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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에 관하여
베레나 카스트 지음, 최호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5월
평점 :

이 포스팅은 을유문화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불안은 왜 생기는 걸까? 2년 전, 새벽에 갑작스러운 가슴 통증으로 시작된 불안과 우울감은 나를 깊은 고통 속으로 몰아넣었다. 당시 여러 가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지만, 그렇게까지 심한 고통을 겪은 적은 없었다. 블로그 포스팅은 물론, 서평 쓰는 일도 한동안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불안은 나뿐만 아니라 현대인들의 일상에 깊이 스며든 감정이다. 기후 위기, 전쟁, 팬데믹, 경제 불황 등 우리 삶을 위협하는 요소들이 늘어나면서, 우리는 무기력에 빠지기 쉽고, 불안한 마음이 점점 우리를 잠식해 들어간다. 게다가 틱톡,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다양한 SNS 채널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삶과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다.
베레나 카스트는 <불안에 관하여>에서 이러한 불안의 정체를 밝혀내고, 그것이 주는 메시지를 해석하며, 우리가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저자는 오랜 시간 심리 치료사이자 융 심리학의 권위자로 활동해왔으며, 불안을 단순한 부정적 감정이 아닌 ‘우리를 보호하는 신호’라고 설명한다.
p.45
불안은 어디서 유래하는가? 불안은 근본적으로 인간이 죽을 수밖에 없는 매우 연약하고 위태로운 존재라는 사실과 관련 있는 듯하다. 그러나 우리는 불안을 느낄 뿐만 아니라 불안을 마주할 용기를 낼 수도 있다. 우리는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일 뿐만 아니라 한계 속에서도 매우 많은 것을 이루고 견디고 느끼고 바꿀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우리가 그저 불안에 내던져진 존재가 아니다.
p.137
누구든지 한 번쯤은 가스레인지가 정말로 꺼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다시 부엌으로 돌아갔던 적이 있을 것이다. 병적인 강박 현상은 보통 매우 집요하고 강력하며 자주 반복되는 양상을 띠며, 이와 결부된 기능 저하감 및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한 듯한 느낌이 특징이다.

저자는 불안이 우리가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경고이며, 무언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내면의 목소리라고 말한다. 따라서 불안을 무조건 억누르거나 회피하려 하면 오히려 더 큰 스트레스와 고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나 역시 불안을 떨쳐내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해봤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러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저 순리대로 따라가겠다고 마음먹은 뒤로, 불안감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저자가 이 책의 '신판 서문'에서도 강조했듯이, 이제 불안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 전체가 함께 겪는 감정이자, 공동체적 대응이 필요한 감정이다.
이 불안에 대처하는 첫걸음은 불안을 외면하지 않고 마주 보는 용기에 있다. 물론 이렇게 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나는 누구보다 잘 안다. 그럼에도 불안은 우리에게 변화를 요구하고, 실존적 위기를 극복할 열쇠가 될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p.242
동반자에게 관심을 덜 보이거나 심지어 무관심해지는 것은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대표적인 예이다. 친숙함은 서로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한 가지 요인이다. 서로를 더 많이 알게 됨에 따라, 또 매번 색다른 이야기만 할 수는 없으므로 자연스럽게 서로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면 불안정한 자존감 체계를 가진 사람은 이를 자신에 대한 중대한 거부로 느낄 수 있다.
p.289
뱀의 상징 같은 몇몇 상징은 불안의 집단적 상징으로 간주할 만하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 불안을 의미하는 상징이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구에겐 불안을 유발하는 것이 다른 사람에겐 약간의 불쾌감을 유불하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람에겐 쾌감을 유발할 수도 있다.

<불안에 관하여>는 꿈, 상징, 감정 등을 통해 불안을 해석하고, 실제 사례를 들어 이해를 돕는다. 이 책을 읽어보면, 우리가 불안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응시할 때, 비로소 자신의 한계를 넘어설 용기를 얻고, 진정한 자기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불안은 나쁜 것이 아니라, 삶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자, 변화의 가능성을 품은 감정이다. 또한 불안은 인간 존재의 일부이며, 이를 적절히 이해하고 수용할 때 우리는 더 건강하고 진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불안을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고 성장할 수 있는 발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