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복수 1 - 인간 사냥
크리스티앙 자크 지음, 이상해 옮김 / 자음과모음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크리스티앙 자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람세스」를 통해서였다. 이집트의 신비한 문화에 관심을 가지긴 했지만 아무런 지식도 없던 내가 읽기에 좀 어려웠던 책이었다. 하지만 이집트 전문가 작가답게 고대 이집트의 삶이나 신들을 위한 의식 등 갖가지 생소한 단어들을 잘 설명하면서도 이야기 전개도 재미있게 이루어져 아주 흥미롭게 읽었다. 절대 왕권 람세스와 그의 왕비 네페르타리를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내가 가지고 있는 이집트의 지식 중 대부분은 람세스를 통해 얻었다고 해도 될 듯하다. 이번에 새로 나온 책 역시 고대 이집트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신들의 복수 1 인간사냥』은 고대 이집트가 끝나가는 제 26왕조를 무대로 삼는다. 신들의 영혼이 살아 숨 쉬는 이집트가 과도한 개방과 개혁으로 흔들리면서 전통적 질서가 무너지고 무서운 음모와 부패가 팽배하는 과도기적 시대를 다루고 있다.

 『신들의 복수 1 인간사냥』은 아마시스 왕이 왕권강화를 위해 신전의 권한을 대폭 축소시키고 경제발전을 위해 그리스의 여러 제도들을 받아들이면서 그리스 문화와 이집트의 전통적인 관습과 가치들이 서로 충돌을 일으키게 된다. 그로인해 민심은 흔들리고 보수적인 세력들의 반발을 사게 된다. 전도유망한 필사생 켈은 자신의 신분에 맞지 않는 고위 간부들의 연회에 초대를 받게 되고 다음날 아침 처음으로 늦잠을 자 지각을 하게 된다. 급히 사역원으로 간 켈은 사역원장을 포함한 모든 동료들이 독이 든 우유를 마시고 죽어 있는 모습을 목격한다. 당황한 켈은 사역원장이 죽기 전 해독을 부탁한 암호문 파피루스를 챙겨 그 자리를 빠져 나간다. 그런데 모든 정황과 증인들이 켈을 이상적인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하루아침에 어마어마한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몰리게 된 켈은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암호문 파피루스를 해독하고자 하지만 쉽지 않다. 다행히 그의 진실성을 알고 그를 도와주는 이들이 있다. 결백을 증명하는 과정에서 이집트를 위협하는 세력들을 알게 되고, 경관들과 음모자의 추적과 방해를 동시에 받으며 결백을 증명하고 암호문을 해독하기 위한 여행을 시작한다. 여신관 니티스와 친구 배봉, 그리고 나귀 북풍과 함께........

 한 시대의 말기에는 항상 외세의 침략이나 내부 세력들의 반발, 민심의 동요 등 공통점이 있다. 고대 이집트가 흔들리는 제26왕조 때도 그러했다. 그러한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작가는 픽션하나를 창조해 냈다. 『신들의 복수 1 인간사냥』은 람세스 보다 읽기가 훨씬 쉬우면서도 이집트의 신비로움도 여전히 가지고 있었다. 언제나 이집트를 소재로 삼으면서도 항상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작가의 능력, 고대 이집트를 현대에 사는 우리들에게 친숙하게 소개하는 작가의 흡인력 있는 스토리 전개는 이 책에서도 여전히 만족스러웠다. 신들의 나라 고대 이집트, 신들의 말에 순종하며 정신적 가치를 중요시 여기는 고대 이집트에 그러한 질서를 위협하는 물결이 다가온다. 고대 이집트의 매력에 빠져있는 나로서는 역사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고대 이집트가 승리하기를 바라게 된다. 인간들의 배신으로 분노한 신들의 복수가 과연 어떻게 전개될지 2권 태양 신녀편이 무지 궁금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3 써틴
볼프강 홀바인.하이케 홀바인 지음, 이병서 옮김 / 예담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오래된 전설은 모두 사실이다.”

 『13써틴』은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를 토대로 탄생한 이야기다. 이 책을 접하면서 단순한 동화라고 생각했던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가 실제로 1284년 하멜른에서 발생한 130명의 아이들이 실종된 사건을 동화화한 것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독일 판타지의 거장 볼프강 홀바인은 이 사건을 현대에까지 이어 주었다. 『13써틴』은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와 13이라는 숫자로 이루어졌다고 해도 될 듯하다. 13이라는 숫자에 담겨있는 불길함은 기독교 국가들이 대체로 가지고 있는 근원 없는 공포감으로 비롯된다. 그래서 많은 공포 소설이나 영화에서 13이라는 숫자와 13일의 금요일을 소재로 삼기도 한다. 『13써틴』역시 제목에서부터 알 수 없는 공포심을 불러 일으켰다.

