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는 외롭고 함께는 괴로운 당신에게 - 외로움과 우정, 사이의 철학
엄성우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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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21세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2025년 달력이 어느덧 마지막 장만을 남겨두고 있다. 12월이 되자마자 스마트폰 캘린더 앱은 각종 송년회와 모임 알림으로 쉴 새 없이 반짝인다. 거리는 연말 분위기를 한껏 낸 화려한 루미나리에로 물들고,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은 저마다의 무리에 섞여 건배사를 외친다.


블로그,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각종 SNS에서도 ‘함께하는 것’이 지상 최대의 미덕인 양 추앙받는 시즌이다. 하지만 이런 축제의 계절 앞에서 오히려 나는 심한 피로감을 느낀다. 혼자 조용히 책을 읽을 때의 평온함 대신, 타인들과 섞여서 웃고 있거나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 시끌벅적한 자리에서는 한시라도 빨리 그곳을 벗어나고 싶은 생각뿐이다.


취재와 비즈니스로 수많은 사람을 만나왔고, 다양한 모임과 행사에도 꾸준히 참석해 왔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설명할 수 없는 고단함’이 누적되고 있었다. 도대체 이 불편한 감정의 정체는 무엇일까?


<혼자는 외롭고 함께는 괴로운 당신에게>의 저자인 엄성우 교수는 타인을 필요로 하면서도 동시에 타인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어 하는 우리의 심리를 파고든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 칸트, 키케로 등 위대한 철학자들의 사유를 빌려 현대인이 겪는 인간관계의 딜레마를 윤리학적인 관점에서 진단한다.



저자는 우리네 인간관계를 쇼펜하우어의 ‘고슴도치 딜레마’에 비유한다. 추운 겨울, 서로의 온기가 필요해 몸을 밀착하면 가시에 찔려 아프고, 아픔을 피해 떨어지면 다시 추위에 떨게 되는 슬픈 역설 말이다. 2025년의 우리는 ‘초연결 사회’라는 미명 아래 과거 어느 때보다 더 촘촘하게 엮여 있다.


SNS와 메신저는 24시간 타인의 삶을 중계하고 있고,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실시간으로 관계망 속에 우리를 잡아 끈다. 요즘 내가 느끼는 ‘함께 있을 때의 괴로움’은 단순히 체력 저하 때문만은 아니라서 사실을 깨닫게 된다. 과잉된 관계, 그리고 사회적 가면(Persona)을 쓴 채 타인의 욕망에 맞춰야 하는 ‘감정 노동’에서 오는 소진(Burnout)이 문제의 근원이었다.


이 책은 우리가 괴로운 이유가 ‘진짜 관계’가 아닌, 사회적 필요와 체면에 의해 유지되는 ‘가짜 관계’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나아가 ‘혼자 있는 시간’에 대한 의미도 재정의를 한다. 흔히 연말연시를 혼자 보내는 것은 실패나 고립, 혹은 처량함으로 여기곤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저자는 고독이야말로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온전한 나 자신과 대면할 수 있는 창조적 시간임을 철학적 사유를 통해 역설한다.


부담스럽지만 꼭 가야 하는 모임이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불편한 자리를 피하고 집에서 책을 읽거나 조용히 음악을 들으며 지내는 시간을 갖고자 노력 중이다. 저자의 말처럼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는 단단한 자아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발적인 자신만의 고독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요즘 더 절실히 깨닫고 있다.



연말이다 보니 여기저기서 얼굴 좀 보자는 연락이 자주 온다. 휴대폰에는 1천 명이 넘는 연락처가 저장되어 있고, 20년 넘게 기자로 비즈니스맨으로 일하면서 주고받은 명함은 1만 장이 넘는다. 하지만 이 중에서 아무 때고 마음 편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 노력하지 말 것,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 것,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과 친해질 시간을 좀 더 확보할 것에 방점이 찍힌다.


<혼자는 외롭고 함께는 괴로운 당신에게>는 나처럼 관계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대며 피로를 호소하는 현대인들에게 차분한 철학적 위로를 건넨다.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고, 함께 있어도 나를 잃지 않는 균형의 지혜를 전하는 책이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다 이야기,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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