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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 시간을 초월해 나를 만나다
기타무라 가오루 지음, 고주영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기타무라 가오루라는 작가의 세가지 이야기 중 마지막이야기라고 한다.
스킵, 턴 다음으로 리셋.
난 앞의 두 책을 접해 보지 못하고 바로 이 책, 리셋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이 책 읽기 전에 읽은 일본 소설이 나에게는 꽤나 유쾌하고 책장이 술술 넘어가던 책이여서 어쩌면 이 책에 대한 나의 마음도 살짝 풀어져있음을 느끼며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전쟁 그리고 사랑.
사실 역사에 대해 무지하지만 일본사람들이 보는 전쟁이란 어떨지 상상조차 해보지 못했다. 그런점이 나에게는 오히려 배워간다는 생각이 들었고 새로운 시각에 대한 흥미로움에 빠져 더욱 깊게 읽어갈 수 있었다. 환생에 대한 일본 소설이나 영화는 본 적이 있어서 그리 신선한 소재는 아니였지만 일본인이 보는 전쟁은 정말 신선한 충격이였다. 막상 전쟁을 일으킨 사람이 아닌 시선에서 전쟁을 받아들이는 모습과 그 어린 소녀, 소년이 겪었을 그 두려움. 막연한 희망은 내 감성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켰다. 전쟁은 슈이치와 마스미의 순수한 사랑이 더욱 투명하게 빛날 수 있도록 하는 하나의 중요한 장치가 되어 있었다. 우리 대한민국의 입장에서는 전쟁을 일으킨 쪽이 아니라 피해자의 입장이고 일본은 직접 일으킨 장본인이자 피해자이기도 하다. 나 또한 전쟁이라는 것은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직접 경험 해보지 않는 이상 어찌 가타부타 말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그리고 난 또 한편의 영화를 생각해 보았다. 동감을 느끼진 못했지만 가슴이 먹먹함을 오랫동안 느껴 세번이나 영화관에서 보았던 태극기 휘날리며. 이 영화 또한 전쟁을 배경으로 하였다. 비록 형제애라는 다른 소재를 택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 책에서도 유코의 자살부분에서 유난히 태극기 휘날리며가 떠올랐다. 그 연관성에 대해 논리적으로 얘기할 순 없지만 내 마음이 그렇다고 소리치고 있었으니....
우리 할아버지도 한국전쟁때 돌아가셨다. 내가 태어나기전 우리 아빠가 아기일때 돌아가셔서 사진으로만 봐왔었지만 태극기 휘날리며 영화를 보며 그리고 이 책 리셋을 보며 또 한사람 바로 우리 할아버지가 떠올랐다. 역시 사람의 상상력이란 무궁무진한가 보다 이 일본 소설책 한권으로 인해 영화 그리고 내 할아버지까지 이르도록 만드니 말이다.
환생 그리고 마지막.
그리고 환생이라는 약간은 진부한 소재임에도 마지막에 일어나는 약간의 생각치 못했던 결과는 나에게 찡함을 안겨주었다. 어찌도 이리 일본 사람들은 상상력이 풍부한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난 전생과 후생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해보았지만 환생에 대해서는 아직은 만화같은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인지 감동이 덜한 부분도 적잖이 있었지만 그저 끝나버리지 않고 마지막까지 내 마음을 움켜쥐고 흔드는 것은 역시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투명했다. 어쩌면 전쟁이라는 배경이 그들의 사랑을 더욱 투명하게 만들었다.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 신선한 다른 시각도 느끼게 되었고 전쟁의 두려움을 더욱 각인시키게 된 경험이 되었다. 그리고 또 내 가슴속에 한국사 그리고 세계사 공부에 대한 열의가 불타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