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 신경숙 짧은 소설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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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고개를 들고 한참을 걸었다. 그 고개는 하늘을 보는 건데 생각보다 더 많이 별이 있어 깜짝 놀랐다.

한때는 서울살이를 했었다. 정확하게는 한국에 살았었다.

그땐 하늘을 보는 일이 참 드물었었는데 그래도 하늘을 보는 날은 생각보다 더 많은 별에 깜짝 놀라곤 했었다.

그런 내가 웃음이 나 한참을 웃었다.

돌아갈 곳이 없어 타국 생활을 하고 있지만 나는 괜찮다고 느낀다.

그에게 전화가 왔다.

보고싶다는 그의 목소리에 그저 그냥 당신이 너무 보고싶다는 말에 나는 이름모를 분홍꽃을 한다발사서 화병가득 두고 웃어보였다.

그에게 내가 갈께요. 하지 못하는 날들. 결국은 그가 내게 왔다.

생각보다 더 많이 힘든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직까지 그는 나를 위해 특별히 무언가를 포기해야하는 생활이 없었는데 어제 모든 것을 버리고 내게 왔다.

그런 그의 품에 안겨 아침에 눈을 뜬 난 한참을 놀랐다.

너무 놀라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 다시 한참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새근새근 너무나 잘 자는 그의 품에 머리를 비집어 넣으며 이제 다 괜찮다는 생각을 했다.

 

내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는 그. 그저 좋아합니다라고 수줍게 말하는 그에게 나는 어제 처음으로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는 환하게 웃으며 '말 안해도 알고 있어요.'라고 대답한다.

그러며 내 입술에 키스하는 그에게 '고맙습니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 말이 '사랑합니다'보다 무거워서 잘 나오지 않는다.

그저 똑같은 자세로 비스듬히 누워 같은 책을 읽을 뿐.

이제 내 책장에 더 이상 한국신간이 생기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당분간은 꼬박꼬박 씹으며 아껴 읽어야지 했는데 그가 이상한 모로코식 정찬을 만드는 동안 다 읽어내린 한권의 책.

나는 당신에게 오늘 밤 다시 꼬박꼬박 읽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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