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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빌어먹을 세상엔 로큰롤 스타가 필요하다
맹비오 지음 / 인디펍 / 2025년 10월
평점 :

이 포스팅은 인디펍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세상이 이렇게까지 빌어먹을 줄은, 스무 살의 나는 몰랐다. 그 시절의 나는 기타 한 자루면 세상을 뒤집을 수 있다고 믿었고, 밴드 이름만 근사하게 지으면 인생의 탄탄대로가 열릴 줄 알았다. 강의실보다 곰팡내 나는 지하 연습실이 더 편안했고, 불투명한 미래보다 당장의 합주가 훨씬 절실했다.
<이 빌어먹을 세상엔 로큰롤 스타가 필요하다>를 펼쳐 든 순간, 오래전에 덮어두었던 질문과 다시 마주하게 됐다. 만약 내가 그때 기타를 내려놓지 않고, 끝까지 로큰롤 스타를 꿈꾸며 달려왔다면 지금의 나는 어디쯤에 서 있을까?
이 책은 단순한 ‘록 명곡 소개를 위한 가이드북’이 아니다. 서태지, 크라잉넛, 장기하와 얼굴들, 국카스텐, 실리카겔, 잔나비 등 저자는 밴드 활동 이력이 있는 화려한 이름들을 소환하지만, 관심의 초점은 그들의 ‘성공’이 아니라 ‘생존’과 ‘투쟁’에 맞춰져 있다.
저자는 말한다. 로큰롤은 음악 장르가 아니라 태도라고. 세상이 강요하는 정답지, 어쩌면 지금 시대의 알고리즘 같은 것을 찢어버리고, 다소 거칠더라도 자기만의 소리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무모한 태도 말이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대학 시절 허름한 연습실에서 앰프의 게인(Gain)을 끝까지 올리던 그 찌릿한 전율이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연주를 잘하고 싶어서라기보다, 그저 뭔가를 터뜨리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했던 시절이었다. 박자가 틀리고 튜닝이 맞지 않아도, 앰프에서 쏟아지는 강렬한 굉음 속에서는 온 세상이 내 편인 것 같았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나는 20년 넘게 IT 현장을 누벼왔다. 인터넷 혁명에서 스마트폰, 그리고 생성형 AI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기술의 변곡점을 목격하고 기록해 왔다. 지금은 마케팅을 꿈꾸며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생활을 이어가고 있지만, 마음 한구석의 허전함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이 책은 마치 오래전에 덮어두었던 낡은 기타줄을 다시 튕기는 것처럼, 가슴을 뜨겁게 달군다. 최신형 노트북 대신 낡은 일렉트릭 기타를 다시 잡고 싶어질 만큼 말이다. 복잡한 프로그래밍 코드(Code) 한 줄보다, 단순한 기타 코드(Chord) 세 개의 울림에 더 가슴 뛰던 그 시절로 되돌아간다면—성공이나 돈, 명예 따위는 뒤로한 채 뜨거운 함성과 강렬한 사운드 속으로 기꺼이 몸을 던졌을 것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밴드들의 치열한 역사를 읽으며, 세상이 참 많이 변했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은 한류의 바람을 타고 아이돌 음악이 세계를 누비고, 트로트 열풍도 여전히 뜨겁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출퇴근길에 락을 듣고, 헤비메탈의 강렬한 사운드를 이어폰으로 흘려보낸다. 내 안의 심장은 아직도 강렬한 비트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넥타이 대신 기타 스트랩을 메고 끝까지 달렸다면 어땠을까. 가슴 뜨겁게 달려보지 못했던 시절에 대한 아쉬움을, 지금은 아이가 대신 이어가고 있다. 후회 없이 젊음을 불태우며 밴드를 하면서도, 해야 할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 모습을 보며 묘한 위안을 얻는다.
이 책은 묻는다. “왜 그때 멈췄는가? 그리고 지금 당신을 멈춰 세우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하지만 <이 빌어먹을 세상엔 로큰롤 스타가 필요하다>는 록 마니아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한때 무언가에 미쳐본 적 있는 사람, 세상과 적당히 타협하며 살아가지만 가슴 한구석에 아직 꺼지지 않은 불씨를 품고 있는++ 모든 ‘어른’을 위한 책이다.
어쩌면 우리가 기다리는 그 스타는 TV 속에 있는 존재가 아닐지도 모른다. 팍팍한 삶 한가운데에서 다시 한번 나만의 리듬으로 살아갈 용기를 내는 사람, 바로 우리 자신이지 않을까?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