 『13써틴』은 13살 소녀 써틴이 주인공이다.

 써틴의 이름은 안나 마리아이지만 아무도 그 이름으로 그녀를 부르지 않는다. 그녀 역시 써틴으로 불리는데 더 익숙하다. 써틴은 이름뿐만 아니라 삶이 13이라는 숫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태어난 날도 13일의 금요일, 13시 13분 13초이니 말이다. 엄마랑 단 둘이 살던 써틴이 엄마의 죽음으로 인해 독일의 할아버지를 찾아가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써틴은 독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부터 알 수 없는 남자로부터 죽음의 위협을 받는다. 써틴을 향한 알 수 없는 분노와 증오심을 내뿜는 생면부지의 남자로부터 써틴은 큰 공포를 경험한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어린 소녀에 불과한 써틴의 생명을 건 역경이 쭉 계속 된다. 현실인지 환상인지 스스로도 구분되지 않는 혼란한 상태로 오래된 전설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단 하나뿐인 혈육인 할아버지를 만나지만 그 기쁨도 잠시 할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집으로 인해 써틴은 더욱 혼란스럽기만 하다. 이제 곧 13살이 되는 써틴은 어쩔 수 없이 사건 속으로 끌려 들어가지만 사실은 그녀의 운명이 그렇게 되도록 그녀를 부르고 있다. 우연이  아니라 그렇게 되어야만 하는 필연으로 써틴은 오래된 저주를 끝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동화와 호러가 가미된 판타지’라고 했다.『13써틴』은 어릴 때 읽어본 친숙한 동화를 성인이 된 현재에 다시 보는 재미를 준다. 게다가 알 수 없는 공포심이 스멀스멀 생기는 것도 느낄 수 있다. 실체가 드러나지 않는 공포의 대상은 언제나 등골을 오싹하게 하는 재주가 있다. 써틴이 싸워야 할 대상이 사람이 아니라 무엇이라 이름 지어도 상관없는 ‘그것’이기에 소설은 더욱 독자를 끌어들이는 것 같다. 무엇이라 특성화 할 수 없는 악의 근원, ‘그것’과 맞서는 어린 소녀의 이야기는 판타지의 소재로 손색이 없는 듯하다. 그리고 장장 700장에 달하는 내용이지만 작가의 섬세하고 세밀한 구성과 묘사로 어느 한 부분 지루한 곳이 없었으니 작가의 명성이 헛되이 퍼진 것은 아니었다. 동화를 모티브로 삼은 이야기, 그래서 결과를 쉽게 유추하는 과오를 범할 수 있는 이야기, 하지만 구성은 완전히 다른 판타지, 판타지가 아니면 어떻게 그 전설을 설명할 수 있겠는가? 영혼들이 사는 그 집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독특한 판타지였다. 볼프강 홀바인의 판타지 세계를 경험하고 나니 그의 다른 책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결혼하고 싶어
야마모토 후미오 지음, 김미영 옮김 / 창해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야마모토 후미오의 에세이 『결혼하고 싶어』는 결혼에 대해 작가의 솔직한 견해를 담은 책이다. 작가 자신이 일찍 10대 때부터 맹목적으로 결혼을 하고 싶어 했고, 그 후 25살에 그 뜻을 이루었다. 하지만 행복만 가득하고 자신을 몽땅 바칠 수 있다고 생각한 결혼이라는 것이 실은 녹녹치 않음을 몸서 느끼고 이혼을 했다. 그런 저자가 서른일곱의 나이에 ‘결혼’에 대해 직접화법으로 이야기한다. 저자 자신이 여성이고 경험으로 여성의 심리를 잘 알기에 주로 여성이 결혼이나 연애에 대해 가지고 있는 여러 생각들을 말한다. 20대 여성이 결혼에 대해 생각하는 점과 30대 여성이 생각하는 점의 차이, 결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과 독신으로 혼자 살기를 원하는 사람들의 심리, 연애가 체질인 사람과 연애가 체질이 아닌 사람들이 사람을 만나고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차이점을 솔직한 글로 써내려갔다. 또, 결혼 후의 각종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식도 다뤘다.

