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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길을 잃어버린 사람들
김영미.김홍길 지음 / 북하우스 / 2007년 3월
평점 :
평소엔 한없이 인자해보이는 나는 불의 앞에서 상당히 저돌적으로 변한다. 흔히 말하는 다혈질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얼마나 놀라고 갑갑하고 울분이 터졌던지 내려야 할 지하철역을 두코스나 지난 뒤까지 손에서 책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사실 이 동원호 나포 사건에 대해 처음에 뉴스에 몇번 내비쳤을 뿐 구체적인 방안이나 해결점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난 당연히 다 마무리 된 것인줄 알았다. 아무래도 선박관련업에 몸을 담고 있다보니 선박 이야기만 나오면 밥을 먹다가도 뛰어간다. 그런데 이 사건의 진상을 알고 나서는 그 놀라움과 답답한 대처에 한숨뿐이 나오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참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데도 국가라고 애국해야하며 회사라고 최선을 다해야하는 것 인가 하는 한탄과 함께 말이다. 이런 선박 납치사건과 함께 잊을 만하면 불거져 나오는 모건설기업 직원 납치사건. 그 타지에서 고생하는 것만해도 마음이 아픈데 가족들은 얼마나 애가 타겠냐며 텔레비전을 보던 기억이 난다. 바로 얼마전에도 간부급이 납치가 되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무엇이 문제인가?
결국 이 책의 저자 김영미 피디는 여자의 몸으로 홀홀단신 소말리아에 찾아간다. 그래서 결국 동원호 취재를 해오게 된다. 개인이, 그것도 여자도 취재를 하러 목숨을 걸고 가는데 연관되어 있는 이들은 무엇을 했단 말인가? 미적거리는 대처와 답답한 협상은 결국 117일을 끌었고 그 곳에서 선원들은 지옥같은 하루하루를 고국에 두고 온 가족들을 생각하며 버텨냈을 것이다. 김영미 피디도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피 한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말이다.
용기
김영미 피디의 그곳까지 취재를 간 용기. 그리고 이 책을 만들 수 있게 도와준 선원의 용기. 해적과 대치한 상황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용기. 그들의 용기가 있었기에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나도 피 한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그들이 무사히 귀국했다는 뉴스 보도에 눈물을 글썽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었다.
그 황망하고 폭력이 난무하는 곳에서도 해맑게 웃는 소녀들의 사진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누가 그렇게 만든것인가? 몇달전 읽었던 평화는 나의 여행이라는 책이 떠올랐다. 전쟁은 누구도 원치 않는 상황이다. 소말리아가 위험해지고 해적들이 왜 생기게 되었는지 우리는 깊이 생각해보아야 할것이다. 다큐멘터리 책은 이번이 처음이였는데도 전혀 거부감없이 잘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을 계기로 예전부터 마음에 두고 있었던 여러분 이 뉴스를 어떻게 전해 드려야 할까요 라는 책도 한번 읽어보고 싶다. 두번다시 이런일 반복되지 않기를 지금이라도 뼈져리게 느끼기를 다시 한번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