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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이 책과 만나는 순간 나는 정말 할말을 잃었다. 두께가 보통 사전을 능가하는 수준이였기 때문이다. 두께에 놀란 나는 대신, 책장을 넘기는 속도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래도 600페이지에 임박하는 책장을 모두 넘기기에는 실로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이야기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으로 이루어져있다. 기타무라라는 막 대학교 신입생이 된 학생과 그 주위의 친구들 네명 부잣집 아들 도리이, 엉뚱한 니시지마, 완전 퀸가 도도, 도리이의 초등학교 동창 미나미 이렇게 5명으로 이야기는 구성되어 간다. 부가적인 인물들도 있으나 분명 이 5명에서 파생된 인물들이다. 그들은 전혀 다른 색을 가진 학생들도 도리이집에서 마작을 하게 되면서 5총사 처럼 늘 같이 한다. 신기하게도 휴대폰을 도리이 한사람만 가지고 있으나 서로 아주 잘 모인다. 그리고 모두 다 제 각기의 색을 가지고 있음에도 단합을 아주 잘한다. 4계절 동안 정말 많은 사건들과 이 5총사들은 맞대면하게 된다. 역시 호기심과 용기는 그들을 위험하게도 즐겁게도 만든다. 그리고 좋아하는 남자들이 줄을 선 퀸가임에도 엉뚱하기만 한 니시지마를 좋아하는 도도 게다가 차이기까지.... 바람둥이 도리이. 도리이를 좋아해서 결국 여자친구가 되는 미나미. 그리고 이 책의 화자인 기타무라. 물론 기타무라도 여자친구가 있다. 그들의 좌충우돌 스토리가 나에게는 나의 대학교 시절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나의 대학시절
늘 붙어다니는 친구들이 있다. 물론 그 친구들을 아직도 만나고 있다. 하루 종일을 같이 다닌다. 한국의 실정상 남자들은 1년 뒤 모두 군대에 가버리고 여자들 세명만 남게 된다. 그 중 한명은 CC와 결혼을 해서 중국에서 아주 잘 살고 있다. 그리고 한명은 솔로로 아직 나와의 끊임없는 접촉을 하고 있다. 그리고........ 내 남자친구도 이 때 만났다. 그와 나는 대학교 처음 오리엔테이션 여행때 같은 방을 쓰게 된다. 하지만 친구로 서로를 챙기고 늘 복돋아 줄뿐 연인이라는 이름으로 엮어지지 못했다. 하지만 그가 군대를 다녀오고 내가 졸업을 하고 그가 편입을 하고 하면서 늘 곁에 있는 그가 어쩌면 익숙했는지도 모르겠다. 종종 난 우리 처음 만났을 때부터 사귀었으면 좋았을 걸 그치? 라는 말을 자주 한다. 하지만 또 다르게 생각하면 다행이다. 철없는 내가 무슨 실수를 저지를지 모른다. 지금 인연이 된게 다행이다.
대학때의 우리는 늘 우~ 같이 붙어다녔으며 사건을 몰고 다녔고 나름 사건의 중심에 있었다. 이 책 사막의 5총사 처럼 늘 호기심이 왕성했으며 학교에 앉아 지나가는 잘 생긴 애들을 쳐다봤으며 공강시간에 놀러 가기도 하고 수업을 빠져 먹으며 놀러 가기도 했다. 그때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하고 이쁘기도 하다. 사막을 읽는 내내 솔직히 나의 대학때가 떠올라 흐뭇하기도 하고 책 속의 5총사를 응원하기도 했다.
책을 읽으면서 나의 추억들을 하나씩 꺼내어 보는 것은 상당히 흥미롭고 재미있다. 이 종이에 쓰여진 까만 글씨들이 나로 하여금 흐뭇하게 하기도 하고 울게 만들기도 하고 가슴 졸이게 만들기도 한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대견스럽기도 하다. 그래서 내가 책을 계속 읽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