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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지능 - 당신 안에 있는 위대한 지성을 깨워라
앵거스 플레처 지음, 김효정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10월
평점 :

이 포스팅은 인플루엔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AI(인공지능)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언젠가 AI에게 일자리를 빼앗기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이 일상적인 고민이 됐다고 생각하는가? 생성형 AI는 이미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시험 문제를 풀어낸다. 그러나 미국의 한 인지과학자는 “AI가 아무리 고도화돼도 결코 따라올 수 없는 인간만의 능력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앵거스 플레처 박사가 제시하는 ‘고유지능(Primal Intelligence)’이 바로 그 개념이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 교수인 플레처는 신경과학과 문학을 함께 전공한 독특한 경력을 지닌 학자다. 2023년에는 미국 특수부대와 수행한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미 육군 표창을 받았다.
그가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컴퓨터나 AI가 흉내 낼 수 없는, 인간 뇌만의 원초적이면서도 강력한 능력이다. AI가 과거 데이터에 의존해 답을 계산한다면, 인간은 데이터가 없더라도 위험을 감지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해내는 존재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플레처는 이러한 인간의 능력을 ‘고유지능’이라 부르며 4가지 축으로 정리한다. 첫째는 직관이다. 어두운 골목을 지날 때 이유 없이 ‘위험하다’는 느낌을 받는 것처럼, 데이터나 통계가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미묘한 이상 징후를 감지하는 능력이다. AI는 과거 사례가 없으면 판단을 내리기 어렵지만, 인간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상황에서도 직감으로 위험을 피할 수 있다.
둘째는 상상력이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만들기 전, 세상에는 지금과 같은 스마트폰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다. 상상력은 아직 이 세상에 없는 것을 머릿속에 그려내는 힘이다. AI는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패턴을 찾아내지만, 완전히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내는 일은 인간의 몫이라는 점을 저자는 거듭 강조한다.
셋째는 감정이다. 감정은 흔히 합리적 판단을 방해하는 요소로 취급되지만, 플레처의 관점은 다르다.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이 선택이 맞는가”를 고민할 때 마음속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이건 아니다’, ‘이 쪽이 맞다’는 신호가 바로 감정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그는 감정을 단순한 기분이 아니라, 우리가 올바른 결정을 내리도록 돕는 내비게이션이자 나침반으로 설명한다.
넷째는 상식이다. 복잡한 문제에 부딪혔을 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라는 말은 현실적 판단의 출발점이 된다. 상식은 경험과 지혜가 결합된 현실 판단력으로, 인간이 핵심을 빠르게 꿰뚫어 보게 하는 힘이다. AI가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하는 동안, 인간은 상식을 통해 상황을 단순화하고 실질적인 해답을 찾아간다.

4가지 고유지능은 이론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 특수부대는 실제 작전 환경에서 고유지능 훈련을 도입했고, 그 결과 요원들이 위기 상황에서 더 빠르게 미래를 예측하고, 트라우마에서 더 빨리 회복하며, 생사가 갈리는 순간에 보다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 효과를 확인했다.
이후 이 훈련은 기업가, 의사, 엔지니어, 관리자, 영업팀, 코치, 교사, 투자자, NFL 선수들에게도 적용됐고, 리더십과 혁신 역량 향상,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 능력 증대, 불안과 분노 감소 등 다양한 긍정적 결과가 보고되었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생에 이르는 8세 이상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에서도 비슷한 효과가 나타났다는 점도 흥미롭다.
이 책의 강점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고유지능을 실전에서 훈련하는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한다는 데 있다. 플레처는 NASA, MBA 과정, 특수부대 교육 현장에서 실제 활용되는 훈련법을 독자가 일상에서 적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정리한다.
그렇다면 왜 지금, 이러한 고유지능이 필요한가? 앞으로 10년, 20년 뒤에는 지금보다 훨씬 고도화된 AI가 사회 전반을 뒤흔들 가능성이 크다. 그때 인간의 경쟁력이 무엇이 될지는 자명하다. AI보다 빠른 계산 능력도, 더 많은 지식량도 아니다. AI가 할 수 없는 직관·상상력·감정·상식이야말로 인간만의 차별화된 역량이라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고유지능』은 인간의 잠재력을 깨우기 위한 체계적인 안내서이자, 인간 지능의 가치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하는 인지과학 교양서라고 할 수 있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