 제목만 봤을 때는 결혼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 아닐까 했다. 왜냐면 결혼이 하고 싶으니깐 말이다. 하지만 이 에세이는 결혼을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보지 않는 중립을 지킨다고나 할까? 작가가 생각하는 결혼은 한번 결혼에 실패했다고 해서 두 번 다시 결혼하지 않겠다는 뜻은 없음을 말함으로써 아직 결혼으로 이룰 수 있는 행복과 그 무언가에(구체적으로 꼭 집어 말할 수는 없다)미련이 있음을 여러 차례 말한다. 즉, 결혼이 하고 싶기는 하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30대의 안정된 삶이 만들어 낸 욕심일지는 모르지만 결혼은 하고 싶으나 그로 인해 현재의 안전하고 포근한 나만의 울타리를 버릴 마음까지는 내키지 않는다는 말이다. 결과적으로 작가는 이 에세이를 내고 2년 후 갑작스레 재혼을 했다. 자신이 이룬 지붕을 모두 버리고 결혼을 선택한 것 같지는 않지만 적어도 결혼을 다시 할 만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독신여성으로 한 평생 혼자 살아가는 것을 두렵게 느낀 작가가 평생을 함께할 좋은 남편을 만난 것은 다행이다.

 『결혼하고 싶어』에 나오는 각가지 사례들과 저자의 생각이 현재의 우리나라의 결혼관이나 연애관과 전부 일치하진 않는다. 읽으면서도 우리 정서에 맞지 않는 내용이 적잖이 있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고민하는 결혼이라는 주제와 여성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어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저자의 견해 중에 ‘결혼을 하는 것’과 ‘혼자서 살아갈 각오를 하는 것’에 대해 말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또한 혼자서 살아갈 각오를 다지는 것이 결혼하지 않고 평생을 혼자 산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말이다. 사람의 일생에 어떤 일이 생길 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자신의 미래에 구체적인 대책을 세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결혼하지 않고 혼자서 살아야한다면 스스로 자신의 지붕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이 말은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말은 아닌 듯하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삶을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 다만 기혼자들은 자신의 배우자와 가족과 함께 그 일을 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결혼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당연한 수순처럼 한 결혼이라 생각했지만 그것이 아닌 것 같다. 결혼 후 짧지만 함께 해온 시간이 하나 버릴게 없이 소중해서도 아니다. 다만 함께 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결혼을 할까 말까 고민하는 사람이 있으면 내가 항상 하는 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한다면 결혼을 하는 것이 옳은 선택이 아닐런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세키 선생의 사건일지 미스터리 야! 5
야나기 코지 지음, 안소현 옮김 / 들녘 / 200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세키 선생의 사건일지』는 겉표지의 그림과 제목을 보면 탐정추리소설을 연상하게 한다. 완전 아닌 것은 아니지만 기대했던 내용은 아니었다. 『소세키 선생의 사건일지』의 저자 야나기 코지는 일본의 대 문호 나쓰메 소세키를 존경하여 그의 데뷔작이자 대표작인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재해석해서 이 책을 완성했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고양이가 화자라고 한다. 거만한 고양이가 인간 군상들을 비판하고 풍자하는 소설이라고 한다. 백년 전에 일본의 시대상을 잘 다룬 소설이며 이 소설을 바탕으로 쓰여 진 『소세키 선생의 사건일지』 또한 메이지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여기에는 고양이가 직접 말하지 않는다. 대신 구샤미 선생 댁에 더부살이 하는 중학생 소년 ‘나’가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화자이다.

 이 소설을 재미있게 읽고 이해하려면 배경이 되는 일본의 메이지 시대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한다. 메이지 유신은 일본이 쇄국정책에 막을 내리고 서양문물의 필요성에 따라 근대화 운동을 한 것이다. 전통과 새로운 문물사이에서 많은 사람들이 혼란기를 겪었다. 대내적으로는 근대화의 바람으로 자본주의와 공업화로 인해 빈부격차와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했고, 대외적으로는 대륙침략을 위한 전쟁이 수행되어 있었다. 이러한 과도기의 지식인이었던 소세키 선생이 지식인으로서 사회문제를 제대로 이끌지 못한 지식인들을 고양이의 입을 통해 날카롭게 풍자한 소설이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이며 이 소설을 바탕으로 쓰여 진 『소세키 선생의 사건일지』또한 이러한 시대상의 연장이다. 그래서인지 소설에 등장하는 지식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괴짜에 이기적이고 관심의 대상이 오직 본인밖에 없는 이들이다. 이들 속에 정상인이라 부를 수 있는 소년이 이들을 관찰한다.

