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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내가 되어가는 시간
조이연 지음 / 리프레시 / 2026년 1월
평점 :

이 포스팅은 리프레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스마트폰 스크롤 한 번이면 수십 개의 정보와 문장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스쳐 지나간 문장들이 오래 마음에 남는 일은 드물다. 너무 빠르게 소비되는 시대이다 보니 눈으로 읽는 문장은 금세 휘발되고, 우리의 뇌는 점점 더 자극적인 정보에만 반응하도록 길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속도의 시대’에 출간된 <단단한 내가 되어가는 시간>은 잠시 멈춰 서서 나를 돌아보라고 권하는 100일 필사 노트다. 이 책은 니체의 운명애(Amor Fati)부터 빅터 프랭클의 실존적 태도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삶을 지탱해 온 철학적 문장 100개를 엄선해 담았다.
하지만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좋은 문장을 모아 놓았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독자가 직접 펜을 들고 종이 위에 문장을 옮겨 적는 ‘필사(Transcription)’를 통해 사유의 속도를 자신의 호흡으로 되찾게 하는 데 있다. 저자는 “눈으로 읽는 문장은 흘러가지만, 손으로 쓴 문장은 마음에 남는다”는 말로 필사의 힘을 강조한다


구성 또한 단순하면서도 체계적이다. 하루에 한 문장씩, 100일 동안 필사 여정을 이어가도록 짜여 있으며, 문장마다 짧은 해설과 함께 독자가 자신의 생각을 적어 넣을 수 있는 넉넉한 여백이 마련되어 있다. 수록된 문장들은 자존감, 용기, 관계, 죽음, 삶의 의미 같은 묵직한 주제를 관통하며, 각기 다른 철학자의 시선을 빌려 오늘의 삶을 비춰 보게 한다.
예를 들어 빅터 프랭클의 문장은 극한의 상황에서도 인간에게 남아 있는 마지막 자유가 곧 ‘태도를 선택하는 힘’임을 상기시킨다. 이런 문장들을 따라 쓰는 과정은 단순한 베껴 쓰기를 넘어, 그 문장이 탄생한 철학적 배경과 정서를 천천히 더듬어 보는 시간이 된다.
필사는 일종의 명상과 닮아 있다고 한다. 펜 끝이 종이에 닿는 사각거리는 소리에 집중하다 보면 복잡했던 잡념이 사라지고 오직 '나'와 '문장'만이 남는 몰입의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책의 내부 구성을 살펴보면 독자가 문장을 필사한 후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여백도 충분히 제공된다.


이 여백은 단순한 빈칸이 아니다. 철학자의 문장과 독자의 현재가 만나는 작은 ‘사유의 광장’이다. “나에게 이 문장은 어떤 의미인가?”, “내 삶의 어떤 장면에서 이 지혜가 필요할까?”를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독자는 타인의 말이 아니라 자신만의 언어로 삶을 정리하게 된다.
짧은 문장을 반복해 적으며 잠시 멈춰 생각하는 이 작은 태도 변화가 100일 뒤에는 전혀 다른 삶의 방향을 만들어 낼지도 모른다. 매일 한 줄씩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쌓다 보면, 어느새 조금 더 단단해진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 책은 드라마틱한 인생 역전보다는, 일상 안에서 가능한 정직한 변화의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삶이 극적으로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문장 하나가 남긴 질문이 당신의 선택을 조금 다른 방향으로 이끌 것"이라는 책의 메시지는 그래서 더 현실적이면서 따뜻하게 다가온다. 인생의 길을 잃은 이들에게는 친절한 나침반이, 지친 이들에게는 조용한 위로가, 성장을 갈망하는 이들에게는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 줄 것이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