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환 전 시집 - 목마와 숙녀, 세월이 가면, 탄생 100주년 · 서거 70주년 기념 시집
박인환 지음 / 스타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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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스타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2026년은 한국 현대시사의 독보적인 존재로 기억되는 '모던보이' 박인환 시인이 탄생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이를 기념해 발간된 <박인환 전 시집>은 단순한 기념비적 저작을 넘어, 명동 뒷골목의 다방에서 쏟아냈던 시인의 영혼을 한데 모은 결정판이다.


"목마른 계절의 바람이 / 우리의 마음에서 흩어져 사라지기 전에 / 떠나라 저 북쪽으로"라는 절규처럼, 박인환은 전후 폐허 위에서 가장 예민한 언어로 도시의 감정을 포착했다. 이번 전집은 생전 발표했으나 기존 시집에 수록되지 못했던 작품들과 산문까지 아우르며, 그를 '목마와 숙녀'라는 단일 이미지에 가두어 두었던 우리에게 새로운 발견을 선사한다.


"밤이여 차라리 아침이 오지 않기를"이라고 노래했던 박인환. '명동백작'이라 불리며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살았지만, 그의 시어 밑바닥에는 시대의 허무와 존재론적 불안이 깊게 깔려 있다. 흥미로운 지점은 70여 년 전 그가 느꼈던 도시적 불안이, 초연결 사회를 살아가는 2026년 현대인의 소외감과 기묘하게 닮아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의 소개처럼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과 / 낡은 것에 대한 애수가 공존하는" 그의 감수성은, 빠른 변화 속에서 정체성을 잃어가는 현대인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전쟁 직후의 황폐함 속에서도 박인환은 다방과 영화관을 오가며 예술과 삶을 치열하게 고민했다. 그의 시가 시대를 넘어 생명력을 갖는 이유는, 불안을 회피하기보다 '센티멘털리즘'이라는 정직한 형식으로 그 감정을 정면으로 응시했기 때문이다.


디지털 정보가 범람하는 오늘날, 시를 읽는 행위는 사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박인환의 시는 짧은 문장 속에 응축된 사유를 통해 독자에게 멈춤의 시간을 제공한다. 이번 전집은 주제별 구성을 통해 입체적인 박인환을 보여준다.


1920년대 강원도 인제 출생부터 1950년대 명동에서의 활동, 1956년 이른 죽음에 이르기까지. 그는 단순히 낭만을 노래한 시인이 아니었다. 사회와 가족, 전쟁과 평화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며 자신만의 언어를 벼려낸 예술가였다.



특히 이번에 수록된 작품들은 박인환 문학의 지평을 넓힌다. 시 세계뿐만 아니라 영화평론과 산문까지 담긴 이 전집은, 시가 결코 현실과 동떨어진 신선놀음이 아니라 한 인간이 시대를 온몸으로 통과하며 남긴 뜨거운 혈흔임을 증명한다.


박인환의 시는 특정 세대의 전유물이 아니다. 고독을 느끼고, 사랑에 아파하며, 내일의 불안을 견뎌내는 도시인이라면 누구나 그의 독자가 될 자격이 있다. <박인환 전 시집>은 시인이 100년 전부터 예약해 둔 미래의 편지와도 같다.


그가 포착한 도시의 밤과 거리의 감각은 여전히 유효하다. AI와 효율성만이 강조되는 시대, 역설적으로 우리는 박인환이 남긴 '인간적인 슬픔'의 기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를 읽는다는 것은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나의 내면을 정직하게 들여다보는 용기를 내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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