 소설은 6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이야기의 화자인 소년이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연결이 되지 않는 일상이 사건들을 탐정처럼 정리해서 사건을 풀어나가는 방식이다. 사실 구샤미 선생이나 그의 친구 메이테이나, 그의 제자 간게쓰 등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정상인인 사람들은 그들이 지식인이 아니라 광대로 여겨질 만큼 엉뚱하고 제멋대로인 것을 느낄 것이다. 이러한 인물들을 통해 소세키 선생처럼 저자도 지식인들을 여전히 풍자하고 있는 듯 하다. 등장인물들이 접하는 사건들은 하나같이 일상의 생활 속에서 있음직한 일들이고 큰 사건도 아니지만 저자가 풀어하는 이야기에 빠져들면 재밌고 극적인 내용으로 바뀐다. 저자의 말처럼 읽고 나면 전체적인 개요만 남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스스로 지식인이라 자부하는 인물들이 자신만의 세계로 대화를 나누는 방식 자체가 엉뚱하고 재미있었다. 대화가 아니라 혼자 떠드는 것인지도 모를 이야기를 주저리 하는 방식이다. 이 속에서 화자인 ‘나’는 서생이라는 이유로 모든 궂은일을 도맡아 하며 사건정리까지 하니 안쓰럽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이 시대에 근대화를 추진하면서 전통과 서구의 대립이 존재했고, 사회적 혼란기에서 헤매는 지식인들을 다룬 소설이 제법 있다. 『소세키 선생의 사건일지』를 보면서 우리나라와 연관도 지어보며 일본의 시대상도 엿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나쓰메 소세키선생의 소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살짝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 15잔
김리나.차광호.박지인.남지우 지음 / 지상사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자신의 일에 열중하여 깊게 파고드는 사람들의 모습에서는 빛이 난다. 여기 몸에 빛을 발산하는 15인(人)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 15잔』에는 ‘커피’에 맹목적으로 빠져들어 그 매력에 푹 젖어 사는 15인의 커피와 함께 한 인생 이야기가 담겨 있다. 모두 제각각 커피와 인연을 맺은 사연은 다르지만 커피 하나에 인생의 전부를 걸고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자신이 만족하는 커피를 만들기 위해서, 타인이 만족하는 커피를 서브하기 위해 이들이 바친 시간은 그동안 쌓여 세월이 되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내가 알고 있던 ‘커피’와 이 책을 읽고 난 후 내가 알게 된 ‘커피’는 완전 다른 것이었다. 커피와는 이 책으로 인연을 맺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커피의 새로운 부분이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처음에는 커피를 잘 마시지 못했다. 심장이 쿵쿵 뛰는 반응이 와서 내게 맞지 않는듯했다. 그러나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당연히 흔히 마시는 음료가 바로 커피가 되어버렸다. 커서 원두커피를 맛보게 되었고 그때부터 연하게 원두커피를 내려마셨다. 그땐 일종의 겉멋이었다. 커피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은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커피매장의 직원이 권하는 원두를 갈아 와서 커피 메이커에 내려 마신게 전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피 맛을 아는 듯 굴었던 것 같다. 결혼 후 한동안 커피를 마시지 못했다. 요즘 다시 커피를 마시는데 시중에 파는 믹스 커피 맛에 길들여지고 있다. 집에는 구석에 박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드립퍼와 추출도구들이 있다. 그리고 이제 향을 다 잃어버려 못쓰게 된 원두가 있다. 핸드드립의 매력에 빠져 의욕만 앞서 구입한 것들이다. 제대로 제역할 한번 하지 못하고 잊혀진  물건들이 이 책을 통해 갑자기 떠오른다. 나는 커피에 대해서는 전혀 무지한 사람이었구나 싶었다. 커피란 단지 기호식품으로 공장에서 나오는 기성품처럼 여기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커피는 생두를 볶을 때부터 제각각 특성을 지닌 장인들이 만들어 낸 명품인 것이다. 매일 커피의 맛이 생각나고 그래서 마시고 싶다.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싶다. 여건이 안 되고 노력을 하지 않아 믹스 커피를 마실지라도 내 입맛에 맞게 농도 조절을 하니 나름 나만의 커피 맛이 있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 아마도 직접 커피를 만들어 먹고 싶은 마음을 가지게 될 듯하다. 그리고 어떤 커피가 진짜 맛있는 커피인지 여기 15인의 커피를 마셔보고 싶다는 마음도 품게 될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 15잔』은 맛있는 커피는 어떤 것이라고 단정 지어 나와 있지 않는다. 단지 맛있는 커피를 만들기 위해 매일 새로운 도전을 하는 15인을 통해 진정한 커피의 맛은 그 커피를 볶는 사람들의 열정과 정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음을 알려 줄 뿐이다. 커피와 함께 한 인생을 산 이들이 부럽다. 커피에 빠질 수 있었던 것도 커피와 동고동락한 것도 무엇보다 커피를 사랑한 점이 부럽다. 사랑하는 연인처럼 안보면 보고 싶고 궁금한 것도 많아서 매일을 커피와 함께 한 이들은 사랑하는 것과 함께해서 그 인생이 풍성했을 것이라 그 점이 가장 부럽다.

 커피에 대한 새로운 인식뿐만 아니라 인생에 대한 충고도 담겨 있는 책이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 자신의 기를 담아 내오는 커피 15잔을 마셔보고 그 속에 담긴 그들의 인생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