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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글의 지성을 깨우는 필사 노트
양원근 지음 / 정민미디어 / 2025년 12월
평점 :

이 포스팅은 정민미디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말은 생각을 드러내는 얼굴이며, 글은 사유가 남긴 흔적이다.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말을 쏟아내고 다양한 문장을 소비하지만, 정작 그 언어들이 품은 의미를 진지하게 곱씹는 시간은 드물다. <말과 글의 지성을 깨우는 필사노트>는 즉각적이고 휘발성이 강한 숏폼 시대의 속도 경쟁에서 잠시 벗어나, 글을 읽고 직접 써보는 '느림의 미학'을 제안한다.
이 책은 인문학적 통찰이 담긴 고전과 명저에서 길어 올린 100개의 문장을 엄선하여 담고 있다. 화려한 수사보다는 사유의 밀도가 높은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어, 단순히 글씨를 따라 쓰는 행위를 넘어 ‘나는 어떤 언어로 세상을 마주하고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만든다.

가장 돋보이는 점은 '데일리 루틴'을 고려한 설계다. 하루 한 문장 혹은 한 단락을 차분히 옮겨 적으며 어지러운 생각을 정돈할 수 있도록 돕는다. 최근 필사의 가치를 몸소 느끼고 있는 입장에서 볼 때, 이 책은 독자가 지적 성장을 일상의 습관으로 안착시키기에 더할 나위 없는 도구다.
필사는 읽기와 쓰기를 동시에 수행하는 능동적인 행위다. 눈으로만 훑을 때 스쳐 지나갔던 단어의 질감과 문장의 리듬은 손끝을 거쳐 뇌리에 깊숙이 각인된다. 이 과정에서 흩어져 있던 집중력은 종이 위로 모이고, 무뎌졌던 언어 감각은 다시금 생생하게 살아난다. 아날로그적 기록이 주는 이러한 감각적 경험은 디지털 기기로는 대체 불가능한 영역이다.

또한, 사유를 확장시키는 '여백의 미' 역시 이 책의 강점이다. 저자의 친절한 해설을 가이드 삼아 필사를 마친 뒤, 자신의 생각을 덧붙일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이 여백은 단순한 공란이 아니라, 타인의 문장이 나의 지성과 만나 새로운 사유로 치환되는 창조적인 공간이 된다.
2026년의 문이 열린 지 어느덧 일주일이 지났다. 새해를 맞이하며 세웠던 거창한 목표들이 조금씩 흐릿해질 수 있는 시점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결심보다 ‘어떤 언어로 나를 채울 것인가’를 묻고 답하는 매일의 실천이다.
무심코 내뱉는 말과 급하게 써 내려간 글이 곧 나의 태도와 인격이 된다. 올 한 해, 말의 품격을 높이고 내면을 지성으로 채우고 싶다면 이 필사 노트를 곁에 두고 ‘가장 지적인 나’와 마주하는 시간을 가져보길 권한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