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노후 불안, 일본에서 답을 찾다 -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찾은 시니어케어 비즈니스 리포트
나미선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5년 12월
평점 :

이 포스팅은 매일경제신문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2025년도 달력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한 살 더 먹는 시점이 되다 보니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이 부쩍 자주 든다. 20년 넘게 IT 현장을 취재하며 늘 '새로운 기술'에 촉각을 곤두세웠지만, 정작 내게 다가올 '50대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노후 불안'에 대한 경고음은 이미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요즘 핫이슈인 AI는 수많은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공포를 준다. 하지만 그보다 더 확실하고, 피할 수 없는 두려움은 바로 '준비되지 않은 노후'가 아닐까. 문제는 "과연 우리에게 마땅한 해결책이 있느냐"는 점이다.
<노후 불안, 일본에서 답을 찾다>는 막연한 두려움에 주저앉기보다, 정확한 데이터로 원인을 분석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보여주는 '가이드북' 같은 책이다.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의 일본 전문 애널리스트인 나미선 저자는 노후에 대해 감성적인 에세이나 추상적인 복지론을 늘어놓지 않는다. 대신 철저하게 '산업'과 '비즈니스', 그리고 '돈'의 흐름으로 초고령사회를 분석한 '노후 비즈니스 리포트'를 제시한다.
이 책은 노년의 불안을 '건강, 돈, 외로움'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정의한다. 한국보다 25년 먼저 늙어버린 일본도 처음엔 혼란을 겪었다. 가족이 모든 간병을 떠안는 '간병 지옥', 홀로 죽음을 맞이하는 '고독사'가 심각한 사회적 이슈였다.

하지만 저자는 일본은 이 위기를 '비즈니스'로 전환했다고 분석한다. 효심에만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수익을 내면서도 지속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니어 케어 비즈니스'가 그 해답이라는 것이다. 책이 제시하는 일본의 솔루션은 명확하다. 수용 시설에 격리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살던 동네에서 존엄하게 늙어가는 것'이다.
병원 대신 집에서 오래 (Aging in Place): 아프면 무조건 요양병원으로 보내지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방문 진료'와 '생활 지원'을 결합했다. 도시락 배달원이 안부를 묻고, IT 센서가 달린 침대가 건강을 체크한다. 집이 곧 병원이자 요양원이 되는 시스템이다.
평생 현역 사회: 노인을 '부양받는 짐'이 아니라 '사회적 자산'으로 본다. 치매에 걸려도 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해 주는 신탁 서비스, 시니어가 만든 물건을 중고 거래 앱으로 파는 등 '일하는 노년'을 위한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
고립 제로 사회: '이바쇼(머물 곳)'를 만드는 커뮤니티 비즈니스다. 주문을 실수해도 웃고 넘기는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이나, 주민 교류 공간은 노인의 외로움을 달래는 동시에 지역 경제를 살리는 모델이 된다.

우리나라가 일본 사회에서 벤치마킹해야 할 핵심 솔루션 세 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스마트 홈 케어'와 지역 사회의 결합이다. 일본 사례처럼 우리도 주거 공간의 혁신이 필요하다. 단순히 아파트만 짓는 게 아니라, 그 안에 IoT(사물인터넷) 센서, 낙상 감지 AI, 원격 의료 시스템을 심어야 한다. IT 강국인 한국의 기술력을 활용해 '시설'이 아닌 '우리 집'을 가장 안전한 노후 공간으로 리모델링해야 한다. 이는 건설업과 IT 업계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것이다.
둘째, 시니어의 '디지털 생산성' 강화다. 일본의 '평생 현역' 개념을 가져와야 한다. 단순히 키오스크 쓰는 법을 배우는 게 아니라, 은퇴자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재능을 팔거나 소일거리를 찾는 '디지털 일자리 교육'이 시급하다. 노인이 세금을 쓰는 존재가 아니라, 세금을 내는 생산 주체로 남을 수 있게 돕는 것이 최고의 노후 복지다.
셋째, '치매 신탁' 등 금융 안전망의 대중화다. "치매에 걸리면 내 돈은 누가 관리하지?" 이 책이 지적하는 '돈'에 대한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 일본처럼 인지 능력이 떨어지기 전에 믿을만한 금융 기관에 자산을 맡겨두고, 병원비나 생활비로 쓰게 하는 신탁 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 금융권은 단순 상품 판매를 넘어 '생애 자산 관리자'로 변모해야 한다.
저자는 묻는다. "초고령사회는 위기가 아니라 기회다. 우리는 어떤 미래에 투자할 것인가?" 누군가에게는 먼 이야기일 수 있지만, 이는 우리 부모님의 현재이자 곧 닥쳐올 나의 미래다. 일본의 사례는 우리에게 미리 보는 '답안지'와 같다. 막연한 두려움 대신, 이 변화 속에서 어떤 새로운 서비스와 기회가 생겨날지 공부하고 준비해야 할 때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