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 이병률 여행산문집
이병률 지음 / 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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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앞 책상위에 전 재산 8만원.

나는 긴 여행에서 돌아왔다. 여행이 길다는게 불행하게 자랑거리가 아니다.

 

나는 일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나는 할 일이 없는 사람입니다.

어쩌면 한심하게 보일지도 모르는 사람입니다.

 

누군가는 그렇게 떠날수 있는 니가 부럽다고 했고 내게 결혼해서 아이가 생기는 것이 어울리지 않는 다고 했다.

나는 돌아온 이곳에 가족도 없는 하릴없이 정처없이 떠도는 사람이다.

미친거 같다는 생각도 했다.

아니 정말 미쳤는지도 모른다.

오랜만에 서점에 다녀왔다.

전 재산 8만원 중 2만원을 책이랑 차가운 아이스크림 그리고 지하철 요금으로 탕진했다.

이건 내 사치였고 여전히 여행하던 버릇이 남아 혼자 멍하니 걷기도 했다.

돌아오니 밥 사주겠다는 사람들이 조금 있어 만난 친구들은 내게 정신이 나간 사람 같다 했다.

내 눈은 멍했고 여기는 내가 있을 곳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으로 사진들을 일기장을 들척거리며 조금은 울었다.

 

돌아온지 이제 한달쯤.

아직도 내 집이 있다는 것이 고맙고 이제 차가 없다는 사실이 감사하다.

금방 내 집도 다른이가 살고 있겠지라는 맘에 집 이곳 저곳을 만져보고 토닥토닥하고 있다.

나는 가난한 중생으로 돌아와 나를 잡아주던 그의 품에서 이제 울 수 없다.

어쩌면 그건 내가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서이거나 혹은 그가 정말로 행복하길 바란다는 거짓된 맘일지 모른다.

이제 늙고 있는데 그래도 예뻤는데 이제 까칠해 진것만 같다.

 

돌아와서 그를 또 만났다.

그는 내게 행복했느냐고 지금은 어떻냐고 물었고

나는 "여행 중에 나는 행복했고 기뻤는데 이제는 아니야"라고 대답했다.

못된 나는 그에게 이제 정말 안녕하자라고 따뜻하지 못하게 앉아 주었고 돌아왔다.

또 울었을까?

작가도 나만큼 여행 중에 행복할까?

작가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이해시키고 또 이해받으며 여행했을까?

모르겠다. 나는 정말이지 모르겠다.

수 없이 많은 인연들과 우연들을 지나쳐왔다. 내게 돌아가면 지금처럼 행복하라고 이야기하던 이태리 남자는 잘있을까?

남미를 여행 중인 텍사스의 그는 잘 있을까?

나는 잘 있어. 당신들이 좋던 그래서 많이 웃던 나는 요즘 웃기보단 많이 울지만 잘 있어.

곧 바람처럼 다시 당신들과 같이 길을 떠나겠지.

그 전에 내 집이 좋은 주인을 만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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