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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돈키호테를 찾아서 - 포기하지 않으면 만나는 것들
김호연 지음 / 푸른숲 / 2025년 3월
평점 :

이 포스팅은 푸른숲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김호연 작가는 영화, 만화, 소설을 넘나드는 전천후 스토리텔러로 <망원동 브라더스>, <연적>, <고스트라이터즈>, <파우스터>, <불편한 편의점>, <나의 돈키호테> 등 다양한 작품을 발표해 왔다. 이런 그에게도 무명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나의 돈키호테를 찾아서>는 그가 2019년 9월에서 11월까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머물면서 3개월 동안 소설가 자격으로 '돈키호테'에 관한 소설을 쓴다는 조건으로 다시 소설에 매진하게 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난해 12월, 운 좋게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아들과 함께 [불편한 편의점]을 관람했다. 책도 좋았지만 오디오북으로 듣는 재미도 좋아서 연극 관람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연극의 큰 줄거리는 소설 속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도 캐릭터의 특징을 잘 살렸고, 뮤지컬 형태로 완성되어 극의 재미를 한층 더 높여주어 지금도 재밌는 작품으로 기억하고 있다.
<불편한 편의점>은 180만 부 이상 판매된 밀리언셀러로, 김호연 작가를 대중들에게 크게 알린 작품이다. 서울 종로의 한 작은 편의점을 배경으로, 기억을 잃은 노숙인 '독고 씨'가 편의점 야간 알바로 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는데, 지난해 봤던 연극이 바로 이 작품이다. 코로나 시국에 썼다는 이 소설은 많은 것들이 제약된 상황 속에서도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이야기가 코끝을 찡하게 했었다.
p.31
황량한 갈색의 카스티야 평야에 로시난테를 탄 돈키호테가 등장한다. 그 뒤를 당나귀를 탄 산초 판사가 뒤따르고 있다. 그리고 풍차. 돈키호테의 시그니처 장면인 풍차 거인에게 돌진하는 늙은 기사의 무모한 액션이 나오면서 컷. 곧 이 오프닝 장면이 CF 촬영 중이었다는 게 밝혀지고 CF 감독인 토비 역의 아담 드라이버가 등장한다. 메타 픽션의 선구자 격인 <돈키호테>의 구조를 영화 역시 시작부터 적극 활용하고 있었다.
p.105
오늘은 글이 좀 써질까 해서 책상 앞에서 오전을 보냈으나 성과가 없었다. 아무렴, 구상이 영글지 않고 글감이 세팅되지 않은 상태로 노트북을 마주하고 앉는 건 엉덩이와 허리를 고문하는 일일뿐 나는 오늘도 책상을 벗어나 배낭을 메고 작업실을 나섰다.

<나의 돈키호테를 찾아서>에서 그는 “당신에게도 돈키호테가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막막한 현실 속에서도 꿈을 향해 꾸준히 나아갈 용기와 희망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전업 소설가로 살면서 창작에서 오는 고통과 함께 불확실한 미래의 생계를 걱정을 하던 시기에 돈키호테처럼 꿈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 책을 읽다 보니 “나는 지금 내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을 골똘히 하다 한동안 멍 때리면서 생각에 잠겼었다. 참고로, 『돈키호테』는 스페인의 작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Miguel de Cervantes)가 쓴 소설로, 서양 문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정식 제목은 『라 만차의 돈 키호테(El ingenioso hidalgo don Quijote de la Mancha)』이다.
흔히 ‘돈키호테형 인간’은 현실과는 동떨어졌지만, 고귀한 이상을 좇는 사람을 뜻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고, 때로는 ‘삶의 허무함 속에서도 믿는 바를 따르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긍정적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어렸을 때는 풍차를 거인으로 착각하고 창을 들고 무모하게 돌진하는 돈키호테를 바보 같다고 생각했었다.
p.165
시나리오가 영화가 되려면 당신의 시나리오를 살펴봐 주고 유의미한 피드백을 해줄 실력 있는 프로듀서와 제작자가 필요하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시나리오를 연출할 감독이 있어야 하고, 이러한 시나리오+감독을 보고 캐스팅에 응할 배우가 있어야 한다. 자본은, 투자자는 바로 이 조함(시나리오+감독+배우)을 보고 투자를 결정한다. 이 조합을 우리는 '패키지'라고 부른다.
p.219
글쓰기란 머릿속 생각이 가슴을 거쳐 손으로까지 내려와 종이로 옮겨지는 과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어떤 작가는 작가라고 하는데 작품으로 보여 주기보다 입으로만 들려 주기 바쁘다. 또 다른 어떤 작가는 세간에 화제작이 나오면 자기도 그런 아이디어의 작품을 수년 전에 이미 구상했다며 줄거리를 술술 읊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작가는 현업 작가라고 보기 어렵다. 그는 머릿속 생각이 손과 가슴은커녕 목구멍까지 내려오기도 전에 입으로 다 빠져나가 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가 더 들어 철이 들고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이 되어 보니, 돈키호테처럼 무모한 도전을 해본 지가 언제인가 싶다. 아니 지금이라도 로시난테를 타고 풍차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갈 수 있을까? 책을 읽다 말고 또 여러 가지 생각과 상념에 빠진다.
그는 스페인에서 돌아와 180만 부 이상을 판매하고, 해외 25개국과 판권을 계약한 국제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소설 쓰기를 포기하려던 소설가는 어떻게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수 있었을까? 그가 스페인에서의 세 달 동안 보고 듣고 겪었던 것들은 무엇이고, 어떤 것들에서 희망을 보았을까?
12.3 계엄 사태로 탄핵이 인용되면서 현직 대통령이 파면되었다. 하지만 계엄을 주도하거나 동조했던 세력들에 대한 단죄 없이 뜬금없는 개헌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고, 현실 부정 속에 정권 재창출만 꿈꾸는 여당과 누가 대권을 쥐고 주요 보직을 차지할 것인지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야당 등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관세 폭탄을 퍼붓는 트럼프에 기후 위기, 경기 침체 속에 불확실한 미래와 생계를 걱정해야 나 같은 소시민들은 무엇에 꿈과 희망을 걸어야 할지 난감할 뿐이다. 이 책은 이러한 현실에 지치고 꿈을 포기하고 싶은 우리들에게 돈키호테처럼 꿈을 포기하지 말고 나아가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와 함께 응원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