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써틴
볼프강 홀바인.하이케 홀바인 지음, 이병서 옮김 / 예담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오래된 전설은 모두 사실이다.”

 『13써틴』은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를 토대로 탄생한 이야기다. 이 책을 접하면서 단순한 동화라고 생각했던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가 실제로 1284년 하멜른에서 발생한 130명의 아이들이 실종된 사건을 동화화한 것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독일 판타지의 거장 볼프강 홀바인은 이 사건을 현대에까지 이어 주었다. 『13써틴』은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와 13이라는 숫자로 이루어졌다고 해도 될 듯하다. 13이라는 숫자에 담겨있는 불길함은 기독교 국가들이 대체로 가지고 있는 근원 없는 공포감으로 비롯된다. 그래서 많은 공포 소설이나 영화에서 13이라는 숫자와 13일의 금요일을 소재로 삼기도 한다. 『13써틴』역시 제목에서부터 알 수 없는 공포심을 불러 일으켰다.

 『13써틴』은 13살 소녀 써틴이 주인공이다.

 써틴의 이름은 안나 마리아이지만 아무도 그 이름으로 그녀를 부르지 않는다. 그녀 역시 써틴으로 불리는데 더 익숙하다. 써틴은 이름뿐만 아니라 삶이 13이라는 숫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태어난 날도 13일의 금요일, 13시 13분 13초이니 말이다. 엄마랑 단 둘이 살던 써틴이 엄마의 죽음으로 인해 독일의 할아버지를 찾아가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써틴은 독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부터 알 수 없는 남자로부터 죽음의 위협을 받는다. 써틴을 향한 알 수 없는 분노와 증오심을 내뿜는 생면부지의 남자로부터 써틴은 큰 공포를 경험한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어린 소녀에 불과한 써틴의 생명을 건 역경이 쭉 계속 된다. 현실인지 환상인지 스스로도 구분되지 않는 혼란한 상태로 오래된 전설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단 하나뿐인 혈육인 할아버지를 만나지만 그 기쁨도 잠시 할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집으로 인해 써틴은 더욱 혼란스럽기만 하다. 이제 곧 13살이 되는 써틴은 어쩔 수 없이 사건 속으로 끌려 들어가지만 사실은 그녀의 운명이 그렇게 되도록 그녀를 부르고 있다. 우연이  아니라 그렇게 되어야만 하는 필연으로 써틴은 오래된 저주를 끝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동화와 호러가 가미된 판타지’라고 했다.『13써틴』은 어릴 때 읽어본 친숙한 동화를 성인이 된 현재에 다시 보는 재미를 준다. 게다가 알 수 없는 공포심이 스멀스멀 생기는 것도 느낄 수 있다. 실체가 드러나지 않는 공포의 대상은 언제나 등골을 오싹하게 하는 재주가 있다. 써틴이 싸워야 할 대상이 사람이 아니라 무엇이라 이름 지어도 상관없는 ‘그것’이기에 소설은 더욱 독자를 끌어들이는 것 같다. 무엇이라 특성화 할 수 없는 악의 근원, ‘그것’과 맞서는 어린 소녀의 이야기는 판타지의 소재로 손색이 없는 듯하다. 그리고 장장 700장에 달하는 내용이지만 작가의 섬세하고 세밀한 구성과 묘사로 어느 한 부분 지루한 곳이 없었으니 작가의 명성이 헛되이 퍼진 것은 아니었다. 동화를 모티브로 삼은 이야기, 그래서 결과를 쉽게 유추하는 과오를 범할 수 있는 이야기, 하지만 구성은 완전히 다른 판타지, 판타지가 아니면 어떻게 그 전설을 설명할 수 있겠는가? 영혼들이 사는 그 집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독특한 판타지였다. 볼프강 홀바인의 판타지 세계를 경험하고 나니 그의 다른 책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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