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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 - 지금 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보내고 있는 당신에게 주고 싶은 시 90편 ㅣ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 1
신현림 엮음 / 걷는나무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구나 책장에 두고 두고두고 읽는 책들이 한권쯤은 있을것이다.
나의 경우 정확히 그것이 무언인지 알 수 없지만 그래 그래도 시집을 자주 보는 것 같다.
유독 외로운 밤이 누구나 있다.
가끔 그런 밤이면 당장 내 옆에 있어주지 못하는 연인이 원망스러워지고
그래서 나는 운다.
울다가 문득 소리내며 운다.
내 엄마는 언제나 소녀보다 더 소녀답던 분이셨다.
나이를 알 수 없을만큼 동안의 얼굴에 평생을 고생을 모르셨던 분이였다.
그래서 예쁘고 흰 손을 가지고 살던 내 엄마는 내 덕에 그리고 금전적인 영향에 의해
그 예쁜 손을 버리셨다.
나는 밤이면 몰래 우는 엄마의 소리를 가끔씩 들었다.
처음으로 엄마가 운다는 걸 안 날은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유난히도 예민한 내가 비겁하게 이불속으로 숨었던 밤.
나는 처음으로 어머니도 여자라는 걸 알았다.
강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던 날 나는 울지 못했다.
그저 이불속에 들어가 숨이 턱턱 막혀왔었다.
우리 엄마와 둘이 발리의 작은 마을로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내 친구가 자리를 잡고 살 던 곳이였고 지금은 내가 사는 내 작은 집으로 함께 간 적이 있었다.
엄마가 그토록 편안하게 안면에 웃음이 가득한 걸
예쁘게 눈웃음을 만들어보여 눈가에 주름이 잡혔다는 걸 나는 그때 처음 알았다.
엄마가 정말이지 예쁘다는 사실을. 나는 그때서야 알았다.
내가 큰 잘못을 했던 날. 엄마는 나를 때렸었다.
나는 이미 다 큰 딸이였지만 엄마는 나를 처음으로 때렸다.
뺨이 푸불어 올라 파랗게 멍이 올라왔던 날 밤 엄마는 계란 두개로 밤새 내 얼굴을 문질렀다.
엄마에겐 항상 말도 안될 정도로 아픈 손가락인 나는 나쁜 딸년이였었다.
엄마는 이제 없다. 그리고 내 책장엔 엄마가 남겨둔 책들만 가득하다.
너무 오래되어 색이 누렇게 변한 수 많은 책들.
엄마가 보고 싶을때면 누워서 그 책을 가만히 쓸어낸다.
나에겐 사랑하는 이가 있지만 그래도 엄마가 없다는 슬픔이 가끔 울컥하고 올라와 외로운 밤이면
나는 엄마가 남겨둔 책들을 가만히 가만히 읽는다.
그런 내게 이젠 엄마 대신 내 엄마인 이모는 가끔씩 밤이면 전화를 건다.
"니 년은 평생 전화 한번을 안하냐?"로 시작하는 이모의 전화가 쓰려서 나는 웃고야 만다.
이모가 선물해준 책.
내 외로움을 아는 내 이모가 내게 주겠다고 가방에 옷을 두어개 빼고 비행기를 타고 온 책.
이미 내 책장에 있어 몰래 그 책을 숨겨야 했던 고마운 책이다.
사랑한다. 엄마를. 그리고 내 엄마를.
언제나 내 편인 그들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