엣을 만들어가는 소설이었다.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말 그대로 ‘대서사시’가 되었고, 사람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 속에 누구도 예상 못한 극적인 요소까지 한 치의 모자람 없이 완성된 소설이었다. 읽는 동안 작가로 태어난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매번 놀라고 부러워하면서 이 글을 읽었다. 이 소설을 통해 ‘팻 콘로이’라는 거장을 만난 것이 소설을 읽는 즐거움과 견줄만한 수확이라 여겨졌다.
<사우스 브로드>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그 남자의 인생의 절반을 다룬 이야기. 어려서부터 큰 시련을 겪고, 그것을 극복해가는 이야기이다. 1969년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을 배경으로 그 당시 사회적 문제가 되었던 계층 간 갈등과 인종 갈등을 친구들과의 우정을 통해 풀어 나간 ‘레오’라는 한 남자의 사랑, 우정, 가족사 등이 생생히 펼쳐진다.
레오는 어릴 때 자신의 우상과 같던 형의 갑작스런 자살로 암울한 소년기를 보낸다. 정신병원에서 벗어났지만 마약소지죄로 보호관찰을 받으며 각종 사회 봉사활동을 하게 된다. 점점 과거의 충격에서 벗어나는 힘을 기른 레오에게 어느 날, 전혀 연관성 없는 사건들이 하루 동안에 일어난다. 고아원에 새로 온 아이들을 만나는 일, 이사 온 옆집에 쿠키를 구워 주는 일, 학교의 흑인 풋볼 코치를 만나는 일, 보트 클럽에서의 점심식사... 어머니가 과제처럼 내주신 일들을 통해 레오는 평생을 함께 할 친구들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우연히 일어난 일들이 하나의 연결고리를 만나 레오 주변을 둘러싸고 만다. 18세 남자아이로써 친구하나, 데이트 한번 한적 없던 레오의 삶이 이 날을 기점으로 풍요로워지기 시작한다. 소설은 18세와 38세의 레오를 번갈아 보여주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38세에 유명한 칼럼니스트로 성장한 레오와 각 분야에서 성공한 친구들이 다시 한번 그들의 우정을 확인한다.
<사우스 브로드>는 소설 속에 나오는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그래, 그거였어. 어떤 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 그것이다.”라는 말이 모든 것을 함축적으로 나타낸다. 인생에선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 레오의 인생 역시 그랬다. 그의 삶을 엿보면서 친구들 간의 우정과 그들 간의 대화법에 웃음 짓고, 부모의 역할에 대해 생각했으며, 세상의 악을 미워했다. 레오와 같이 기뻐하고, 레오와 같이 슬퍼지는 것은 우리의 인생 또한 어떤 일이라도 맞닥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좋은 인연을 만난다는 것은 예측 불가한 인생을 살아가는데 좋은 조력자를 만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팻 콘로이의 마술 같은 글이 아름다운 찰스턴을 떠오르게 한다. 레오처럼 나도 가보지 못한 찰스턴을 사랑하게 될 것 같다. 그곳이라면 어떤 사람이라도 힘차게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