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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고 싶어
야마모토 후미오 지음, 김미영 옮김 / 창해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야마모토 후미오의 에세이 『결혼하고 싶어』는 결혼에 대해 작가의 솔직한 견해를 담은 책이다. 작가 자신이 일찍 10대 때부터 맹목적으로 결혼을 하고 싶어 했고, 그 후 25살에 그 뜻을 이루었다. 하지만 행복만 가득하고 자신을 몽땅 바칠 수 있다고 생각한 결혼이라는 것이 실은 녹녹치 않음을 몸서 느끼고 이혼을 했다. 그런 저자가 서른일곱의 나이에 ‘결혼’에 대해 직접화법으로 이야기한다. 저자 자신이 여성이고 경험으로 여성의 심리를 잘 알기에 주로 여성이 결혼이나 연애에 대해 가지고 있는 여러 생각들을 말한다. 20대 여성이 결혼에 대해 생각하는 점과 30대 여성이 생각하는 점의 차이, 결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과 독신으로 혼자 살기를 원하는 사람들의 심리, 연애가 체질인 사람과 연애가 체질이 아닌 사람들이 사람을 만나고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차이점을 솔직한 글로 써내려갔다. 또, 결혼 후의 각종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식도 다뤘다.
제목만 봤을 때는 결혼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 아닐까 했다. 왜냐면 결혼이 하고 싶으니깐 말이다. 하지만 이 에세이는 결혼을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보지 않는 중립을 지킨다고나 할까? 작가가 생각하는 결혼은 한번 결혼에 실패했다고 해서 두 번 다시 결혼하지 않겠다는 뜻은 없음을 말함으로써 아직 결혼으로 이룰 수 있는 행복과 그 무언가에(구체적으로 꼭 집어 말할 수는 없다)미련이 있음을 여러 차례 말한다. 즉, 결혼이 하고 싶기는 하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30대의 안정된 삶이 만들어 낸 욕심일지는 모르지만 결혼은 하고 싶으나 그로 인해 현재의 안전하고 포근한 나만의 울타리를 버릴 마음까지는 내키지 않는다는 말이다. 결과적으로 작가는 이 에세이를 내고 2년 후 갑작스레 재혼을 했다. 자신이 이룬 지붕을 모두 버리고 결혼을 선택한 것 같지는 않지만 적어도 결혼을 다시 할 만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독신여성으로 한 평생 혼자 살아가는 것을 두렵게 느낀 작가가 평생을 함께할 좋은 남편을 만난 것은 다행이다.
『결혼하고 싶어』에 나오는 각가지 사례들과 저자의 생각이 현재의 우리나라의 결혼관이나 연애관과 전부 일치하진 않는다. 읽으면서도 우리 정서에 맞지 않는 내용이 적잖이 있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고민하는 결혼이라는 주제와 여성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어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저자의 견해 중에 ‘결혼을 하는 것’과 ‘혼자서 살아갈 각오를 하는 것’에 대해 말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또한 혼자서 살아갈 각오를 다지는 것이 결혼하지 않고 평생을 혼자 산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말이다. 사람의 일생에 어떤 일이 생길 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자신의 미래에 구체적인 대책을 세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결혼하지 않고 혼자서 살아야한다면 스스로 자신의 지붕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이 말은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말은 아닌 듯하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삶을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 다만 기혼자들은 자신의 배우자와 가족과 함께 그 일을 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결혼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당연한 수순처럼 한 결혼이라 생각했지만 그것이 아닌 것 같다. 결혼 후 짧지만 함께 해온 시간이 하나 버릴게 없이 소중해서도 아니다. 다만 함께 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결혼을 할까 말까 고민하는 사람이 있으면 내가 항상 하는 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한다면 결혼을 하는 것이 옳은 선택이 아닐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