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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세키 선생의 사건일지 ㅣ 미스터리 야! 5
야나기 코지 지음, 안소현 옮김 / 들녘 / 2009년 8월
평점 :
『소세키 선생의 사건일지』는 겉표지의 그림과 제목을 보면 탐정추리소설을 연상하게 한다. 완전 아닌 것은 아니지만 기대했던 내용은 아니었다. 『소세키 선생의 사건일지』의 저자 야나기 코지는 일본의 대 문호 나쓰메 소세키를 존경하여 그의 데뷔작이자 대표작인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재해석해서 이 책을 완성했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고양이가 화자라고 한다. 거만한 고양이가 인간 군상들을 비판하고 풍자하는 소설이라고 한다. 백년 전에 일본의 시대상을 잘 다룬 소설이며 이 소설을 바탕으로 쓰여 진 『소세키 선생의 사건일지』 또한 메이지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여기에는 고양이가 직접 말하지 않는다. 대신 구샤미 선생 댁에 더부살이 하는 중학생 소년 ‘나’가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화자이다.
이 소설을 재미있게 읽고 이해하려면 배경이 되는 일본의 메이지 시대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한다. 메이지 유신은 일본이 쇄국정책에 막을 내리고 서양문물의 필요성에 따라 근대화 운동을 한 것이다. 전통과 새로운 문물사이에서 많은 사람들이 혼란기를 겪었다. 대내적으로는 근대화의 바람으로 자본주의와 공업화로 인해 빈부격차와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했고, 대외적으로는 대륙침략을 위한 전쟁이 수행되어 있었다. 이러한 과도기의 지식인이었던 소세키 선생이 지식인으로서 사회문제를 제대로 이끌지 못한 지식인들을 고양이의 입을 통해 날카롭게 풍자한 소설이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이며 이 소설을 바탕으로 쓰여 진 『소세키 선생의 사건일지』또한 이러한 시대상의 연장이다. 그래서인지 소설에 등장하는 지식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괴짜에 이기적이고 관심의 대상이 오직 본인밖에 없는 이들이다. 이들 속에 정상인이라 부를 수 있는 소년이 이들을 관찰한다.
소설은 6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이야기의 화자인 소년이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연결이 되지 않는 일상이 사건들을 탐정처럼 정리해서 사건을 풀어나가는 방식이다. 사실 구샤미 선생이나 그의 친구 메이테이나, 그의 제자 간게쓰 등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정상인인 사람들은 그들이 지식인이 아니라 광대로 여겨질 만큼 엉뚱하고 제멋대로인 것을 느낄 것이다. 이러한 인물들을 통해 소세키 선생처럼 저자도 지식인들을 여전히 풍자하고 있는 듯 하다. 등장인물들이 접하는 사건들은 하나같이 일상의 생활 속에서 있음직한 일들이고 큰 사건도 아니지만 저자가 풀어하는 이야기에 빠져들면 재밌고 극적인 내용으로 바뀐다. 저자의 말처럼 읽고 나면 전체적인 개요만 남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스스로 지식인이라 자부하는 인물들이 자신만의 세계로 대화를 나누는 방식 자체가 엉뚱하고 재미있었다. 대화가 아니라 혼자 떠드는 것인지도 모를 이야기를 주저리 하는 방식이다. 이 속에서 화자인 ‘나’는 서생이라는 이유로 모든 궂은일을 도맡아 하며 사건정리까지 하니 안쓰럽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이 시대에 근대화를 추진하면서 전통과 서구의 대립이 존재했고, 사회적 혼란기에서 헤매는 지식인들을 다룬 소설이 제법 있다. 『소세키 선생의 사건일지』를 보면서 우리나라와 연관도 지어보며 일본의 시대상도 엿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나쓰메 소세키선생의 소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살짝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