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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꾸와 오라이 - 황대권의 우리말 속 일본말 여행
황대권 글.그림 / 시골생활(도솔)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무심결에 책 제목을 봤을때는 무슨 말인지 도통 알수가 없었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웃음이 살짝 나온다. 사용은 거의 안하지만 어떤 뜻인지 알수는 있었다. 부모님들 세대에서 사용하는 것을 흔히 봐왔기때문이다. 호탕하면서도 인자해보이는 작가의 프로필 사진을 보고는 야생초 편지를 읽지 못함이 아쉬워졌다. 꼭 읽어봐야지 하면서 위시리스트에 추가 하였다. 책 커버를 열면 적혀 있는 저자의 초등학교 삼학년때의 일기에서 표시 해놓은 총 19개 일본어 중에 내가 뜻을 확실히 아는 것이 13개에 이르렀다. 특히 내 모국어임에 추어도 의심하지 않았던 말이 2개나 떡하니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 생활에 베어있는, 그것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일본어가 이렇게나 많다니. 충격반 호기심반으로 저자와 함께 우리말과 일본어 탐험에 들어갔다.
총 4장으로 이루어져있었다. 께끼와 케이크, 보루바꼬 장인, 내 일기장 속 일본말, 행당동 우리 집. 그리고 마지막에 있는 우리말 속 일본말 찾아보기 까지.
사실 외국어에 관심이 많아 강제성이 전혀없음에도 혼자서 공부하는 내가 일본어 사전을 통째로 읽어내는 작가 앞에서 부끄러울 따름이었다. 내가 도저히 알 수 없는 단어들은 작가의 귀여운 그림과 함께 이해도를 높여주고 있었다. 나이가 지긋하신 분께는 예전 그 시절의 향수를, 어린 세대에게는 호기심과 새로움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이들도 쉽게 읽을 수 있고 어른들도 어려움 없이 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특히 음식부분과 에리와 칼라와 동정을 그림으로 정확히 그려놓은 것이 내 눈길을 끌었다. 음식부분은 한번도 보지 못했던 음식이 대부분 이였지만 맛보고 싶은 욕구만은 강렬했다.
문득 명절에 시골 할머니댁에 가면 종종 할머니의 사투리를 못 알아들어 갸우뚱하던 기억이 떠올라 흐뭇하기도 하였고 한편 일본어가 우리가 외래어라는 인식을 하지 못할정도로 우리 생활에 많이 물들어 있음에 안타깝기도 하였다. 역시 일제강점기는 우리에게 많은 아픔과 많은 상처를 남긴 것 같다. 실제 겪지 못한 나도 이런 생각이 들기만 해도 마음이 이리 좋지 못한데 실제로 겪은 이들은 말로 다 하지 못할 거란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또 한번 놀란 것은 이런 책을 옥중에 써내시다니 정말 작가는 보통 분이 아니라는 생각에 들었다. 아마 야생초 편지로 더 빨리 접했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보았다.
이 책을 누구나 한번쯤은 접했으면 하는 바람을 간절히 내비쳐 본다. 일본어와 우리나라말을 한번쯤은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알고 쓰는 것과 전혀 모르고 쓰는 것은 천지차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