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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성향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 타고난 성향인가, 학습된 이념인가
존 R. 히빙.케빈 B. 스미스.존 R. 알포드 지음, 김광수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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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오픈도어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지난해 12.3 내란 사태 이후, 올해 4월 4일 헌법재판소의 현직 대통령 탄핵심판 인용까지, 우리는 지난 4개월여 동안 극심한 혼란과 정치적 갈등 속에 있었다. 아물지 못한 상처 치료와 함께 썩은 부분을 과감하게 도려내야 하는데 헌재 판결 이후에도 진영 간의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거기다 트럼프 재집권 이후 관세 폭탄을 맞은 현재, 우리의 수출길은 더욱 어두워졌고, 내수 부진에 물가 상승으로 민심은 그 어느 때보다 흉흉한 상태다. 일본인은 경제동물이고, 한국인은 정치 동물이라고 표현할 만큼 한국 사람들은 정치와 관련된 이슈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정치와 관련된 어떤 사건들이 벌어지면 어떤 이유에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 정확하게 진실이 밝혀지길 원한다.
하지만 자신의 정치적 색깔과 다른 진영에서 주장하는 진실은 거짓으로 치부하거나 진실을 왜곡하기 일쑤고,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들의 거짓은 진실인 양 포장되어 마치 사실인 것처럼 행세를 한다. 이처럼 첨예하게 대립되는 정치적 성향은 어떻게 형성되는지 나 또한 궁금한 점들이 많았다. <정치 성향은 어떻게 결정되는가>는 이러한 질문에 대해 과학적이고 심층적인 분석을 제공하므로 꼭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이 책은 뇌과학, 신경과학, 유전학, 후성유전학, 진화론 등 여러 과학 분야의 연구를 통해 정치 성향의 생물학적 근거를 탐구함으로써 정치적 신념이 단순한 사회적 학습의 결과가 아니라, 생물학적 요인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은 특정 정치 성향에 치우치지 않고, 보수와 진보의 기본 특성과 그 차이의 기원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들의 분석 결과를 토대로 살펴본다면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재고하고, 타인의 견해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보수와 진보의 성향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설명한 대목이 흥미롭다. 이 책에서는 원시 사회에서 현대 사회에 이르기까지의 변화를 조명하고, 이를 통해 정치 성향의 기원이 단순한 현대적 현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부모의 정치적 성향이 진보라고 해서 자녀가 꼭 진보적인 정치 성향을 갖는 건 아니라는 점도 이 책에서 정치 성향이 유전적 요인에 의해 결정되지만, 환경적 요인에 의해 강화되거나 변형될 수 있음을 통해 알 수 있었다. 특히 일란성 쌍둥이 연구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 제시된 정치 성향의 유전적 기반에 대한 연구 결과들은 우리의 정치적 성향을 갈리는 이유에 대해 좀 더 면밀하게 근거를 제시해 준다.

현대 사회는 성별, 세대, 종교, 경제 수준 등 다양한 기준으로 사회 집단 간 혐오와 갈등이 심화된 ‘갈라치기’의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철학자 마사 누스바움은 혐오를 생물학적 방어 기제로 설명하고, 한나 아렌트는 혐오의 구조가 개인 윤리와 사회 구조 문제에 기반한다고 말한다. 특히나 보수와 진보의 갈등은 가장 깊은 분열을 낳는 축이며, 이 책은 그러한 혐오의 감정을 과학적으로 풀어내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 책에서 교육과 미디어가 정치 성향을 세뇌시킨다는 주장(음모론)은 과학적으로 근거가 부족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나는 이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미 교육과 미디어가 정치적인 선동에 크게 작용해 왔다는 것을 여러 가지 사례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프랑스의 정치 상황과 한국의 정치 상황이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인간의 정치적 행동은 ‘타고난 것’과 ‘후천적 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정치 성향은 단지 사회적 선택이 아닌, 유전과 진화적 기제의 산물이며, 이를 이해하면 타인에 대한 혐오와 갈등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새겨볼 만한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과학적 통찰을 통해 정치적 양극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 깊은 이해와 공존의 실마리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