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족의 최후
송아람 지음 / 미메시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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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미메시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과거 1990년대를 풍미했던 ‘오렌지족’이 부모의 부를 바탕으로 한 압구정동 중심의 소비문화를 상징했다면, 오늘날 이에 비유되는 세대는 크게 ‘MZ세대(특히 플렉스 문화)’와 ‘뉴오렌지족’으로 불리는 이들이다. 과거 오렌지족이 주로 ‘부모의 재력’에 의존했다면, 요즘 세대는 아르바이트나 직장 생활을 통해 번 돈을 한꺼번에 쏟아붓는 ‘욜로(YOLO)’형 소비나, 코인·주식·리셀(Resell) 등으로 스스로 자산을 불린 ‘영앤리치(Young & Rich)’ 성향이 뒤섞여 있다.


송아람 작가의 <오렌지족의 최후>는 ‘오렌지족’이라는 단어를 통해 우리 모두가 지나온 미성숙한 시절을 비유한다. 누구나 마음속에 ‘지금의 내가 아닌, 더 멋진 누군가’로 살고 싶다는 욕망을 품고 현실을 부정하며 탈출을 꿈꾼다. 하지만 그런 환상이 무너지는 순간이 되어야만 비로소 진짜 자신의 얼굴을 마주하게 되는 10대의 시간을,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그려낸다. 이 책의 제목처럼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오렌지족의 최후’는 자기애와 자기 연민으로 가득 찬 10대가 현실과 충돌하며 겪는 성장통이자, 어른으로 나아가기 위한 쓰라린 입문 과정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고등학생인 주인공 오하나는 입시 경쟁과 부모의 끊임없는 간섭 속에서 답답한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미국에서 유학 중인 초등학교 동창 최준혁과 재회한다. 이를 계기로 하나는 준혁에 대한 호감과 함께 한국을 떠나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을 품게 되고, 유학을 숨 막히는 한국의 입시 현실로부터의 ‘해방’이자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다른 삶’으로의 탈출구로 상상한다.


하나는 준혁과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과 자유에 대한 갈망 끝에 우여곡절을 겪으며 캐나다 유학길에 오른다. 그러나 낯선 땅에서 하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상상했던 낭만적인 생활이 아니었다. 말 한마디 제대로 통하지 않는 불안과 관계의 균열이 쌓이며 고단한 나날이 이어진다. 타국에서의 유학은 하나가 기대했던 ‘해방구’가 아니라, 자신의 모순과 공허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공간이 되고, 그 과정에서 하나는 극단적인 생각에까지 이르며 10대의 시간 바닥까지 끌어내린다.



<오렌지족의 최후>의 관점에서 본다면, 요즘 세대가 겪는 ‘보여지는 자아’와 ‘실제 자아’ 사이의 괴리는 90년대 오렌지족이 품었던 허세와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SNS 속에서 소비되는 화려한 ‘오마카세’와 ‘호캉스’ 이미지 뒤에 숨겨진 청년 세대의 불안과 고독은, 17살의 하나가 유학이라는 허상을 좇으며 느꼈던 갈증과 본질적으로 맞닿아 있다.


이 책은 유학의 성공 여부를 말하는 작품이 아니다. 그보다는 그 시절 우리가 품었던 무모한 환상과 허세, 즉 ‘오렌지족’으로 상징되는 욕망이 현실과 부딪히며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집요하게 따라간다. 자기애와 자기혐오가 뒤섞인 혼란스러운 10대를 통과하며, 주인공 하나가 진짜 자신의 얼굴을 마주하게 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결국 시대가 변해도 “진짜 내가 아닌 모습으로 사랑받고 싶어 하는 욕망”은 세대를 관통하는 보편적인 성장통임을 이 책은 네 칸 만화의 추억을 소환하며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스토리를 통해 증명하고 있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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